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친박신문 '가짜뉴스'에 선관위 이중잣대 논란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2017-02-09 06:00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페이크뉴스의 습격 ①] '태블릿PC 조작' 등 보도 활개쳐…단속 사각지대

'페이크뉴스'(fake news), 즉 가짜뉴스 탓에 한국 사회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CBS노컷뉴스가 '가짜' 뉴스의 '진짜' 얼굴을 추적했습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친박신문 '가짜뉴스'에 선관위 '이중잣대' 논란
② "가짜뉴스 불똥 튈라"…대선 앞둔 정치권 비상
③ "가짜뉴스 지나친 규제, 언론에 재갈 물리는 꼴"
끝.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탄핵기각 오늘 신문! 탄핵기각 오늘 신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친박세력 주도로 지난 4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 울려 퍼진 외침이다. 해당 발언자는 '프리덤뉴스 창간준비 3호'라는 8쪽짜리 신문을 집회 참가자들에게 나눠 주고 있었다. 앞서 지난달 21일 같은 집회에서도 이 신문의 '창간준비 2호'가 뿌려졌다.

#1. '최순실 국정농단에 의한 대통령 탄핵 사태를 몰고 온 JTBC의 태블릿PC가 명백한 증거조작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중략) JTBC는 언론의 본분을 망각하고 증거를 조작하는 등 언론자유를 남용하였으며, 검찰, 특검, 법원, 헌재, 방통위는 선동언론과 한패가 되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듯하다." - 프리덤뉴스 창간준비 3호 3면 머릿기사 'JTBC 태블릿 조작, 탄핵정국 불러' 중에서

#2. '1월 7일 탄기국(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이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앞에서 주최한 집회에 애국 시민 1백여만 명이 운집하고, 1월 14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서는 1백 20여만 명(주최측 1백 50만 명 추산)이 몰리는 등 날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 프리덤뉴스 창간준비 2호 1면 머릿기사 '거센 태극기 파도, 전국 주요 도시 휩쓸어' 중에서

프리덤뉴스는 이렇듯 친박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로 채워져 있다. 해당 매체는 인터넷 홈페이지(www.freedomnews.co.kr)를 통해서도 꾸준히 관련 기사를 내보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 일간지 출신"이라고 밝힌 프리덤뉴스 기자 이모 씨는 지난 1일 CBS노컷뉴스에 "한국 사회의 종북·좌익 세력을 우선 척결하고, 정파적으로 분열된 자유민주주의 전선을 통일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발전시키는 데 창간 취지가 있다"면서도 "박사모 등과의 연관성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맞불집회 인원이 촛불집회를 앞질렀다거나 최순실 씨 태블릿PC가 조작됐다는 기사는 왜곡된 것 아니냐'는 물음에 이 씨는 "그것은 모두 사실"이라며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선동 논리에 좌우되는 것은 기자로서 자질이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태블릿PC를 최순실 씨가 사용했다고 확인한 특검의 입장을 부인하는 것은 물론 맞불집회 인원을 부풀렸다는 분석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 씨는 또 "언론에서는 촛불이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킨다든지 선의로만 보도하는데 그 자체가 팩트 왜곡"이라며 "(기성 언론이) 공정한 보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프리덤뉴스를 창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크뉴스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에는 "우리 신문을 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형편없는 내용이 하나도 없다는 건 보면 다 안다"며 "기성 언론이 촛불집회를 대하는 것도 모두 과장되지 않았나. 과장의 비율을 따졌을 때 우리도 그렇게 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는 "창간호는 3월에 내보내는 쪽으로 얘기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창간이 늦어지더라도 가시화 하는 조기대선 정국에 기사를 계속 낼 계획인가'라는 물음에는 "이미 등록돼 있는 인터넷 신문은 그대로 가고, 재정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에서 지면으로도 주 1, 2회 내보낼 것"이라고 답했다.

◇ 선관위, 손학규 의장은 되고 프리덤뉴스는 안 된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로 열린 '제11차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에 이은 조기대선이 현실화 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현재 페이크뉴스 단속을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다.

