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사진=자료사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미국 검찰로부터 기소된 조카 주현 씨의 부동산 로비 활동을 몰랐다는 해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주현 씨가 고(故) 성완종 전 회장의 경남기업을 상대로 한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 사건이 벌어졌던 당시 유엔 기관이 입주한 사무실의 건물주인 회사에 근무했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반 전 총장은 주현 씨의 뉴욕 결혼식에도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져 ‘만나지 않는 사이’라는 해명에도 의혹이 제기된다.
◇ 반주현, ‘카타르 뇌물’ 좌절되자 ‘UN 관련사’ 이직 후 재시도
주현 씨의 ‘뇌물죄’ 혐의를 2014년부터 보도하고 있는 유엔 전문 1인 매체 <이너 시티="" 프레스(inner="" city="" press)=""> 매튜 러셀 리 기자는 지난 10일 기사에서 유엔개발계획(UNDP)이 입주해 있는 뉴욕 45번가 건물이 콜리어스 소유라고 지목했다.
콜리어스 인터내셔널(Collier's International)은 캐나다의 부동산 투자 회사로 임대사업과 부동산 중개업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주현 씨는 이 회사 동료인 존 우로부터 소개 받은 말콤 해리스라는 인물이 베트남 건물 매각을 위해 카타르 외교관과 연결해 주겠다는 말에 속아 50만 달러를 ‘뇌물’ 취지로 송금했다.
미국 검찰의 공소장에는 주현 씨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유엔과 관련된 회사로 이직하게 된 배경이 잘 드러나 있다.
당초 주현 씨는 마커스 앤 밀리챕이란 회사에 재직 중이던 2013년 9월 18일 회사 측에 카타르 국왕에게 보낼 ‘선물’을 위한 자금 2만8000 달러를 요구했었다. 공소장은 돈의 출처에 대해 “경남기업이 중개 비용을 위해 예치금으로 줬던 10만 달러에서 비롯됐다”고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가 돈을 주지 않자 주현 씨는 9월 24일 상관에게 이메일을 통해 “이 거래가 성사된다면 순전히 나의 가족(반기문)의 국가원수와의 친분관계 때문”이라며 재차 요구했지만 또 거절당했다. 이날은 반 전 총장이 뉴욕을 방문한 카타르 국왕과 유엔 집무실에서 만난 날이다.
주현 씨는 1차 시도가 좌절된 뒤인 2014년 3월 문제의 콜리어스로 이직했다. 그는 회사가 경남기업으로부터 예치금 성격으로 선(先)지급 받은 50만 달러를 ‘환불 불가능한 자금’으로 서류를 조작해 그중 22만5000 달러를 커미션으로 지급받았다.
주현 씨와 존 우는 또 콜리어스의 50만 달러를 담보로 잡힌 뒤 같은 액수의 금액을 빌려 말콤 해리스의 ‘가짜 뇌물’ 자금으로 송금했다.
여권 관계자는 주현 씨가 유엔 관련 회사로 옮긴 이유에 대해 “사업상의 편의를 제공해줄 만한 회사 찾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엔으로부터 임대료를 받는 회사이기 때문에 사무총장의 조카라는 지위가 취업과 영업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됐을 것이란 추론이다.
리 기자는 유엔 고위직 인사의 친인척이 유엔 연관 단체에서 이익을 내는 이 같은 행위에 대해 “노골적인 이해충돌 행위”라고 비판했다.
◇ 潘, ‘코’ 앞의 조카 '부동산 로비' 몰랐나, 방관했나?
반기문 전 총장. 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주현 씨는 반 전 총장의 첫째 동생인 반기상 씨의 아들로 2014년 3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콜리어스에서 근무했다. 성 전 회장의 생전 숙원 사업이었던 경남기업의 베트남 건물 ‘랜드마크 72’ 매각 건을 위한 취업이나 마찬가지였다.
성 전 회장은 반 전 총장의 유엔 사무총장 경선을 도와 스리랑카 정부를 설득한 배후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1일 귀국 직전 동생과 조카의 기소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장성한 조카여서 사업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었고, 만나지도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조카와 접촉하지 않았다는 얘기지만. 지근거리에서 일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유엔 유관 기관에 취업한 사무총장 친인척의 활동 내용을 보고받지 않았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반 전 총장이 지난 2012년 4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주현 씨의 결혼식에 참석했었다는 점도 ‘왕래가 없었다’는 식의 해명을 곤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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