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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경제팀의 한계… 맹탕 정책에 예산 당기기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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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월 29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7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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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9일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알맹이 있는 '정책'도, 새로운 '방향'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다음 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2.6%.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제시했던 3.0%에서 0.4%p나 끌어내린 '겸손한'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예고된 불경기 쓰나미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라고는 중앙정부의 슈퍼 400조 예산 중 31%를 1분기에 조기 집행하고, 21조 3천억원 규모의 재정을 보강하겠다는 것뿐이다.

이에 대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6개월짜리, 3개월짜리 정책방향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기본적인 정책방향은 경제정책에 있어서 중심을 잡아놓은 정책방향을 세워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몇 달짜리' 이런 식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고 발끈했다.

하지만 경제정책방향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손발이 모두 묶인 시한부 경제팀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돈은 쏟아붓지만 실제로는 '예산 당겨쓰기'에 급급했다. 보강했다는 재정 가운데 올해 초과 세수 가운데 지방정부 몫(3조원)과 연간 예산 집행률 1%p(3조원) 제고분의 경우 어차피 줘야 할 돈이었고, 공공기관 투자(7조원)와 정책금융 확대(8조원)는 간접적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

반면 돈이 향하는 정책은 '돌려막기'와 '공 넘기기'로 점철됐다.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1천조 규모의 가계부채 대책은 2년 전 최경환 부총리 시절부터 나온 '리스크 관리 3종 세트'를 재탕한 수준이고, 산업 구조조정 정책 역시 2015년도 경제정책 방향과 대동소이하다.

반면 노인 연령 기준 변경안이나 다자녀 혜택을 두자녀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제시하고도 내년 하반기에야 검토하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또 미래 먹거리를 위해 민관합동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를 세우겠다지만 구체적 내용은 없어 다음 정권이 급조된 위원회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성과 한 번 내지 못한 채 문 닫을 수밖에 없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의도하는 바를 모르겠다"며 "단기미봉책으로 시장에 돈을 푼다는 의미 외에는 특별할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유일호 부총리, 2017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 (사진=기재부 제공)

 

다만 현 경제팀도 난감한 처지다. 추경 편성이 미뤄지고, 미국 기준 금리 인상으로 통화정책도 발이 묶인 마당에 재정보강책 말고는 더 내놓을 카드가 없다. 게다가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새로운 정책을 제시할 여력은 언감생심이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치적 상황에서는 행정부, 통화당국 간에 긴밀히 협조할 추진력이 없다"며 "이 때문에 뚜렷한 메시지 없이 여러 정책을 열거하는 수준에 그쳤고, 재정 보강 규모도 경제상황을 반등시킬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홍익대 전성인 경제학과 교수는 "대규모 재정보강조차도 이번 '순장조'가 할 역할이 아니다"라며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4개월 가량 위기가 터지지 않도록 관리만 잘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예를 들어 가계부채 대책도 원리금 균등상환 운운할 것 없이 일단 만기 연장해주고, 이자만 갚게 해주는 등의 처방으로 가계부채 폭탄을 얼음물에 넣어서 터지지 않게 다음 정부에 전달하는 식"이라며 "어쭙잖게 폭탄을 건드렸다가 터지면 현 정부가 책임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유일호 경제팀가 완수해야 할 임무에 대해서도 진단은 다양했지만, 결국 '위기 관리'에 초점이 모였다.

권 팀장은 "현재 한국 경제는 소비 주체들이 붕괴하며 내수가 가장 큰 문제"라며 "서민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을 부양해 실질소득을 끌어올리는 지원책이 필요한데, 현재는 정책을 집중할 우선순위가 바뀌어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대 조원희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와 기업에 부실이 심각하기 때문에 재무건전성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며 "큰 일을 벌일 생각하지 말고 외부충격 대비부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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