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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블랙리스트' 시인…청문위원들 "사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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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리스트 1월초 파악, 작성·집행 과정 몰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7차 청문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은 9일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사실상 시인했다. 조 장관은 자신이 리스트의 존재를 올해 초 보고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리스트의 작성과 집행과 관련된 책임은 인정치 않았다. 이에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조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규정하며 장관직 사퇴를 촉구했다.

조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 출석해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 등의 끈질긴 추궁을 받은 뒤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리스트는 정부가 정치적 성향 등을 이유로 9천여 명의 문화·예술인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명단이다.

그는 리스트의 존재를 올해 초 예술국장으로부터 보고받아 처음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리스트가 작성된 2014년 청와대 정무수석 재직 당시 명단의 작성에, 장관이 된 뒤 집행에도 각각 관여했다는 의혹은 전면 부인했다.

조 장관은 "예술인들 지원을 배제하는 그런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나는 그런 문서를 전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리스트를 파악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이 리스트가 정말 있었다면 실제로 작동됐는지 한번 점검해보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리스트의 집행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9천여 명 명단 가운데 770여 명은 정부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 점으로 미뤄 블랙리스트가 완벽하게 작동하지는 않았다는 논리를 폈다. 조 장관은 "여러 차례 점검했는데, 그중에 770여 명이 지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고 정무수석실도 실무 작업에 관여돼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제가 위증 혐의로 고발된 상황이기 때문에 더 이상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에 관해 업무 인수·인계를 받은 적도 전혀 없고, (김기춘) 비서실장이나 그 누구부터도 지시받은 적도 없고, 누구에게 지시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거듭 의혹을 부인했다.

이에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조 장관은 (현재) 피의자 신분"이라며 "장관직 사퇴가 순리"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황영철 의원도 "더 이상 장관 직을 수행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청문회는 조 장관의 출석 전까진 주요 증인들의 불출석으로 맥 빠진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당초 20명이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과 남궁곤 이화여대 교수만 출석했다. 불출석 증인에 대한 동행명령장이 발부된 뒤 조 장관과 구순성 청와대 행정관 등 2명은 오후에 출석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승마 지원 관련 의혹을 증언할 삼성전자 박상진 대외담당 사장은 자살 사고(思考)에 의한 수면제 복용, 우울증과 불면증 등이 악화됐다며 진단서를 내고 불출석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7차 청문회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편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블랙리스트가 담긴 문건에 'B'와 'K'라는 알파벳이 있으며, 이는 각각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도 의원은 연극 연출가 고선웅 씨에 대한 문체부의 지원 관련 문건에 'K·B 동의, 1차관'이라는 표현이 있다고 공개했다. 박민권 전 1차관으로 추정되는 해당 차관이 청와대와 국정원 등에 부탁해 고씨를 블랙리스트에서 뺐고, 이에 박 1차관은 경질됐고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실 비서관이던 정관주 전 1차관으로 교체됐다고 주장했다.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은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했느냐"는 질문에 "(지난해) 독일에 있을 때 한 차례 있었다"고 답변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7차 청문회'에서 자료제출 요구를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지시로 김수일 현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나서서 생명보험사들을 독촉해 미르재단 등에 출연을 종용했다는 검찰 내사 보고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부원장은 "안종범 전 수석을 알지도 못하고, 전화 받은 적도 없다"며 "검찰이 내사했다면 나를 조사했을 텐데, 조사받은 사실도 없다"고 박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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