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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잘 뽑아낸 올해의 키워드 '자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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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호 "광장에서는 조증, 일상에서는 우울증 반복"

- 청년층의 리셋 ‘싸그리 망해라’는 변화가 불가능할것이란 생각 때문
- 소수의 사람만 핀셋으로 뽑아내고 나머지는 예전대로 그대로 두지 않아야 다 망하는 길 리셋을 넘어설 수 있다
- 광장이 변화를 위한 거의 유일한 마지막 기회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0)
■ 방송일 : 2016년 12월 20일 (화) 오후 7시 3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엄기호 (사회학자)



◇ 정관용> 역사는 진보한다. 굽이굽이 돌아가지만 그래도 결국은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데요, 이런 믿음이 자주 깨지는 경험을 하게 되죠. 최근 우리나라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보면서. 또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 보면서 그런 생각하는 분들 많으실 텐데 이럴 때 흔히 아휴, 도저히 안 바뀐다. 아예 싸그리 망해버려라. 이런 자포자기의 심정이 들기도 하죠. 한 사회학자가 이런 현상들을 분석하면서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방침을 제시한 책.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다="">라는 책을 펴냈네요. 사회학자 엄기호 박사를 오늘 함께 만나봅니다. 어서 오십시오.

◆ 엄기호> 네, 반갑습니다.

◇ 정관용> 싸그리 망해버려라, 이런 심정 드는 사람들. 엄 박사도 그런 마음이 자주 들어요?

◆ 엄기호> 저는 사실 최근까지는 그런 생각은 안 했었어요.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 터지고 난 다음에는 아, 이건 정말 애초부터 구제불능이구나, 그러니까 완전히 리셋해야 되는구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됐죠.

◇ 정관용> 우리 사회가.

◆ 엄기호> 네.

◇ 정관용> 도저히 이런 일은 그래도 안 일어나겠지. 이렇게 생각했었죠?

◆ 엄기호> 네. 제가 사실 많은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이 사건에 대해서 사람들이 양가적 감정이 있더라고요. 첫번째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또 다른 한편에서는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 두 마음이 다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지난 한 10년 동안 한국사회가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무슨 일이 터져도 큰일이 터질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엄청난 부패라든가 이런 게 있다라는 것은 사람들이 짐작은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정치적으로 교정이 잘 안 되고 있다 보니까 싸그리 망해버려라 이런 생각을 하긴 했었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래도 그 배후에 그리고 그 뒤에서 작동하는 게 이렇게 엉망진창이고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있을 거라고까지 생각못했던 거죠.

◇ 정관용> 이런 저급한 일이야.

◆ 엄기호> 천박하고 그다음에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고고 용납이 안 되는 일들이 너무 많이 있지 않습니까?

◇ 정관용> 우리 사회의 역량, 우리 민주주의의 수준이 이제는 어느 정도 왔지.

◆ 엄기호> 그렇죠.

◇ 정관용> 이제는 그런 마음을 우리가 조금은 가지고 있잖아요. 그게 깨지는 거죠?

◆ 엄기호> 제가 특히 이전에 국제연대, 이런 것도 비슷하게 해 봤는데요. 한국이 제3세계라고 불리웠던 나라들 중에서 이 정도의 경제성장과 그다음에 이 정도의 민주주의를 이룬 정말 거의 유일무이한 나라이다시피 하거든요.

◇ 정관용> 거의가 유일합니다. 그건 제가 이야기할 수 있어요.

◆ 엄기호> 그렇죠. 그러다 보니까 자부심 같은 것도 있었고 좀 아무리 나라가 엉망진창이고 그러더라도 이 정도까지 온 건 그래도 한국의 저력이다. 그리고 우리는 좀더 할 수 있다. 이런 믿음 같은 게 있었는데 그게 완전히 와장창 깨져버리는.

◇ 정관용> 여기서 제목을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다고 붙이셨는데 리셋의 의미가 뭡니까?

