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로 강제 소환돼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지난해 1월 KEB하나은행이 단행한 파격적인 임원 인사를 놓고 은행 내부에서는 그 배경을 뫃고 뒷말이 무성했다.
독일 파견근무를 마치고 귀국해 삼성타운지점장으로 발령 받은 지 한 달 만에 이례적으로 임원급인 본부장으로 승진했기 때문이다.
불과 한 달 전에 정기인사가 있었는데도 갑자기 해외사업본부가 두 개로 나눠지면서 임원급 자리가 한 자리 더 늘어난 데다 한 달 전에 귀국해 알자 보직으로 통하는 삼성타운지점으로 발령이 난 인사가 다시 임원자리로 승진한 것이다.
당시 직원들 사이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인사로 받아들여졌고, 그 만큼 그 배경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많았다.
주인공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이상화 글로벌영업본부 2본부장.
이 본부장은 독일 법인장으로 근무하면서 최순실, 정유라 모녀의 대출 편의 등을 봐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로 강제 소환돼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이 본부장은 특히 독일 법인장으로 있을 2015년 당시 정유라 씨에게 25만유로(3억2000만 원)를 특혜 대출해 주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특검 조사를 통해 이 본부장 인사에 청와대가 개입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전격인사의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본부장의 전격 인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란 진술을 구속 중인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1월 박대통령은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에게 이 본부장을 승진시키라고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이를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통해 하나금융지주 최고위인사에게 전달했고, 그 직후 조직 개편과 함께 지점장 이던 이 본부장이 본부장으로 전격 승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은 이 본부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의 승진에 금융위 부위원장과 KEB하나은행 최고위 인사가 부당하게 개입된 사실이 밝혀진 만큼 두 사람에 대한 소환조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조사시점은 이 본부장에 대한 조사 직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 본부장은 조사 과정에서 최순실 씨와 상당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그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이 본부장은 유재경 주 미얀마 대사를 청와대에 소개한 사실이 드러났다. 두 사람은 고려대 동기로 10여 년 전 이 본부장이 KEB은행 유럽본부장을 지낼 당시 유 전대사는 삼성전기 유럽 법인장으로 독일에서 함께 근무하며 가깝게 지낸 사이다.
최순실 씨는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정부의 미얀마 공적개발원조 자금을 빼돌리는 데 활용하기 위해 유 씨를 미얀마 대사로 청와대에 소개했는데 최 씨에게 유 씨를 소개한 사람이 이 본부장이라는 것.
따라서 이 본부장이 알려진 것보다 최 씨와 훨씬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대형 권력형 비리와 달리 최순실 사태는 금융권이 빗겨나 있었다는 평가가 많았으나 이 본부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금융권 역시 최 씨 파문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드는 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