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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노조 "이러려고 설치한 CCTV가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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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아르바이트생 39.1% CCTV 감시 경험

(자료사진)

 

"폐쇄회로(CC)TV 좀 껐으면 해요"

"누군가 지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에어컨과 난방기기를 켜는 것조차 눈치가 보이고 불안해요. 의자가 있어도 앉을 수가 없어요. 앉으면 바로 연락이 오니까요."

박모(24·여) 씨는 1년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중 자신이 감시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 씨가 일하던 곳에는 3대의 CCTV가 설치돼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박 씨가 계산대에 서 있으면 박 씨 뒤통수와 금고를 비추는 위치에 존재했다.

박 씨는 "CCTV가 있는 건 알았는데 사장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지는 몰랐다"며 "유니폼을 안 입고 있자 사장이 바로 연락을 해 유니폼을 입으라고 했다. 어떻게 알았을까 깜짝 놀라면서도 기분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눈앞에 CCTV가 보이면 다행이다. 피시방에서 일할 땐 CCTV가 안 보여서 없는 줄 알았다"면서도 "우연히 가게 컴퓨터를 만지다가 갑자기 나를 찍고 있는 CCTV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사장이 자신을 지켜보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한 사례도 있었다.

최모(26·여) 씨는 "사장은 계산대 뒷공간에 주로 있었는데 휴대전화로 내부 CCTV를 들여다보며 나를 지켜보는 것을 지나갈 때마다 봤다"며 "처음엔 정말 화들짝 놀랐고 자체 감시에 들어갔다. 너무 찜찜하고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범죄를 예방하고, 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편의점 CCTV가 아르바이트생을 감시하기 위한 무기로 돌변하면서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알바노조 편의점 모임이 지난달 9~23일 전·현직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368명(현직 202명·전직 1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아르바이트생 중 39.1%가 CCTV로 근무 태도를 감시당하거나 업무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점주가 집에서도 손쉽게 스마트폰으로 가게 안의 CCTV 영상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아르바이트생은 잠재적 감시 환경 속에 놓인 셈이다.

실제로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매장을 돌아다니며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과 상담을 하자 점장이 이를 CCTV로 본 뒤, 아르바이트생에게 조합원들을 내쫓을 것을 지시한 사례도 있었다고 노조는 전했다.

만약 아르바이트생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해당 아르바이트생에게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노조는 덧붙였다.

하지만 동의를 구하는 사장은 거의 없고, 동의해 준 아르바이트생 역시 없는 게 현실이다.

이밖에도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도 CCTV 없는 곳에서 먹어야 한다", "잠깐 화장실을 다녀올 때도 CCTV에 손님이 기다리는 모습이 찍히면 점장님께 혼이 난다", "진상손님 상대하고 있었는데 CCTV를 본 사장이 찾아와 알바 잘못이라고 혼났다"는 등의 증언이 이어졌다.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은 "편의점 알바는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일하고 있다"며 "점장이 자신을 관찰하는지 방범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안전 및 도난 방지의 목적을 위해서 CCTV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면 CCTV를 통한 관리·감독을 용인하겠다는 알바노동자의 동의를 미리 구하는 규제적, 기술적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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