◆ 엄기호> 왜 우리가 컴퓨터가 고장이 나면 이렇게도 고쳐보려고 하고 저렇게도 고쳐보려고 하고 데이터는 좀 살려보려고 하다가 도저히 안 될 때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초기화해서 원초적 상태로 돌려버리지 않습니까?

◇ 정관용> 포맷해 버리는.

◆ 엄기호> 포맷해 버리잖아요. 2년 전부터 한국에서 청년들 중심으로 해서 만났더니 다들 하는 얘기가 구제불능이라는 거예요, 이 사회가. 이 사회에서 노력한다고 해서 내 삶이 나아질 것 같다라는 희망도 별로 안 보이고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것 같다는 그런 희망이 안 보이니까 다들 굉장히 절망하는데 이 절망한 가운데에서도 엄청나게 노력을 해야 되는 거예요. 그걸 청년들은 노오력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 정관용> 노오력.

◆ 엄기호> 그래서 엄청나게 무리를 하고 살아야 되고 무리를 하고 살다 보니까 무리수를 두게 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사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런데 이 상황을 이 사회가 그리고 우리 정치가 바꿔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없다 보니까.

◇ 정관용> 믿음이 없다.

◆ 엄기호> 그러니까 아예 애초로 돌아가서 완전히 그냥 처음 상태로 가버리자. 이런 마음들을 품고 있는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런데 불가능하잖아요.

◆ 엄기호> 그렇죠. 불가능하죠.

◇ 정관용> 이 사회가 무슨 컴퓨터입니까? 어떻게 포맷이 가능합니까? 그러니까 어떻게 하자는 거예요, 이제?

◆ 엄기호> 그러니까 이런 사건, 최순실 게이트 이후에 광장이 열린다거나 이랬을 때 저는 굉장히 우리가 기로에 서 있는 것 같아요. 이거를 그냥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굉장히 무기력한 분노를 가지고 리셋하자, 이런 식의 마음으로 갈 거냐. 아니면 한국사회를 다시 한 번 우리가 희망을 볼 수 있는 그런 사회로 개조해 나갈 수 있는 어떤 힘을 모아내는 과정이 될 건가. 저는 그래서 이번 광장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촛불광장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 보면 되게 절실한 사람들이 많아요. 그들이 하는 얘기가 제가 좀 많이 보는 사람들이 이전에도 시위를 나왔다거나 이런 분들이 아니에요.

◇ 정관용> 처음 나온.

◆ 엄기호> 처음 나오고 이런 분들인데 이분들한테 얘기 들어보면 굉장히 절실하다고 얘기를 해요.

◇ 정관용> 뭐가 절실하다는 거죠?

◆ 엄기호>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 정관용> 이번에 못 바꾸면 안 된다.

◆ 엄기호> 네. 이번에 우리 사회가 좀 사람이 살 만한 사회, 특히 사람들이 많이 강조하는 게 안전의 문제거든요. 특히 세월호라든가 메르스, 그다음에 지진 이런 걸 경험을 하면서 국가가 나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 그리고 구의역 사건, 그리고 강남역 사건, 이런 걸 보면서도 내가 이 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기가 힘들다 하는 것에 대한 자각 같은 게 있으면서 대단히 많이 불안해하죠. 그런 것을 지금까지는 그냥 내가 나를 보호하는 형태로 이것을 안전의 개인화 이런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요. 그렇게 하려고 하지만 그게 한계에 부딪혔다는 걸 사람들도 다 알고 있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 시스템 자체가 우리가 활동하고 사는 삶이 안전할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낼 수 있는 그리고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가가 국가가 국가권력이 어떤 노력을 하는 체제로 바꿔 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사람들이 생각을 하기 때문에 대단히 절실하더라고요.

