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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차별 받는 현금결제…'카드 차별금지' 철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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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용 일상화되고 보니.. 현금쓰는 '저소득층 차별 아이러니'

현행 신용카드 결제시스템에서 현금 사용자들이 가격에서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현금 사용자들의 상당수는 카드가 발급되지 않는 사회적 약자들이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카드결제 시 리터당 최대 400원 할인!'

(사진=스마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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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카드사별로 주유고객확보를 위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모 카드사가 업계 최고수준이라며 내건 조건이다.

물론 전월 사용 실적이 200만원 이상이어야 하고 특정 브랜드의 주유소를 이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카드로 결제하면 휘발유값의 무려 20% 이상을 할인받게 되는 것이다.

◇현금 내도 카드혜택 따라가지 못해…사회적 약자 대책 시급

다른 카드사들도 이보다는 적지만 리터당 100원 안팎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카드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면 주유소에서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단 한푼도 할인받을 수 없다. 이것은 비단 주유소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다른 카드가맹점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똑 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다.

카드 사용자는 물건값 할인이나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적립의 혜택을 받는데 반해 현금 사용자는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현금 사용자는 카드 사용자에 비해 결과적으로 물건을 더 비싸게 사는 셈이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는 카드 사용자가 아닌 현금 사용자가 물건 값을 할인받는 게 맞다. 카드 가맹점 입장에서는 고객이 카드로 결제하면 결제액에 대해 수수료를 카드사에 내야하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수수료는 가맹점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2% 가까이에 이른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카드사는 이 수수료의 절반 정도를 고객에게 할인과 포인트 적립 등의 부가서비스 혜택으로 돌려주고 나머지 절반은 지급결제 관리, 신용판매자금 마련 등의 비용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가맹점 입장에서는 현금 결제금액에 대해서는 이러한 수수료를 안물어도 되기 때문에 현금으로 결제하면 2% 정도를 물건값에서 깎아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카드사용자가 가격 할인을 받고 현금사용자는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해 결과적으로 비싸게 물건 값을 지불하는 이상한 현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법에서 카드사용자와 현금사용자에 대해 가격차별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 1항 : “신용카드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

카드 사용자는 카드로 결제할 때 현금으로 결제할 때와 가격차별을 받지 않도록 법상 보호받고 있는 것이다.

가격차별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카드사용자는 카드사로부터 추후에 물건값 할인과 포인트 적립혜택을 받게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물건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카드 사용자가 받는 할인과 포인트 적립혜택이 물건 값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점이다. 가맹점이 물건 값을 정할 때는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를 일정 부분 전가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가격전가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고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 가맹점이 고객확보를 위해 치열한 가격 경쟁을 하는 곳에서는 수수료의 물건값 전가가 힘드는 등 가맹점 별로 처한 현실이 다르기도 하지만 수수료를 가격에 전가하는 것은 일반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현금사용자는 카드사용자에게 주어지는 할인과 포인트 적립혜택 등을 위해 가맹점이 부담하는 수수료의 일정 부분이 전가돼 오른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들 현금사용자 가운데서는 특권층으로 현금만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신용등급이 낮고 벌이가 신통치 않아 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는 사회적 약자라는 점이다.

신용카드 김민수기자

 

카드를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이들 사회적 약자가 자신보다 신용상태도 좋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이 받는 혜택까지 부담하면서 물건 값을 비싸게 치르는 구조는 잘못됐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전법 상의 카드사용과 현금사용 때 가격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의 폐지가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이 조항은 카드사용 초창기 때 카드발급과 카드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인데, 지금은 카드사용이 대중화된 만큼 이제는 거둬들일 때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카드사용과 현금사용 때 가격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은 가격 역차별의 엄청난 문제를 낳고 있다. 이 조항을 법에 집어 넣었던 것은 카드가 처음 도입됐을 때 카드수납률 저조와 가맹점의 거부감도 있어서 필요했기 때문이다"며 " 하지만 이제 카드결제시장이 충분히 성숙했기 때문에 없애도 된다"고 말했다.

가격차별을 허용 쪽으로 가는 것은 국제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이 연구위원은 “현금을 내는 사람과 카드내는 사람의 가격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외국에서도 신용카드 초창기에 이용 활성화를 위해서 시행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분석해 보니까 가격 안에 가맹점 수수료가 녹아져 있고 카드 쓰는 사람은 혜택을 보는데 현금 쓰는 사람은 역차별을 당하는 문제가 드러났다"며 "또, 카드사용이 범용화되는 상태에서 카드사한테 너무 수익이 과도하게 가는 문제도 제기돼 갑론을박 끝에 점차 가격차별을 허용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미국은 먼저 직불카드에 대해 가격차별을 허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격차별 허용은 가맹점 카드수수료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가맹점 수수료문제를 논의한지 10년이 됐는데 해결된 것은 수수료가 인하된 것 빼놓고는 하나도 없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정부가 계속 개입해야 한다. 카드의무수납제와 가격차별금지 때문에 수수료가 시장에서 결정될 수 없는 구조기 때문"이라며 "다른 나라는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실패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는데 우리는 시장원리와 맞지 않는 정책 실패 때문에 정부가 계속 개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당장 카드의무수납제까지 손을 대지 않고 가격차별금지만 먼저 풀어도 카드수수료문제 해결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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