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사드 배치와 위안부 소녀상 설치 문제를 두고 중국·일본과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최근 몇몇 나라에서 외교적 결례로 해석될 수 있는 행태를 보이면서 우리 외교가 '동네북' 신세가 됐다는 자조적 비판이 나온다.
탄핵정국으로 컨트롤 타워가 마비된 상황에서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위안부 소녀상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 국면에서 일본은 수차례 감정적인 말로 우리 국민을 자극하는 외교적 결례를 저질렀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지난 10일 내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한국에) 빌려준 돈도 돌려받지 못해 통화스와프가 지켜지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은 이외에도 소녀상 문제와 관련해 '적반하장'식 비판을 일삼거나 소녀상 문제를 독도 문제와 연결짓는 등 위험수위를 넘나들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수준의 공식입장을 냈을 뿐 아직까지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13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새누리당 윤영석 의원의 질의에 "국제사회에서 영사관 앞에 시설물이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국제관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고 말하면서 오히려 '굴종외교'논란까지 일었다.
미군의 사드 미사일 발사 테스트 (사진=The U.S. Army flicker)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도 중국이 연일 보복성 조치를 시행하며 피해를 가시화했지만, 우리 정부는 '보복성' 조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등의 입장을 내놨다.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었다고 해도, 사드 배치 결정 당시부터 중국의 반발이 예견됐던만큼 우리 외교가 사전·사후 대비에 미흡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한국인이 작년 10월 필리핀 경찰관에 의해 납치돼 경찰청 안에서 살해된 충격적인 사건에 있어서도 외교부의 단호한 대응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필리핀 경찰의 개입이 확인된 뒤 주필리핀대사가 외교장관, 경찰청장 등을 면담했다. 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필리핀 외교장관과 통화해 항의했다.
그러나 이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경찰청장의 생일파티에 참석하고 재신임 의사를 피력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가 이어졌다.
최근 대만에서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택시기사가 준 약물을 마시고 정신을 잃은 뒤 성폭행당한 사건과 관련해 우리 외교부는 대만대표부 부대표를 초치했지만 '저자세 외교' 논란이 일었다.
대만대표부가 제3의 장소를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여 외교부 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초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지지를 잃은 외교 정책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탄핵 정국으로 외교 공백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위안부 문제의 경우 국민들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믿는데 정부가 무리하게 진행하다 결국 반격을 당한 것"이라면서 국민 여론을 무시한 외교적 방향에 대해 지적했다.
또 "사드 문제 역시 결국 국민의 의사나 국익보다는 미국과 중국 중 어떤 쪽을 취할 것인지 정략적 판단을 하다 외교적으로 실기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