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송병춘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 대표가 사립유치원 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경기도교육청의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 결과 일부 원장들이 유치원비를 개인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등 회계관리의 불법적인 행태가 적발됐다.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은 20일 오전 기자 브리핑을 통해 지난 1년간 사립유치원 60곳을 감사한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시민감사관은 "유치원 중 지적사항이 없었던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며 "이 가운데 7곳은 수사기관에 고발조치했다"고 밝혔다.
감사대상은 여주, 양평, 연천, 가평, 포천을 제외한 경기지역내 100명 이상의 유치원 중 설립자 1명이 2곳 이상의 유치원을 운영하는 곳이다.
시민감사관은 "대부분이 운영자가 고액의 급여를 받으며 예산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교사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근로조건에 처해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급식재료비가 한 끼에 1천 원도 되지 않는 곳도 적발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부분의 유치원들이 회계장부조차 작성하지 않은 채 회계관리를 해오다 감사가 시작되자 급하게 서류를 꾸미는 사례가 많았다"며 유치원들의 부실한 회계관리 행태를 꼬집었다.
실제로 A유치원의 경우 2014~2015학년도 유치원회계 집행과정에서 286만 원(78건)을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애견물품이나 의류를 구입하는데 사용하고, 일부는 영수증 등 관련 증빙서류를 첨부하지 않아 거래내역을 알 수 없는 등 지출관련 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했다.
B유치원은 2015년 3월 원장의 거주지 부근 마트에서 162만 원 상당의 김치냉장고를 구입해 개인적으로 사용하다 적발됐다.
또 C유치원의 경우 2014년~2015학년도 신용카드를 사용한 후 매출전표를 다수 누락해 골프장을 이용하거나 개인의류를 구매하는 등의 사적사용이 의심되는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D유치원은 실제 교육과정 운영계획서와는 다른 교육을 실시하며 정규 담임교사가 아닌 외부학원 소속의 강사를 이용하고, 학부모에게 이에 대한 별도의 부담금을 걷기도 했다.
시민감사관은 "한 유치원 원장 아들은 서울 홍대에서 성인용품을 구매한 뒤 유치원회계로 처리하기도 했다"면서 "이처럼 사립유치원들의 부정한 회계 관리는 그동안 회계감사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사립유치원 중 개인이 운영하는 곳은 유치원 회계에 들어온 돈이 결국 개인소유가 돼 원장 겸 설립자가 유치원 회계의 돈을 사적으로 유용해도 횡령죄 등이 성립하지 않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시민감사관 송병춘 대표는 "유치원은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관리할 수 있는 통합 전상망도 필요하다"며 "기술적인 조치와 함께 지속적으로 감사를 진행해야 부정 행위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유아 분야 투명사회협약'을 통해 사립유치원 스스로 자발적·능동적 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다.
한편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은 2012년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시행으로 사립유치원에도 교육청 예산이 지원됨에 따라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첫 회계감사를 벌였다.
이번 감사는 내년 2월말쯤 마무리 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