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5연패 달성을 확정짓고 환호하는 아산 우리은행 선수들 (사진 제공=KBL)
아산 우리은행이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5연패를 달성했다. 27일 용인 삼성생명과의 1-2위 맞대결에서 86-67 대승을 거두고 24승1패를 기록, 역대 최소경기 신기록인 25경기만에 2016-2017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처럼 우리은행의 독주가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우리은행 때문에 여자프로농구는 재미가 없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우리은행을 탓할 문제는 아니다.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 박성배 코치가 부임하기 전까지 만년 꼴지팀이었다. 위성우 감독은 승리를 간절히 원하는 선수들의 눈빛을 봤고 혹독한 훈련으로 팀을 조련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선수들이 팀을 떠났고 그 중 일부는 다시 돌아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역경을 이겨내자 왕조가 탄생했다. 지옥훈련을 버틴 임영희, 박혜진, 양지희 등 우리은행의 간판 스타들은 WKBL을 대표하는 선수들로 성장했다. 코칭스태프의 노력도 더해졌다. 1-2-2 존 프레스로 대표되는 우리은행의 전술과 그 완성도에 타 구단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우리은행이 탄탄한 시스템을 만들어갈 때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은 변화의 파도에 출렁였다. 그동안 여자프로농구를 이끌었던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하나둘씩 코트를 떠났다. 이 때문에 많은 구단들이 리빌딩을 해야했다. 선수 풀(pool)이 부족하고 대형 신인이 흔치 않은 여자프로농구의 현실상 팀 재건 작업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위성우 감독은 2016-2017시즌을 앞두고 정규리그 5연패를 장담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MVP 양지희가 개막 전 부상을 당했고 주전 가드 이승아는 임의탈퇴된 상태였다. 임영희와 박혜진이 건재했지만 전체 5순위로 지명한 외국인선수 존쿠엘 존스의 기량도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시즌 전 분위기는 그랬다.
우리은행이 가만히 앉아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은 아니다. 시즌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선택이 있었고 그 판단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기에 정규리그 5연패가 가능했다.
198cm의 장신 존스의 활약은 팀 우승에 결정적인 힘이 됐다. 그런데 존스를 지명한 것은 위성우 감독에게는 일종의 도전이었다.
위성우 감독은 "그동안 빅맨 사샤 굿렛을 외국선수 드래프트 2라운드에 뽑으면서 1라운드에서는 주로 외곽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를 뽑았다"며 "존스와 같은 센터는 처음 지명해봤다. 이번에는 강한 골밑 농구를 시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존스는 대박을 터트렸다. 존스는 기량도 출중했지만 우리은행이 그동안 쌓아올린 시스템의 도움을 받았다는 평가도 있다.
타구단 관계자는 "존스가 드래프트 때 크게 주목받은 선수는 아니었다. 존스의 활약을 보면서 만약 우리은행이 아닌 팀에서 뛰었어도 지금처럼 잘했을까 의문이 든다. 우리은행은 존스의 농구를 살려줄 수 있는 가드와 골밑 파트너, 팀 플레이가 모두 갖춰진 팀이다"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주전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시즌에는 달랐다. 최은실, 김단비, 홍보람, 이은혜 등 여러 선수들을 고루 기용해 효과를 봤다. 이들이 활약하면서 우리은행의 40분 전체의 경쟁력이 훨씬 더 좋아졌다. 역대 최소경기 정규리그 우승이 가능했던 결정적인 이유다.
위성우 감독은 식스맨들의 중용에 대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을 믿은 판단은 적중했다.
위성우 감독은 "양지희가 아팠고 이승아가 없어 선방만 해줘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식스맨들을 중용했는데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 그동안 고생한 선수들이 이제 드디어 우리은행 선수가 됐구나 믿음이 생겼다. 진작 기회를 줄 걸 하는 생각도 든다"며 웃었다.
이처럼 지난 4년 연속 리그를 제패한 '챔피언' 우리은행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팀 전력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고 그 결실을 맺은 것이다.
춘추전국시대 구도가 반드시 프로스포츠의 흥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절대 강자에 맞서는 도전자들의 구도도 상황에 따라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다만 도전자가 도전자다워야 한다.
올시즌 여자프로농구를 돌아보면 용인 삼성생명, 인천 신한은행 등은 시즌 초반부터 외국인선수의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구리 KDB생명과 청주 KB스타즈는 기대 전력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다. 부천 KEB하나은행은 첼시 리 파문을 이겨내고 나름 선전 중이나 아직 챔피언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나머지 5개 구단 중 시즌 막판 전력을 잘 정비해 포스트시즌에서 우리은행을 위협할만한 수준으로 성장하는 팀이 등장한다면 리그는 보다 흥미로워질 것이다. 우리은행은 도전을 뿌리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그러면 코트에는 불꽃이 튈 것이다.
지난 시즌보다 관중이 줄어든 여자프로농구의 문제를 우리은행의 압도적인 선두 질주에서만 찾는 것은 부당해보인다. 여자프로농구의 지난 1년을 돌아보자. 첼시 리 파문이 터졌고 WKBL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여자농구 팬들의 불만은 커졌고 리그에 대한 신뢰는 떨어졌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2016-2017시즌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