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의 윤상호 PD와 박은령 작가. (사진=SBS 제공)
우여곡절 끝에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가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사임당'은 제작 초기부터 배우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사전 제작으로 작품성을 높이겠다는 전략 역시 좋았다.
문제는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정부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하면서 중국 정부가 본격적인 한류 규제에 나선 것이다.
다른 작품들처럼 '사임당'도 직격탄을 맞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사임당'은 지난해 10월 국내와 중국에서 동시 방영됐어야 했다. 그러나 좀처럼 중국 광전총국의 심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 결국 해를 넘겼다. 아직까지도 중국에서는 '사임당'에 대한 심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예상치 못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사임당'은 이제 첫 발을 내딛게 됐다. 12년 만에 배우로 돌아온 이영애와 함께. 다음은 17일 서울 양천구 SBS에서 열린 '사임당'의 윤상호 PD와 박은령 작가와의 기자간담회를 일문일답으로 구성한 것이다.
▶ 중국의 '한한령'에 영향을 받아서 방영이 늦어졌다. 이제 첫 방송을 앞두고 소회가 남다르겠다.윤상호 PD(이하 윤)> 우리가 중국을 너무 의식해서 국내 시청자들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사임당을 드라마화한 기획의도 자체가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위한 좋은 드라마를 만들고자 함이었다. 갑자기 정치적인 이슈 때문에 한중 관계가 냉각됐지만 아직 중국에서 심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첫 방송 하기 전까지 좋은 결정이 나와서 함께 '사임당'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 '타임슬립'이라는 소재 때문인지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와 비교가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후발주자라 내심 부담스럽기도 하겠다.
박은령 작가(이하 박)> 타임슬립 소재가 이슈가 되리라 생각했다. 내가 '사임당'을 처음 구상한 게 2014년 7월이다. 저작권 등록을 했고, 지난해 5월에 촬영이 다 끝난 상태였다. 소재는 가장 먼저 썼는데 방영이 늦어서 아쉽다. 다른 드라마들과 '사임당'은 아예 모티브 자체가 다르다. '자기록'이라는 반가 여성의 비망록이 있는데 결혼한 지 6년 만에 과부가 된 여자가 남편의 병세를 지켜 보는 내용이다. 후대에 어느 사람이 그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서 '사임당'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다.
윤> 여타 흥행하는 드라마를 보는 관점으로 '사임당'을 보지 않았으면 한다. 최근 여러 드라마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를 다뤄서 분명히 공통점은 있지만 알맹이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이 '사임당'이 가진 진성성을 알아주길 바란다.
▶ 국내에서 사전 제작 드라마가 성공하기 쉬운 여건이 아니다.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이 성공했지만 아직 사례로 남은 드라마는 몇 작품 없다. 200억 가량의 제작비가 들었는데 '사임당'에도 그런 우려나 기대가 있으리라 본다.윤> 돈이 많이 들어간 것은 맞는데 다른 작품과 비교해 예산이 많다고 보기는 힘들다. 스태프들이 일하기 좋게 예산이 잘 쓰이긴 했다.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을 생각해보면 사전제작은 사라지지 않아야 한다. 사전 제작이 쉽지 않은 게 배우들도 본인들 연기를 보지 못해 힘들어한다. 그렇지만 계획을 잘 세워서 주도면밀하게 진행했다는 의미에서 좋은 결실을 이뤘다고 본다. '태양의 후예'는 개인적으로 부러운 사례다. 방송 전까지는 재미가 없다는 소문도 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전혀 달랐다. 우리 드라마도 그런 소기의 성과가 있었으면 한다.
▶ 걸출한 두 배우 이영애와 송승헌, 두 사람과의 작업은 어땠는지 궁금하다.윤> 이영애는 소탈하고 편안한 사람이다. 힘든 점이 정말 많았지만 언제나 성실하고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어서 그게 큰 힘이 됐다. 인간적이면서도 소시민들의 리더가 되는 사임당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윤> 다른 남자 배우들이 '사임당'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부담이 있더라. 그냥 사임당 캐릭터를 따라가는 입장이 아닐까 고민이 많았다. 송승헌도 꽤나 고민한 끝에 출연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사임당'을 통해 꽃미남 타이틀을 벗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