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 전 문체부 차관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29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핵심 피고인들은 미리 짜놓은 듯 하나같이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했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최순실(60)씨와 최씨의 조카 장시호(37)씨,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조원동(60) 전 청와대 경제수석,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7) 등 5명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최씨 등 4명은 법정 출석 의무가 없는 준비기일 특성상 모두 출석하지 않았지만 각자의 변호인들을 통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출석한 차씨도 국민참여재판은 거부했다.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은 20세 이상 국민 중에서 무작위로 선정되기 때문에 특정한 성향으로 구성되거나 하는 일은 이론상으론 발생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들이 모두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한 이유는 뭘까.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들이 법리적인 판단 보다 일반인들의 법 상식과 감정에서 재판을 받고 싶을 때 신청한다.
국정농단 사태의 경우는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기 때문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 오히려 형량이 상당히 높게 나올 수 있다고 법조계는 전망했다.
수사에 적극 협조한 피고인들의 경우 일반 재판을 받으면 구형이 다소 달라질 여지도 있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에서는 이런 정상 참작이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국민을 대표한 배심원들은 피의자들의 태도 변화보다는 '원죄'를 크게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의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해 7월 농약을 탄 사이다를 마신 6명의 할머니가 숨지거나 중태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해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피의자로 지목된 박모(82·여) 할머니는 구속기소된 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박씨의 변호인단은 검찰이 범행동기, 농약 투입 시기, 고독성 농약 구입경로, 드링크제병의 피고인 지문 등 직접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배심원 7명 전원은 만장일치로 유죄의견을 냈고, 형량에 대해서도 전원이 검찰의 형대로 무기징역을 제시했다.
국민참여 전담 재판부를 담당했던 한 현직 판사는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간 적은 없었다"며 "최순실 사건은 유무죄 뿐만 아니라 양형으로도 일반 재판이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담우의 남중구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이 이뤄지면 배심원이 유무죄는 물론 형량에 대한 의견까지 제시할 수 있다"면서 "이번 사건의 경우 현재 국민 정서를 감안하면 거부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