◇ 정관용> 안전문제야말로 어찌 보면 최소한의 것이잖아요. 필수이고. 그런 삶의 영역에 있어서의 최소한의 안전이고. 그걸 넘어서면 젊은이들이 헬조선을 외치고 노력해도 안 된다라고 말하는 또 다른 사회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엄기호 박사가 이 책의 머리말에 참 재미있는 표현을 썼던데. 광장의 조증과 삶의 우울증을 반복하고 있다. 무슨 뜻입니까?



◆ 엄기호> 저는 이걸 길게 보면 1987년에 민주화가 어디까지 우리 삶을 민주화했는가. 그 민주주의를 무슨 문제로 바라봤는가 했었을 때 좀 가혹하게 얘기하면 이게 투표소랑 광장에서 멈춰버린 거예요.

◇ 정관용>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을 수 있다, 여기까지죠.

◆ 엄기호> 그래서 투표소랑 광장에서는 어느 정도 동료 시민으로 평등한 동료 시민으로 만답니다만 그 너머의 영역에서는 회사라든가 학교라든지 가족이라든지 이쪽에서는 민주주의가 작동을 안 하는 거죠. 저는 특히 그 민주주의의 문제에서 핵심적인 것 중에 하나가 상대방의 존엄을 존중하는가의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물론이죠. 관용정신이고요.

◆ 엄기호> 그런데 우리가 사실 회사라든가 이런 곳에서 실제로 경험하는 건 모욕이 훨씬 많지 않습니까? 그리고.

◇ 정관용> 혐오.

◆ 엄기호> 혐오와 모욕.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잘 살아보려고 노력을 하는데 그래도 잘 안 되는 그리고 뭔가 어긋나는 걸 보면서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되게 중요한 키워드를 말한 것 같아요. 제 친구들도 그렇게 얘기하던데 그게 자괴감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내가 정말 이러려고 열심히 살았나. 내가 정말 이러려고 참고 사는가. 하는 데서 대단히 자괴감을 느끼고 그다음에 진짜 박근혜 대통령이 얘기했던 것처럼 고통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러다 보니까 우리가 광우병 때도 그랬지만 광장이 열리거나 할 때는 뭔가를 한번 해 보자, 이러면서 조증과 같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러고 나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이 공간은 여전히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이고. 그다음에 착취가 작동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시기기 때문에 사람들이 굉장히 우울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 정관용> 간단히 요약하면 정치적 민주주의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까지를 포함했을 때 한국의 민주주의는 광장의 조증 정도만 허용하고 삶 속의 다양한 형태의 민주주의는 아직도 안 되고 있기 때문에 삶으로 돌아오면 우울해지고. 우울함이 쌓이다 보면 다 리셋해 버리고 싶다. 다 망해버려라. 이런 마음들이 팽배해 있다.

◆ 엄기호> 네. 그렇게 볼 수 있는 거죠.

◇ 정관용> 그 말씀이시죠. 그렇다고 리셋은 안 되니까. 이제 남은 시간은 그래서 어떻게 할까요. 이 책의 3장이 ‘리셋을 넘어서’입니다. 리셋은 안 되는 거니까 그런 마음을 어떻게 우리가 다스려야 할까요, 그러면?

◆ 엄기호> 저는 그렇기 때문에 되게 중요한 첫번째 원리가 있지 않습니까? 나처럼 지금 이 사회를 바꾸려고 하고 평등을 요구하려고 하는 것 있잖아요. 이게 우리 역사에 있었다라고 하면서 자기 스스로를 역사적 존재로 바라보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 정관용> 역사적 존재로 봐라.

◆ 엄기호> 왜 그러냐면 많은 사람들이 이 리셋하고 싶다는 것에 내 족보라고 할까요, 계보라고 할까요. 쭉 면면이 이어져 왔던 그걸 잘 못 보는 거죠. 그러니까 역사 자체가 무의미하고 구제불능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저는 그걸 좀 바꿔내야 될 것 같아요. 거기에서 되게 중요하게 제가 생각하는 게 어떤 시간에 대한 감각, 변화에 대한 감각을 우리가 스스로 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어떻게요?

