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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꺼내준 한마디 "넌 원래 그런 애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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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飛上)한 아이들②] '희망 바리스타'가 된 소년

지난해 대전CBS는 가정과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의 충격적인 실태를 고발했다. 가정과 학교에서 보호받지 못했던 아이들은 사회에서도 '가출·비행청소년'이라는 편견 속에 더욱 움츠러들어야 했다. 만약 사회가 편견 대신 관심과 도움을 준다면 이 아이들은 어떻게 달라질까? 대전CBS는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편견을 딛고 비상(飛上)한 아이들의 사례를 매주 소개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방황하던 내 삶에 악기가 말을 걸었다
② 나를 꺼내준 한마디 "넌 원래 그런 애 아니잖아"
(계속)

"넌 원래 그런 애가 아니잖아."

차분한 한마디였지만 소년의 가슴팍에는 무섭게 파고들었다. 소년은 그 말을 들었을 때 '망치로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4년간의 방황을 멈추게 하는 한마디였다.

소년은 외로웠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갑자기 어머니를 잃었다. 그 충격에 아버지도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졸지에 친척집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 학교에 가니 친구들이 소년을 피했다. 소년은 억울했다고 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신은 있는 걸까?' 억울함을 '방황'과 '비행'으로 풀기 시작했다.

자신을 '인정해주는' 선배와 친구들을 만났다. 바람직한 인정이 아니었지만 소년에게는 그것마저도 간절했다. 무엇인가를 훔치거나 싸움을 통해 자신을 과시했다. 죄책감을 느꼈지만 잡아줄 부모님도, 다른 사람도 없었다. 좀처럼 멈춰지지 않았다고 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재판을 받고 있었다.

"넌 원래 그런 애가 아니잖아"는 소년을 어린 시절부터 지켜본 친구 어머니의 말이었다. 소년이 사소한 일로 그 친구를 심하게 때렸던 날, 친구 어머니는 이 말과 함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잘 지냈으면 좋겠다. 넌 착한 아이잖아"라며 소년을 다독였다. 매보다 무섭게 다가온 따뜻한 한마디는 폭주하던 17세 송재필을 멈추게 하는 브레이크가 됐다. 잘못을 저질렀던 사람들에게 한 명 한 명 찾아가 진심으로 사죄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네가 달라지겠다고?"라며 비웃던 사람들도 점차 그를 달리 보기 시작했다.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송경자씨에게 재필이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지역아동센터는 가정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고 공부방과 쉼터가 돼주는 곳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친구 손에 이끌려온 재필이는 이곳이 편하다며 종종 오곤 했지만 행동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재필이가 달라졌다. 또 다시 절망하지 않게 돕고 싶었다. "바리스타 교육을 받아볼래?" 재필이는 커피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취약계층 청소년을 위한 사회적기업인 '달달한 오빠들' 카페의 바리스타와 파티시에들. (사진=송재필군 제공)

 

"커피는 내리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잖아요."

내리는 사람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 커피. 그동안 쓴맛만 강했던 재필이의 인생도, 조금씩 향과 깊이를 더하기 시작했다. 재필이는 커피에 재능을 보였다. 각종 대회에서 수상을 했고, 지역아동센터 친구들과 '카페'를 통해 자립을 준비하기로 했다. SK브로드밴드와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지역아동센터전국연합회가 공동으로 진행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바른 ICT 청소년 캠프에 참여했다 '사회적기업'에 대해 알게 되었다. 재필군은 "그냥 돈만 버는 것보다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대전 둔산동 SK브로드밴드 사옥 1층 공간을 무상으로 빌려 취약계층 청소년을 위한 사회적기업인 '달달한 오빠들' 카페를 열었다.

또 다시 사회에 뛰어드는 재필군은 걱정이 많다. 10대의 한가운데 겪은 사회는 씁쓸했기 때문이다.

"골목 같은 데 가면 과거의 저와 같은 친구들이 많아요. 사회의 차가운 눈초리가 싫어서, 그래서 더 어둡고 으슥한 곳으로 가는 것 같아요. 예전의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쓰디쓴 삶의 다른 맛을 알게 해준 고마운 분들처럼, 이제는 재필군도 다른 친구들의 '희망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재필군은 "취약계층 청소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꿈도 키울 수 있는 카페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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