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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방안 평가 엇갈려…"시대에 뒤떨어졌다" vs "합리적으로 진화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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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선주자들이 재벌개혁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면서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벌의 정경유착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벌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재벌개혁과 관련해 가장 먼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대선주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대표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노컷뉴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0일 자신이 그리고 있는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실현가능한 약속만 하겠다”며 “10대 재벌, 그중에서도 4대 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총수일가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와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도록 하는 노동자추천이사제도 등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주회사제도가 재벌 3세의 기업승계에 악용되지 않도록 자회사의 지분 소유 비율을 높이고 금융이 재벌들의 금고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산분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재벌의 중대한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표명했다.

“재벌총수에 대한 법정형을 높여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게 하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신 대기업에 대해서는 준조세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준조세는 법으로 정해진 세금은 아니지만, 기업들이 여러 가지 정황상 낼 수 밖에 없는 부담금이다.

문 전대표는 “대기업이 지난해 납부한 준조세만 16조 4000억원으로 법인세의 36%에 이른다”며 “대기업 준조세금지법을 만들어 정경유착의 빌미를 사전에 막고 기업을 권력의 횡포에서 벗어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 전대표의 재벌개혁방안 발표는 다른 일부 대선주자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노컷뉴스)

 

이재명 성남시장은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전대표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기업 준조세금지법은 불평등, 불공정 해소와 공정국가 건설, 재벌개혁에 역행하는 대기업 부담금 폐지 특혜”라며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국가정책과 국가예산 투입으로 혜택을 본 기업에 공익적 차원의 법정부담금을 부과해 왔다”며 “대기업이 부담하고 있는 준조세는 법정부담금이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면 강자의 부당한 이익과 약자의 부담이 늘어나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주장했다.

이시장은 재벌개혁과 관련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기회 있을 때마다 재벌체제 해체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강경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19일 페이스북에서는 “재벌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토대로 재벌체제 해체가 적폐 청산, 공정국가 건설의 핵심"이라며 "차기 대통령은 재벌해체에 정치생명을 걸어야 하고 재벌이 독점하고 있는 부와 기회를 중소기업, 노동자, 국민이 골고루 나눠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윤창원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문 전 대표의 재벌개혁 방안을 걸고 넘어졌다.

박시장은 18일 광주전남언론포럼에서 “문 전대표의 재벌개혁방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한다”며 “앞으로 재벌개혁을 어떻게 누가 잘 할 수 있는지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장은 이에 앞서 지난해말 국회토론회에서 불평등과의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10가지 공약을 내놨는데 그 핵심은 재벌개혁에 관한 것이다.

박시장은 “재벌개혁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한 것”이라며 재벌기업에 과도하게 집중된 현재의 경제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수단으로 계열분리명령제와 기업분할명령제를 도입하고 재벌그룹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은 공익법인의 의결권행사를 금지할 것을 주장했다.

또 노동이사제의 제도화와 다중대표소송제도와 일반적 집단소송법 도입, 불법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등도 촉구했다.

기업인 시절부터 한국경제를 ‘대기업 동물원’으로 비유해온 안철수 국민의당 전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벌개혁에서 기업과 기업인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기업인은 단호히 처벌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재벌개혁방안으로는 “가장 시급한 것이 미국처럼 기업도 분할할 수 있을 정도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다. 대신 권한만큼 책임을 물어 투명성을 높이고 전관예우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사진=이한형 기자/노컷뉴스)

 

최근 임기를 마치고 귀국해 출마 채비를 하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재벌개혁에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반 전 총장은 최근 귀국길에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재벌문제의 경우 특정 재벌기업이 모든 걸 통제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니까 거기에서 중소기업이 살아날 길이 없다. 중소기업이 창의성을 갖고 자기만의 영역을 창출해야 하는데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전부 하도급으로 매달리니까 창의가 나올 수 없다. 하도급을 받아 원도급과 똑 같은 일을 하면 60%의 임금만 받는다. 그건 불공평한 사회다. 자세한 계획은 살펴봐야겠지만 원칙적으로 재벌개혁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선주자들의 재벌개혁방안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평가가 엇갈린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아직 모든 대선주자들이 공약을 내논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늘 나왔던 것을 모아놓은 것에 지나지 않아 너무 진부하다는 느낌이다. 가령 금산분리는 80년대에는 먹히는 얘기지만 지금은 융합사회고 금융복합으로 잘 나가는 기업도 많은데 그것과 반대로 간다. 재벌개혁도 시대흐름에 맞게 변형돼야 하는데 8,90년대 초로 시간을 멈춰놓고 그 때 썼던 정책을 계속 연장선상에서 가니까 아쉽다”고 말했다.

또 “이분들이 재벌개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채택했다는 느낌을 못받았다. 현재 경제상황이 너무 안좋고 당장 먹고 사는 것이 급한 실정에서 재벌개혁만 하면 모든 문제가 풀린다는 식이다. 재벌개혁이 최종 목적이 아닐텐데 한편으로는 답답한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고 신석훈실장은 덧붙였다.

재벌개혁을 주창해온 학자 진영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벌개혁의 메시지를 제일 많이 낸 데가 얼마 전에 나온 문재인 캠프의 방안인데 느낌이 열거식이고 전체를 꿰뚫어서 흐르는 큰 관류가 없다. 전체적으로 빵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이에 대한 고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땜질 식의 처방같은 뉘앙스가 많이 있다. 핵심적인, 진짜 아파하는, 그러나 그것이 누구를 때려잡자는 것이 아닌 빵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그런 내용들이 빠져 있다”고 말했다.

“대선주자들이 재벌개혁을 왜 해야 하느냐에 대해 정확히 방향을 잡을 필요가 있다. 대증요법으로 땜질처방하는 식으로 하는 것은 안하는 것보다는 좋지만 바람직하지는 못하다. 또 경제활동을 때려잡는 방식의 재벌개혁은 안된다. 기업은 빵을 만드는 공장인데, 빵을 못만들게 하는 식으로는 다 죽는다. 빵을 본인도 잘 만들고 남이 빵 만드는 것을 훼방하지 못하게 하는 것, 경제 전체적으로 빵을 많이 만들어지게 하는 것이 재벌개혁의 목표다”라고 전성인교수는 강조했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각 대선주자들의 공식토론회에 지정토론자로 많이 참석했던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모든 대선주자들의 재벌개혁방향은 2012년에 비해 훨씬 합리적으로 진화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각 대선주자들이 슬로건으로 얘기하는 것이 많이 다르기도 하고 워딩의 강약이나 강조점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내용을 보면 서로 크게 다르지 않고 수렴되고 있는 모습이다. 2012년과 비교하면 가장 큰 차이는 각 대선주자들이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보다는 있는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통으로 갖고 있다는 점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것은 최순실 국정농단사건 이후 갖게 된 변화라고 본다”고 김상조교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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