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년 만에 이뤄진 경찰의 제복 교체 과정이 석연치 않아 특검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한 해 전에 사업계획을 세워놓고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편성조차 않은 채 사업을 진행하는 비정상적인 행정절차를 밟았다. 게다가 원단 업체 선정은 긴급입찰로 진행해 몇몇 업체들에 특혜를 주려한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샀다.
특히 선정된 원단 업체 중에는 최순실 씨의 지인 업체도 포함돼 의혹을 키웠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페루 1:1 상담회에서 보광직물 부스를 직접 찾아 바이어와 대화를 나눴다. 가운데 보광직물 차순자 대표. (사진=정책브리핑 캡쳐)
◇ '보광직물' 뒤에 드리워진 朴대통령의 그림자14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말 새로운 제복에 대한 원단 공급처로 선정된 업체들 가운데는 대구의 '보광직물'이란 회사가 포함됐다.
이 회사 대표는 차순자 씨로, 새누리당 소속 대구광역시의원(비례)이면서 최순실 씨와도 친분이 있는 걸로 알려졌다.
경찰인권센터 장신중 소장(전 총경)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 "강신명 청장이 느닷없이 경찰제복을 교체하도록 지시한 배경은 검찰 수사를 통해서라도 밝혀져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 따라다닌 보광직물의 선정 배경에는 최순실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광직물은 중소기업 중에는 이례적으로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 10차례나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업인 롯데그룹의 참여 횟수와 같은 수치다.
더욱이 페루 순방 때는 박 대통령이 보광직물의 상담부스를 직접 찾아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자격조차 갖추지 못했던 KD코퍼레이션이 최 씨의 소개로 경제사절단에 4차례나 다녀오면서 각종 특혜를 누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보광직물도 최 씨와의 관계를 이용해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2016년 새롭게 바뀌 경찰 제복(출처=경찰청 보도자료)
◇ 10년만에 바꾼 제복을 '긴급 입찰'?… 특혜 의혹특검도 경찰 제복 교체 과정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보고 수사 선상에 올려놨다. 특검은 경찰이 10년 만에 제복을 바꾸면서 총사업비가 228억 원이나 들어가는 사업의 예산조차 제대로 편성하지 않고 무턱대고 사업을 추진한 경위와 서둘러 원단 업체를 선정한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2015년 1년 동안 준비해 2016년 6월 전면 교체를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경찰은 2014년 11월 새 제복을 디자인할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그런데 문제는 2015년도 예산안에는 사업 밑천인 제복 교체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매년 세워지는 피복 예산을 활용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턱 없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기획재정부에 추가 재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확보하기도 전에 사업부터 밀어붙인 셈이다.
이는 강신명 청장이 독단적으로 추진했다기보다는 보다 '윗선'에서 지원을 해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의 사업 진행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원단 업체 입찰과정에서도 나타난다.
경찰은 지난 2015년 11월 5일 원단 업체에 대한 입찰 공고를 내고 2주 뒤인 19일을 마감일로 정했다. 긴급입찰을 통해 대구의 또 다른 섬유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보광직물은 23억원짜리 사업에 낙찰됐다. 이 회사는 최씨의 지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원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단 입찰의 경우 원자재 확보와 제안서 작성 등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게 보통"이라며 "원단을 긴급입찰을 하는 것은 특정 업체를 염두에 뒀거나, 사전 정보가 없는 업체들이 참여하는 것을 배제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복 교체 시점인 2015년 말은 최 씨의 이권개입이 본격화한 때와 맞아 떨어진다.
◇ 특검, 최순실-안봉근-강신명 연결고리 밝힐까특검은 보광직물과 관련한 특혜 의혹에 있어 강신명 전 청장과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의 연결고리를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은 최 씨가 경찰쪽 인사를 좌지우지한 의혹을 받는 안 전 비서관을 통해 청와대 정무수석실 사회안전비서관 출신인 강신명 전 청장을 움직여 보광직물을 돕도록 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안봉근 전 비서관도 분명히 수사 대상"이라며 "안 전 비서관과 관련해서 제기되는 모든 의혹들을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취재진은 강 전 청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연결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