선관위는 최근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의 미국 트럼프대통령 취임식 초청이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한 모 인터넷 매체를 두고, 왜곡·과장 보도 사실이 인정된다며 일주일 동안 '경고문 게재' 조치를 내렸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 관계자는 "손학규 의장 관련 기사는 가짜뉴스로 보지는 않지만 내용이 왜곡됐다고 판단했다"며 "페이크뉴스로 보기 애매한 것들, 그러니까 언론사에서도 사실 확인이 명확하게 안 된 것들은 기사가 공정한지, 언론 보도로서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점들을 갖추고 있는지 심의한다"고 전했다.

'맞불집회 현장에서 신문으로 배포되는데다 인터넷 매체로도 운영되는 프리덤뉴스의 경우 페이크뉴스로 단속할 계획이 있나'는 물음에는 "(집회, 태블릿PC 기사는) 선거 보도가 아니"라면서도 "(프리덤뉴스가) 추후 대선 관련 보도를 낼 경우 인터넷 언론사로 등록을 했거나, 언론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면 리스트에 포함시켜 심의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선관위 기준대로라면 '경고문 게재' 조치를 받은 손학규 의장에 관한 보도 역시 선거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점에서 대선정국과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으면서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근거로 활용되는 프리덤뉴스는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선관위 입장은 '이중잣대'라는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손학규 의장은 대선에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선거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프리덤뉴스의 경우 대선에 영향이 없다고 보는 선관위의 기준은 말이 안 된다. 프리덤뉴스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것이고, 그것과 관련해 촛불집회·야당 이야기 등이 포함되니 넓은 범위에서 선거와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중잣대 위험성을 경고했다.

최 교수는 "선관위에서 단속 기준을 자의적으로 결정하게 되면, 결국 그 기준에 의해 대상을 선택하고 판단하기 때문에 객관성을 잃을 것이다. 단속 대상을 대선 출마 선언자에 한하는 식으로 범위를 명학하게 정하지 않으면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손학규 의장 관련 기사에 대해 조치를 했다면 프리덤뉴스에도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 "극히 최근의 현상…닫힌 네트워크 안에서 큰 효과 발휘"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페이크뉴스와 관련해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윤성옥 교수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페이크뉴스는 '주체가 누구냐' '미디어 형태가 어떠냐'는 형식을 떠나 그 내용이나 콘텐츠를 살펴봐야 한다"며 "그것 자체가 허위 또는 진실과 다를 때 페이크뉴스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크뉴스는 최근 미국 대선 당시,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화두로 떠올랐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는 "미국에서 페이크뉴스와 관련된 워크숍이나 학회가 갑자기 생겨나고 있는데, 극히 최근의 현상"이라며 "최근 받은 이메일에서도 페이크뉴스에 대해 전문가들이 긴급 워크숍을 만들어 토론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원재 교수는 페이크뉴스의 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눴다. 먼저, 상반된 입장을 지닌 사람들을 변화시킬 목적으로 가짜 메시지를 전하는 경우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도록 만드는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나머지는 자기 집단의 성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가짜뉴스를 만드는 것으로, 이 교수는 "페이크뉴스의 가장 큰 특징은 카톡 등 메신저처럼 닫힌 네트워크 안에서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페이크뉴스가 가짜로 드러나거나 논쟁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그것이 상대 진영으로 넘어갔을 때다.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두고 '스티키'(sticky), 즉 끈적끈적하다고 표현한다. 기성 언론을 믿지 못할 때 친구가 얘기하는 정보를 더 신뢰하는데, 그것이 네트워크를 통해 전해지는 정보의 속성이고 특징이다. 결국 페이크뉴스의 끈적끈적함이 오래 지속되려면 그것을 믿고 싶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돌아야 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촛불집회와 맞불집회의 영향력이 50대 50이라는 식으로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모습은, 합리적 시민·지식인들의 지지를 못 받는 자신들의 불리한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끌어들이는 '기계적 균형'에 불과하다"며 "'신문에 나온 것은 팩트'라는 믿음이 사라진 지금, 뜻있는 언론사들이 '그린존'(green zone) 같은 코너를 만들어 '적어도 이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뉴스는 100% 팩트'라는 식으로 어필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