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가상화폐 비트코인 홍보 이미지(사진=유튜브 캡처)
인공지능(AI)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주요 기술로 지목되는 '블록체인'이 새해들어 국내 금융계에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등 금융계 주요 인사들의 신년사에 '블록체인'이라는 용어가 모두 등장했다.
앞서 KEB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이 글로벌 은행 43개가 참여한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CEV’에 가입했고 롯데카드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지문인증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카드사 일부가 실제 활용에 나섰다.
◇ 블록체인 유럽은 상용화 단계 vs 국내는 걸음마
'거대한 분산 장부(Ledger)'로 불리는 블록체인은 '기록'에 관한 기술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 기술은 모든 기록을 암호화해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공유함으로써 검증과 확인 절차를 단순하게 만들어 준다.
특히 계속 참여자와 기록을 추가해 나감으로써 해킹과 조작이 불가능한 구조를 확보하게 돼 보안성과 효율성이 뛰어나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의 기반 기술로 유명하기도 하다.
이 블록체인을 활용할 경우 개인들이 모여 보험기금을 조성하고 혜택을 나누면서 보험료는 줄이는 대신 혜택을 더 많이 받는 개인간(P2P) 보험 서비스가 가능하다.
또 자동차와 운전자에 대해 실시간 진단으로 위험을 평가하는 등 사물인터넷과 연계하거나 애완동물에 대한 보험 등 마이크로 보험을 개발하는데서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여러 나라에 점포를 가진 다국적 대형보험사들은 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독자 플랫폼을 만드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P2P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지난해 등장했다.
보험사들인 독일 알리안츠와 네덜란드의 에이곤(Aegon), 스위스의 쮜리히(Zurich) 그리고 뮌헨 재보험과 스위스 재보험이 'B3i'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블록체인에 대한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이들은 보험사와 재보험사간의 거래에서 감사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문서작업을 간소화하고 정보와 자금의 순환을 가속화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P2P보험인 인슈레스(InsurETH) 홈페이지
‘인슈레스(InsurETH)’라는 스타트업은 항공기가 지연되거나 결항될 때 고객에게 보험료를 지불하는 P2P 보험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보험상품은 에테리엄(Ethereum)이라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이용해 항공기 연착이나 결항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보험료가 청구돼 고객계좌로 입금되도록 프로그래밍(coding)을 했다. 고객이 보험청구서를 작성해 보험사로 보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새로운 핀테크 기술로 이렇게 급부상하고 있지만 해외와는 달리 국내 보험업계에선 도입 움직임이 아직은 없는 실정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1월 24일 ‘블록체인 협의회’를 출범시키고 은행권과 증권 등 금융투자업권이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연구를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보험업계에선 참여가 없다.
◇ 보험업계 니즈 전무… 교보생명이 얼리버드?금융위원회 김용범 사무처장은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는 금융투자업계에서 활발하고, 은행권도 이 기술에 대해 알아보자는 정도"라면서 "보험업계는 개별 회사들끼리 얘기를 해보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 측에서도 "보험업계에서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상품개발이나 시스템 개선 등에 대한 니즈가 현재까지는 크게 없다. 다만 교보생명에선 신창재 회장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험도 블록체인을 활용할 시대가 올 수 있다고 판단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보험연구원 황인창 연구위원은 "다국적 보험사들과는 달리 대개 우리나라안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국내 보험사들로서는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아이디어가 없어 블록체인에 대해 소극적"이라고 설명했다.
황 위원은 블록체인은 지난해부터 세계적으로 관심이 증폭된 신기술이어서 거품이 꺼지고 상용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잘 활용되는 사례가 국내 보험업계에서 나온다면 대단히 빠른 속도로 이 기술이 보험업계에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황 위원은 강조했다.
황 위원은 "블록체인은 인터넷처럼 '기반이 되는 기술(infrastructure)'이기 때문에 업계의 관심과 노력에만 기댈 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정부가 먼저 시스템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