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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MBC에도 봄 올까, "이제 싸울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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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MBC본부, 12대 집행부 출범식… '공영방송 정상화의 해' 천명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MBC 미디어센터 1층 공개홀에서 MBC 방송 정상화를 위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 결의대회 및 12대 집행부 출범식이 열렸다. 조합원들이 '언론장악 방지법 즉각 제정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제공)

 

'만나면 좋은 친구'이자, 시청자들의 관심과 애정 아래 '마봉춘'으로 불렸던 MBC는 과거가 됐다. 언론시민단체가 편파보도를 일삼는 종편에 대한 쓴소리를 시민들에게 부탁해도, 시민들은 도리어 'MBC가 더 심각한데 왜 MBC 얘기는 안 하느냐'고 할 정도다. '청와데스크', '기레기', '엠X신'(MBC를 비하해 부르는 말)이라는 말은 현재 MBC가 처한 처참한 현실을 반영한다.

MBC는 30년 전에도 지금 같은 '암흑기'를 겪었다. 민주화를 향한 열망이 곳곳에서 피어오르던 1987년, MBC는 시민들 대신 독재자의 목소리를 전하는 '땡전뉴스'를 내보냈다. 당시에도 MBC 기자들은 쫓겨났고 취재차량은 돌을 맞았으며, 내부 구성원들의 시름과 한탄은 깊어갔다.

하지만 MBC 구성원들은 자괴감에 빠져 있지만은 않았다. 기껏해야 20대 후반, 30대 초반이었던 입사 2~3년차 기자들이 주축이 되어 노동조합을 결성했고, '공정방송 쟁취' 싸움에 나섰다.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MBC 미디어센터 1층 공개홀에서 MBC 방송 정상화를 위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 조합원 결의대회 및 12대 집행부 출범식이 열렸다.

97.4%의 찬성률과 94.9%의 투표율. '압도적 지지'를 받고 당선된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은 마치 현재의 MBC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30년 전의 MBC'로 취임사를 시작했다. 단순히 앞서간 이들의 족적을 읊는 데 그치지 않았다. 노동조합의 존재의의와 가치를 하나하나 되새기면서, 선배들처럼 '먼저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연국 본부장, 해직자 복직 및 언론장악 방지법 통과 강조

언론노조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이 전임 조능희 본부장으로부터 깃발을 전달받아 흔들고 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30년 전의 MBC 구성원들은) 언론자유를 위해 헌신적으로 싸웠다. 민주방송실천위원회를 만들어 편성, 보도, 제작을 감시했고 단체협약으로 공정방송 보장의 구조적 디딤돌을 놨다. 그렇게 싸운 결과 조롱받고 냉소당하고 돌 맞던 MBC가 90년대 중반부터 대한민국 최고의 방송사가 되었다. 그렇다. 우리, 대한민국 최고의 방송사였다. 기자와 PD, 아나운서, 영상미술, 경영, 기술, 모든 부문이.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이 강력한 네트워크를 이뤘고, 일반직에서부터 업무연봉직까지 개성 넘치는 이 모든 사람들이 '공영방송'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협력하고 싸워서 일궈낸 결과였다. 그 중심에 우리 조합이 있었다. 우리 조합은 그런 노동조합이다."

"국회에는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공영방송을) 유린하고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언론장악 방지법)이 계류돼 있다. 새누리당은 막고 있고 민주당은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 (언론장악 방지법 통과는) 우리 생존 걸린 문제이기 이전에 민주주의와 언론자유 살려내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싸우지 않으면서 외부 환경이 좋아지기를 바라면 안 된다. 시민들에게 이 상황을 알리고 정치적 압박을 해야 한다. 바로 여기 앉아계신 우리들이 싸우지 않으면 이 상황을 바꿀 수 없다."

김 본부장은 "우리는 쌓인 게 많다. 이 모든 게 다 에너지다. 분노와 울분이 아니라 (이걸) 투쟁의 에너지로 끌어낼 때가 됐다. 누구보다도 가장 용감하게 앞장서 싸웠던 최승호, 박성제, 정영하, 강지웅, 박성호, 이용마. 이 여섯 분의 해직자를 반드시 제자리로 모셔놓겠다. 상암에서, 경인지사에서, 구로에서, 스케이트장에서 길게는 5년째 누구보다도 용감하게 버텨주신 우리 조합원들을 반드시 제자리로 모시겠다"고 밝혔다.

이어, "2017년은 6월 항쟁 30년이자 지금의 공영방송 체제가 들어선지 30년이 됐으며 우리 노조가 30년 맞은 해다. 2017년은 진보한 공영방송 체제 원년이자, MBC가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탈바꿈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우리 노조도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열어젖히는 이 역사를 만들어가는 주역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승리할 때까지 절대로 싸움을 중단하지 말라"

언론노조 MBC본부 11대 집행부가 이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제공)

 

MBC본부 도건협 수석부본부장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의 언론자유 수호투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것 같다. 박근혜 탄핵을 이끌어 낸 촛불시민들이 우리들에게 처참하게 망가진 MBC를 살려내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 부본부장은 "지금 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이 MBC를 이렇게 망쳐놓은 장본인이 아닌가. 다시 MBC를 전리품처럼 차지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걸 두고 보고 계시겠나"라며 "(사장 후보들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반드시 끌어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스스로 방송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세상이 좋아지고 민주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그동안 뭐 했느냐'고 했을 때 당당히 답할 수 있다. 지역에서부터 MBC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방송에서 보여주자"면서 "이 싸움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돌아가지 않겠다는 각오로 싸우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지난 9일 재선돼 2년 동안 언론노조를 다시 한 번 이끌게 된 김환균 위원장은 "물러서면 벼랑 끝으로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동안 버티는 싸움을 해 왔다. 그런데 이제 우리의 싸움은 질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당연히 우리한테 있어야 할 것들 쟁취하는 싸움이 될 것이다. 여러분, 그 싸움에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언론노조 위원장으로서 조합원 여러분들께 드리는 지침은 이거다. '승리할 때까지 절대로 물러서지 마라. 승리할 때까지 절대로 싸움을 중단하지 말라' 이 지침 꼭 지켜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MBC 정상화'를 향한 바람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노조 집행부 출범식마다 무대에 오르는 노래패는 '여기에'를 선곡했다. 이 노래는 공정방송 쟁취 170일 파업을 끝내고 복귀하던 지난 2012년 7월 17일 조합원들이 불렀던 노래다.

'아픈 기억속에 나를 가둬둔 채 살아온 건 아닌가 가장 순수했던 정열이 여기에 있었네 때론 지금의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지 하지만 저 깊게 흐르는 하나의 믿음은 부정하지 못하잖아 힘든 일을 함께 겪어왔고 앞으로의 어려움도 함께 할 넉넉함이 있어 세상 살아가는 고통과 유혹 더 큰 사랑으로 담아내리'

현재 암투병으로 여섯 명의 해직자 가운데 유일하게 결의대회에 참석하지 못한 이용마 기자는 음성 편지로 MBC 구성원들을 격려했다. 그는 "우리는 5년 넘게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길고 긴 파업을 끝내줄 집행부가 오늘 출범한다. 이들이 우리 파업을 승리로 맺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의 화려한 승리를 위해 마지막 분투를 아끼지 않을 것임을 저는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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