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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죽이자!"…폭력과 혐오 발언 그리고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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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2-1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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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할배' 왜 그들은 거리로 나섰나 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친박 보수세력의 결집이 심상치 않다. '어버이연합' 등 노인 층이 주축이 된 탄핵 반대 운동은 진보 진영이나 젊은 세대는 물론 기존 시장보수세력과도 성격이 다른, 섬과 같은 존재다. 도대체 무엇이 이 어르신들을 추운 날 아스팔트 위에 서게 했는가. CBS노컷뉴스는 6차례에 걸쳐 개인사와 현대사를 관통하며 '어버이'의 탄생 배경을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잡아죽이자!"…폭력과 혐오 발언 그리고 눈물
② 참전의 영광…"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③ "얼마나 어려웠는지 아느냐"…'밀알'의 외침
④ '박정희'가 아니라 박정희 '시대'의 유산
⑤ 21세기에 남은 박정희 시대의 한줌? 아니 '절반'
⑥ 젊은 보수주의자가 '아스팔트할배'에게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로 열린 '제12차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 기각과 특검 해체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집회에는 평소처럼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노인들이 가득했다.

특이점이라면, 이들의 폭력성이 탄핵 국면에서 점차 심해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집회를 취재 중이던 CBS 기자가 이날 오후 "빨갱이 XX"라는 폭언을 들으며 집단 폭행을 당했다. 현장에서는 "잡아죽여야 한다"거나 "계엄령을 실시하라"든지 하는 폭력 발언이 진행자부터 참가자까지 할 것 없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이들이 서로 집회 참여를 독려하며 정보를 나누는 이른바 모바일 ‘단톡방’도 사정이 비슷하다. '상대의 숨통을 끊자'는 얘기는 흔하고 '스스로도 목숨을 걸고 박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다짐도 난무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수 진영에서도 이같은 과격한 주장과 궤변에는 선을 긋고 나선 상황이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그들이 '보수 집회'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오지만 우리와는 다르다"면서 "법을 준수하고 시장 원리를 중시한다는 게 보수의 가치이기 때문에, 탄기국 집회와는 추구하는 바가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참여 인원이 300여 명에 달하는 '계엄령선포국민연합' 단톡방

 

탄기국 집회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반응은 적대를 넘어서 혐오, 조롱에 가까워졌다. 인터넷에서는 집회 참가자들을 '틀딱(틀니를 딱딱거린다의 줄임말)', '정게할배(정치게시판만 들여다보는 할아버지)','노슬아치(노인과 벼슬아치의 합성어)'라고 칭하는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네, 다음 틀딱'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아예 무시해 버리자는 것은 젊은 세대의 주요 반응 중 하나다.

심지어 집회 참가자들이 들고 나오는 태극기에 대해서도 염증을 느낀다는 반응이 나온다.

촛불집회에 꾸준히 참여하려고 노력한다는 직장인 김모(34)씨는 "원래 태극기는 자랑스럽게 들어야 하는 건데, 요즘 친박 집회에서 태극기를 저렇게 이용하다보니 들고 나오고 싶어도 꺼려진다"고 말했다.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적대와 조롱은 물론 혐오까지 불러일으키는 이들이 ‘일당 5만원’으로 회자되는 일부 시각처럼 돈을 받고 동원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친박 활동의 대표적 단체인 어버이연합에 소속된 최모(75)씨는 "애국심 하나 때문에 이런 단체에 가입하고 시위를 따라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전을 거쳐 중동 중동 건설붐 때 무역일을 한 맹경수(71)씨는 목이 메인 채 "나라를 누가 세웠는데…. 내가 요즘 피눈물이 난다. 대통령이 너무 불쌍하다”고 말하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탄핵 반대 운동에 참여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기자에게 통장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다.

베트남전 경험이 있는 정운재(76)씨는 다달이 자녀들이 주는 용돈과 연금이 찍힌 통장을 보여주면서 “여기 노숙자와 거지떼만 있는 게 절대 아니”라면서 한 야당 정치인의 “목을 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굳게 다문 입술, 신념에 가득찬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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