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서울 양천고등학교의 사학비리 의혹과 관련해 해당 감사를 진행하고 검찰에 고발한 전직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을 경찰이 '내부문건 유출'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檢, 양천고 압수수색…끊이지 않는 사학비리)공개되지 않은 감사결과를 외부에 제공한 것이 불법이라는 논리로, 경찰이 사학비리 처단에 나서기는 커녕 오히려 비리를 파헤치고 세상에 알린 공직자를 탄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사학비리 감사보고서 넘겼다고 '문건유출' 혐의 적용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 10월 서울시교육청 A 전 감사관을 내부문건 유출 혐의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후 경찰은 해당 문건을 받아 본 김형태 전 서울시의회 의원(교육위원회 위원)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는데 김 전 의원은 그동안 사학재단의 비리를 지속적으로 파헤쳐온 인물이다.
경찰관계자는 "현재 수사를 종료하고 A 전 감사관에 대해 문건 유출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며 "수사과정에서 (혐의가) 드러나 조사한 것"이라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A 전 감사관에 대해 따로 고발이 있었던 것은 아니며 경찰이 자체적으로 인지해 수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 전 의원은 "교육감 결재가 다 끝난 문서인데다 실명 등 개인정보사항이 모두 특수기호로 처리돼 있어 개인정보보호법에도 위반되지 않는다"며 "경찰이 A 전 감사관을 문건 유출 혐의로 조사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성토했다.
실제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도 "특정 개인 정보라 해도 누구에 대한 정보인지 알 수 없도록 개인식별정보를 삭제하면 (문건을)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감사를 진행하고 문건을 생산한 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도 "모든 공공기관이 정보공개법 행정정보 사전공표제도를 통해 행정목록을 공표를 하고 있다"며 "교육청 감사결과도 공개공표 목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비공개문건에 대해선 "시기와 상황에 따라 공개·부분공개·비공개 여부를 판단한다"며 "일률적으로 '공개다, 비공개다' 말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교육청 관계자도 "감사가 끝나면 홈페이지에 결과보고를 게시해야한다"며 "더군다나 개인정보도 가려져 있는 문건을 유출했다고 처벌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양천고등학교 전경 (사진=양천고등학교 홈페이지 화면 캡처)
◇ '사학비리' 수사에 소극적이던 경찰…문건유출은 신속대응?
실제로 양천고의 사학비리 의혹은 수년간 불거졌지만 그동안 사법당국은 제대로된 수사는 커녕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 사학비리가 근절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0년 시교육청 특별감사에서 양천고는 금품수수, 횡령 등의 비리가 드러나 이사장의 승인이 취소된 바 있다. 같은 해 9월 서울남부지검은 양천고 정 전 이사장을 사기와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기소하기도 했다.
또, 기간제교사를 이중으로 임용하는 방식으로 시교육청으로부터 재정결함보조금을 부당하게 타낸 정 전 이사장은 2011년 4월엔 대법원으로부터 벌금 500만원 형을 받기도 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김 전 의원은 "과거 양천고를 고발했을 때도 양천경찰서는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지은 적이 있다"며 "이제 와서 경찰이 엉뚱하게 사학비리를 고발한 사람을 문건유출로 조사하는 영문을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편, 경찰이 A 전 감사관에 대해 내부문건유출 혐의로 조사를 진행한 반면 검찰은 A 전 감사관의 고발에 따라 지난 16일 양천고와 전 이사장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