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계 AI 감염 닭 살처분 (사진=전라남도 제공)
이번 고병원성 H5N6형 조류인플루엔자(AI)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전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했다. 그런데, 피해 규모는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중국은 닭과 오리뿐만 아니라 사람도 감염되면서 지난해에만 10명 중 5명이 숨지는 등 AI 예방과 대응 체계가 한국, 일본과 사실상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취약하다.
문제는 한국과 일본도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만큼 수준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번 AI도 비슷한 시기에 발생했지만 살처분 물량은 우리나라가 3200만 마리로 일본의 114만 마리 보다 무려 28배나 많았다.
거점소독시설에서 방역 관계자가 조류 인플루엔자(AI) 차단을 위해 차량 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한국, 가금류 농장 밀집… 일본, 고립된 지역에 단독 농장
농림축산식품부는 19일 '일본 AI 방역체계 현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마디로 일본은 가축전염병 예방과 대응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비해 월등히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가금산업 현황을 보면 일본은 닭과 오리 사육 마릿수가 3억1000만 마리 수준으로 우리나라 1억5500만 마리에 비해 2배 정도 많다.
하지만 일본은 대규모 가금사육단지가 거의 없고 사육밀집도 또한 우리나라 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AI가 발생한 일본 아오모리현의 경우 1차 발생 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10km 이내 농장이 7개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에서 AI 피해가 가장 컸던 충북 음성군의 경우 맹동면 발생농장을 중심으로 10km 이내에 207개 농장, 전북 김제 용지의 경우는 410개 농장이 밀집해 있었던 것과 대조된다.
특히, 일본은 100만 마리 이상 사육하는 농장이 20여 가구가 있으나 대부분이 산이나 고립된 지역에 위치해, AI 바이러스 인근 전파가 원천 차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AI 방역 모습(사진=자료사진)
◇ 한국, 전염병 추가확산 방지 '사후 약방문'… 일본, 전염병 발생 이전에 예방 주력우리나라와 일본은 동물전염병에 대처하는 방역조직 또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일본은 지난 2001년 BSE(소해면상뇌증, 일명 광우병) 파동을 겪은 이후 가축질병 방역과 관련된 인력과 조직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농림수산성에 축산업 진흥업무를 전담하는 축산부와 방역위생 업무를 책임지는 소비안전국을 분리했다.
또한, 현장에서 방역 집행업무를 수행하는 동물검역소와 동물위생연구소, 동물의약품검사소를 조직해 모두 864명의 전담 인력을 배치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이 축산업 진흥업무와 방역업무를 동시에 담당하고 있고, 현장에서 방역집행업무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모든 것을 처리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인력도 일본의 절반도 되지 않는 424명에 불과하다.
이주명 농식품부 AI 제도개선 단장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가장 큰 차이는 일본의 경우 조직이 분리돼 있다 보니, 평소 전염병 예방업무 중심으로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AI와 구제역 등 동물 전염병이 발생하면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한 살처분 중심의 방역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 단장은 "이번에 일본의 AI 대책을 현지 조사한 것은 우리나라의 방역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김재수 (농식품부)장관이 조직과 인력 등을 전면 개편하는 방안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