◆ 엄기호> 뭐냐 하면 제가 사람들을 만나면서 저를 보면서도 마찬가지인데요. 변화에 대한 마음이 굉장히 조급해요.

◇ 정관용> 너무 급하다.

◆ 엄기호> 네. 그러니까 굉장히 짧게 보는 거죠. 그러니까 사실 역사적으로 사유한다는 것은 시간을 길게 보는 것이지 않습니까? 시간을 길게 보는 것 자체가 역사인데. 우리는 굉장히 짧게 보면서 짧은 시간 안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이건 실패한 것 같고 그다음에 우리가 패배한 것 같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요즘 좀 의심하는 게 우리가 이렇게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감각이 짧아지는 것 자체가 어떤 자본주의나 아니면 지금의 통치권력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감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 정관용> 자본주의 통치권력이 일부러 그렇게 조급함을 만든다?

◆ 엄기호> 네, 그래서 조급함을 만들어서 길게 보지 못하게 하는 거고 계속 단기적으로 어떤 처방을 내리고 응급적으로 이렇게 살아가는 것 있지 않습니까? 이걸 보통 사회과학 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어떤 시간의 예외화, 이런 표현을 쓰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임시조치들이 계속 많아지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도 계속 임시조치로 살아가지, 시간의 변화라고 하는 걸 길게 보지 못하는 거. 그렇기 때문에 제가 아주 크게 얘기할 때는 역사화하는 게 되게 필요하다.

◇ 정관용> 나의 삶 자체를 역사화한다.

◆ 엄기호> 우리 삶과 우리의 활동과 이걸 역사화하는 게 되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 정관용> 나는 역사적 존재임을 깨닫자. 시간과 변화에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조급해하도록 만드는 건 혹시 이 자본주의와 통치권력이 노리는 걸 수도 있다. 자꾸 좌절해서 자포자기하게 만들려고. 이런 생각을 하자는 거죠. 그다음에는?

◆ 엄기호> 그리고 두번째로 저는 광장에서 되게 긍정적, 많은 게 긍정적입니다만 긍정적인 것 중의 하나가 이번 광장에서 사람들이 옆에 있는 사람을 동료시민으로 대하는 연습을 하는 것 같아요. 무슨 말이냐 하면 차별과 혐오발언을 하지 말자, 이게 사실 그 동안에는 별로 안 나왔던 구호거든요. 그래서 좀 어떤 사람들은 내가 왜 그렇게까지 해야 되느냐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우리가 공적 영역에서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조심해야 되거든요.

◇ 정관용> 조심해야죠.

◆ 엄기호> 그게 예의이기도 하고 시민의 어떤 윤리이자 도덕인 것이거든요. 그래서 상대방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거나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느끼지 않는 어떤 공적인 자리에서의 어떤 연습이 이렇게 공적으로 나와본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저는 이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이게 돼야 사실 우리가 일상생활로 돌아가서도 청소년이든 여성이든 장애인이든 그들을 소위 주류라고 하는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지 않겠습니까? 그들의 존엄을 존중해 줄 줄 아는 그 태도가 만들어지는 것.

◇ 정관용> 서로 다르다.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각자의 존엄을 서로 존중해 주자. 그래서 동료시민으로 모두를 함께 보자. 이런 거. 거기서 공동체정신, 주의 이런 게 나오는 거죠.

◆ 엄기호> 지금처럼 내가 마음대로 대해도 되는 건 아니다라는 걸 깨닫는 게 저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게 조금의 혼란과 이런 걸 겪고 나면서 자연스럽게. 제일 좋은 건 자연스럽게겠죠. 보편적인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대할 수 있는 윤리나 태도가 되게 하는 게 중요하겠죠.

