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라면 상무, 미국 가수 리차드 노엘 막스에 의해 폭로된 임모씨의 경우, 베네수엘라 국적 한국인 이모씨 부부의 기내 부부싸움 등 최근 기내 난동 사건을 대표하는 3건의 사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일반석이 아니라 상급의 비즈니스 석에서 기내 난동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신분 우위를 내세운 '갑질 난동'으로 불리는 이유이다.
반면 기내 난동이 발생한 대형 항공사와는 달리 알뜰 서민들과 청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저비용 항공사(LCC)에서는 기내 난동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눈길을 끌고 있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 6월까지 발생한 여객기 내 불법현황은 모두 1441건으로 이 중 대한항공이 930건으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나 항공이 201건으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반면 저비용 항공사는 진에어 85건, 제주항공 72건, 티웨이 항공 64건, 이스타 56건, 에어부산 34건 등 모두 310건으로 전체의 21.5%에 그쳤다.
특히 전체 1441 건 중 흡연 행위(1141건)를 제외하고 불법 행위의 정도가 심하다고 할 수 있는 항목으로는 폭언 등 소란행위 146건, 음주 후 위해행위 37건, 성적 수치심 유발행위 41건, 폭행 및 협박 48건 등 모두 272건이 발생했는데, 이 중 대한항공이 152건을 차지해 55%를 넘었다.
대한항공은 구체적으로 이 기간에 폭언 등 소란행위 74건, 음주 후 위해행위 21건, 성적 수치심 유발 행위 26건, 폭행 및 협박 31건 발생했다.
아시아나 항공은 불법 행위의 정도가 높은 항목이 모두 45건 16.5%로, 폭언 등 소란행위가 22건, 음주 후 위해행위 5건, 성적수치심 유발 행위 8건, 폭행 및 협박 10건 발생했다.
반면 저비용 항공사는 5개 항공사를 모두 합칠 경우 75건으로 27.5%에 그쳤다.
제주항공이 모두 33건으로, 이 중 폭언 등 소란행위가 24건, 음주 후 위해행위가 7건, 성적 수치심 유발 행위가 2건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 에어부산이 12건으로, 폭언 등 소란행위가 8건, 음주 후 위해행위가 3건, 성적 수치심 유발행위 1건으로 나타났다. 진에어도 12건으로, 폭언 등 소란행위 7건, 음주 후 위해행위 0건, 성적 수치심 유발행위 2건, 폭행 및 협박이 3건을 차지했다.
티웨이 항공은 폭언 등 소란 행위 9건, 폭행 및 협박 1건 등 모두 10건만 발생했고, 이스타의 경우 폭언 등 소란행위 2건, 음주 후 위해행위 1건, 성적수치심 유발행위 2건, 폭행 및 협박 3건 등 모두 8건에 불과했다.
전체적으로 기내 난동 10중 2-3건이 저비용 항공사이고 나머지 7-8건이 대형항공사에서 발생한 셈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등 대형 항공사와 달리 저비용 항공사의 여객기에서 기내 난동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게 분석된다.
일단 저가 항공사는 저비용을 지향하는 만큼, 일반석보다 가격이 높지만 일등석보다 서비스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문제의 비즈니스 좌석을 운영하지 않는다.
근거리를 비행하는 같은 '보잉 737'이라고 해도 비즈니스 석을 운영하는 대형 항공사에는 난동이 발생했고, 일반석이 모두인 저비용 항공사에서는 상대적으로 난동이 드물게 발생했다.
특히 저비용 항공사는 대형 항공사와는 달리 국내 노선과 동남아 노선 등에 집중하는 만큼 비행거리와 비행시간이 비교적 짧다. 거리가 짧으니 서비스가 다소 불편하다고 해도 승객들이 감수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저비용 여객기에는 청년들과 알뜰 고객들,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만큼 아무래도 우월한 신분 의식을 드러낼 여지가 적다"며 "대형항공사에 비해 최소 2,30% 가격이 저렴한 만큼 애초부터 서비스에 대한 기대 수준도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저비용 여객기에는 하다못해 음료수 한 병 맥주 한 캔도 서비스 차원이 아니라 유료로 이용하도록 돼 있는 만큼, 비즈니스 석과는 달리 자신을 '갑'으로 대우하며 서비스를 해주길 바라는 심리가 작동할 여지가 적다는 얘기이다.
대형항공사에서 자주 발생하는 기내 난동을 막기 위해서는 고객의 심리적인 차원까지 고려한 서비스 등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