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6년간의 헌법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31일 퇴임한다. 박 소장의 퇴임으로 9명 정원인 헌법재판소는 당분간 8명의 재판관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문제는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헌재 탄핵심판을 이끌어온 박 소장이 탄핵심판 결정 표결에 참여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다수설은 아직 변론종결이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최종 결정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에 소수설은 박 소장이 그동안 변론과정에 관여해왔으므로 서명을 하지 못하지만 결정에는 당연히 포함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소수설은 헌법재판소에서 8년여간 근무한 경력이 있는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신 교수는 30일 페이스북에 "헌재 결정 참여 정족수로 더 이상 왈가왈부 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도 '재판관 박한철(퇴임으로 인해 서명날인 불능)'로 기재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다수의견과 같은 입장이면 별도의 의견 표명 없이 위 기재만 하고, 그와 다른 입장이면 반대의견, 별개의견, 보충의견, 반대의견의 보충의견, 별개의견의 보충의견 등의 방식으로 의견을 표명한다"면서 "이것이 헌법재판소의 지금까지의 입장이다.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게 되는 때에도 또한 같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그 근거로 "대략 'OOO 재판관(퇴임으로 인해 서명날인 불능)'으로 표기된 사례는 역대로 다섯 명의 재판관으로 파악된다"면서 "이재화와 김희옥은 약 2개월 전후의 선고일에도 위 표기로 정족수에 참여했고, 이공현은 1.5개월 후의 사건에, 조대현은 약 2개월 20일 후의 사건에도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퇴임했다고 하여 결정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는 게 신 교수의 입장이다.
신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박한철 소장에 이어 3월 13일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더라도 탄핵심판의 표결은 추가적인 헌법재판관 지명과 임명 절차 없이9명의 표결이 가능해진다.
그렇지만 다수설은 변론과정에 참여했더라도 최종 평의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결정문에 이름을 올릴 수 없고, 표결에도 참여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봉기 교수가 근거로 제시한 다섯 명의 재판관 중 김희옥 전 재판관은 (2010년 12월 31일 퇴임, 2011월 2월 24일 결정문에 참여)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그건 마지막 평의에 참여했기 때문"이라면서 "퇴임으로 결정문 작성이나 선고에는 참석하지 않았더라도 마지막 평의에까지 참석했다면 당연히 결정에 참여한 것이 된다"고 말했다. 조대현 전 재판관도(2011년 7월 10일 퇴임, 2011년 9월 29일( 2009헌마358) 결정문에 참여)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마지막 평의에 참석한 경우에는 당연히 표결에도 포함되고 결정문에도 이름을 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 두 전직 재판관은 "박한철 소장의 경우 마지막 평의에 참가하지 못하므로 당연히 탄핵심판 표결에서도 제외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헌법학자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선택 교수는 "변론을 종결하고 평의를 거쳐서 결론을 냈을 때는 임기가 끝나더라도 당연히 표결에 참여한 게 되지만 변론종결 이전에 퇴임한다면 표결에는 참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지봉 교수도 "박한철 소장의 경우 아직 공개변론이 남았기 때문에 마지막 평의에 참가할 수 없으므로 당연히 표결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 민주당 박범계 의원도 "변론이 종결되고 마지막 평의에 참가해야 탄핵표결에 포함된다"면서 "박한철 소장은 마지막 평의가 열리지 못한 상태에서 퇴임하게 되므로 탄핵표결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다수설 의견대로라면 탄핵심판은 3월 13일 이전에 결정될 경우 8명의 재판관 표결로 이뤄질 전망이다. 박한철 소장은 지난 25일 탄핵심판 9회 변론에서 "헌재 구성에 더 이상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늦어도 3월13일까지는 이 사건 최종결정이 선고돼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9차 변론'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탄핵심판은 언제 결정될까?탄핵심판은 여전히 2말 3초라는 전망이 가장 우세하다. 헌재에서 잡은 공개변론이 2월 1일과 7일 그리고 9일까지 세차례 남았고 아직 결정되지 않는 증인의 변론이 두세 차례 더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국회 탄핵소추위 법률지원단 관계자는 "피청구인측에서 문고리 3인방 중 이재만과 안봉근을 마지막 변론기일에 네보낼 계획이라고 하니까 2월 세째주에도 변론이 두세 차례 더 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2월 20일 정도면 변론종결이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피청구인측에서는 계속해서 지연전을 펴고 있다. 39명의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할 게 아니라 대통령이 출석하면 될 일을 필요없는 증인들까지 마구 신청하면서 탄핵심판 시간을 끌어보자는 의도를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피청구인측 법률대리인단 관계자는 "변론은 2월 9일에 끝나지 않는다. 9일 이후 남은 증인도 있고, 추가 및 재신청증인도 있다"고 말했다.
◇ 탄핵심판이 지연되면 결정에 차질이 빚어질까?피청구인측 첫 번째 전략은 일단 특검의 수사는 넘기자는 것이다. 대통령측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일단 탄핵결정을 특검수사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특검수사1차 만료기간이 2월 28일 이후로 탄핵심판 결정을 미뤄서 특검에 의해 박 대통령이 구속되는 일은 피해보자는 의도인 것이다.
두 번째 전략은 헌법재판관 7명 체제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헌법재판관이 9명일 때는 탄핵기각에 재판관 4명이 필요했지만 재판관이 8명일 때는 3명, 7명일 때는 2명이면 기각된다. 특히 7명일 때는 1명이라도 결원이 되면 탄핵심판 자체가 열리지 못하게 된다.
이럴 경우 국민과 국회에 의해 탄핵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기각으로 대통령직에 복귀하는 게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선택 교수는 "헌법재판과 9명일 때 6명의 찬성으로 탄핵이 인용되는 것을 8명일 때도 6명, 7명일 때도 6명으로 규정한 것은 엄청난 왜곡"이라면서 "박한철 소장이 강조한 대로 이정미 재판관 퇴임이전에 탄핵심판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대법원장 지명몫인 이정미 재판관의 후임 임명 절차에 들어가서 대법원장이 지명하고 국회청문회를 거쳐서 황교안 권한대항이 후임 재판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다수설은 이는 현상유지에서 벗어나는 것이므로 반대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