◇ 정관용> 그런 자세 변화. 그래서 그다음은요? 지금 이 책의 맨 뒤에 보면 ‘다시 존엄과 안전에 대하여’ 이 얘기 우리가 쭉 했던 것 같고. 다시 리셋에서 전환으로. 이 리셋은 조급증이니까 전환으로. 그게 뭡니까? 또 다시 함께 하는 삶으로. 이렇게 나오는데.

◆ 엄기호> 저는 여기에서 제일 중요한 게 제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어떤 상징이라고 할까요. 비유인데요. 위와 아래를 가지고 통치하고 있는 게 아니라 안과 밖으로 통치하고 있다. 그러니까 안에 있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너 그렇게 하면 쫓아낸다라는 거죠. 특히 한국에서 종북논리라고 하는 게 사람을 비국민으로 만들어서 밖으로 쫓아낸 논리였거든요. 그래서 쫓겨나게 하는 거고 밖에 있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네가 뼈가 빠지게 열심히 하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라고 얘기하면서 착취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안과 밖의 문제를 해소하는 게 저는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중에서 핵심적인 게 비정규직 문제 같은 거죠. 비정규직이나 하청의 노동문제 같은 경우에는 안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밖에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시스템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착취해서 1회용으로 사용하고 버리는 형태가 지금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 내가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밖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들어가야 된다는.

◇ 정관용> 또 불안하고.

◆ 엄기호> 불안함. 이런 것들이 같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법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특히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정치적 영역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영역에서 배제와 추방이라고 하는 안과 밖을 작동시키고 있는 부분을 우리가 어떻게 이번에 광장을 통해서 바꿔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게 되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함께하는 삶이라는 관점에서 안, 밖 구분하지 말고 그걸 구분하는 작동, 구분이 작동되도록 만드는 제도는 바꿔야 되는 거죠?

◆ 엄기호> 네. 그 제도를 바꿔내는 게 저는 굉장히 핵심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걸 바꾸자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 된다는 것이고. 그래서 이건 한 대목, 한 대목마다 조금씩 조금씩 변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니에요?

◆ 엄기호> 네. 그렇죠. 그래서 저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지금 광장 안에서도 바깥의 존재들 있지 않습니까? 이들이 지난 4년을, 이건 정치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해법이라든가 제도적 해법보다는 아무래도 이런 데 좀 더 중심을 둘 수밖에 없는데요. 그 동안 바깥에 섰던 사람들이 짧게 보면 4년, 길게 보면 좀 오랜 기간 동안, IMF 이후에 한국사회를 어떻게 경험해 왔는가. 그리고 그 경험 속에서 한국사회를 어떤 걸로 바라보고 있는가 있지 않습니까? 이 부분에 대한 굉장히, 인류학에서 쓰이는 개념인데 ‘두꺼운 읽기’ 같은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그냥 그 사람들은 배제됐다가 아니라 정말 꼼꼼하게 읽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 거 있지 않습니까? 전 그게 되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쭉 말씀을 들어보니까 책 제목은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인데. 그건 하고 싶을 뿐이지 리셋은 안 되니까. 삶의 우울증이 시달리는 분들이여, 리셋하는 마음이 들겠지만 우리 함께 어깨동무하고 길게 보고 조금씩 조금씩 합시다. 이거군요.

◆ 엄기호> 그렇죠. 지금 체제를 어떻게든 우리가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과 아주의 소수의 사람들. 제가 이런 표현을 쓰는데요. 핀셋으로 뽑아내고 옛날하고 똑같아지는 그런 사회가 안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는가에 대한 이게 되게 필요하겠죠.

◇ 정관용> 그래요. 이 방송 들으시면서 아, 맞아. 나도 삶의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이야라고 느끼시는 분들 한번 고민을 같이 나눴으면 좋겠네요.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를 들고 오신 사회학자 엄기호 박사 함께 만났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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