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제7차 대구시국대회에 모인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
"탄핵 가결을 이뤄냈지만 아직 우리는 갈 길이 멉니다. 정신을 더욱 바짝 차리고 정치에 깨어나야 할 때입니다."박근혜 탄핵 가결 2주차에 열린 시국대회는 시민들의 차분한 자성이 돋보인 집회였다.
17일 오후 5시 대구 동성로 중앙대로에서 펼쳐진 7차 대구시국대회에 자리를 지킨 시민 5천여 명(주최측 추산)의 촛불 함성은 여전히 뜨거웠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라는 주제로 열린 집회에서 시민들은 "박 대통령 탄핵 가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민주주의에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집회에는 "헌법을 짓밟은 정권의 탄생에 우리 국민 모두의 책임이 있다"는 자성의 소리가 높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 우후죽순 쏟아졌던 지난 집회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자유발언에 나선 대학생 한승헌씨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이전부터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비정상적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며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침묵한 대다수 국민도 박근혜 정부의 부역자"라고 꼬집었다.
이어 "역사의 과오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제부터 우리 스스로 각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현하(칠성고, 2년) 군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불의에 계속 맞서야 한다"며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게 주권자가 감시의 끈을 놓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현장 한편에선 탄핵소추안 인용 촉구를 위해 헌법재판관에게 보내는 연하장 쓰기 운동도 펼쳐졌다.
시민들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인용을 촉구하기 위해 재판관에게 보내는 연하장을 쓰고 있다.
대구비상시국회의 서승엽 대변인은 "국민들이 헌재의 신속한 판단을 학수고대하고 있다"며 "시민 모두가 재판관의 제대로 된 판단을 기다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한편 땅 투기를 위해 동료 시의원에게 청탁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차순자 대구시의원에 대한 규탄도 이어졌다.
대구참여연대 장지혁 정책팀장은 "차순자 대구시의원은 불구속 상태로 늑장 기소가 돼 봐주기 수사 의혹에 휩싸인 인물"이라며 "차 시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과 친분이 두텁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만큼 국정조사와 특검에서 이 의혹도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 자유발언과 공연으로 꾸며진 본대회가 끝난 저녁 7시 30분부터 집회 참가자들은 중앙네거리~반월당~중앙파출소로 이어지는 2.5㎞구간에서 거리 행진을 펼쳤다.
거리 행진을 끝낸 시민들은 집회 장소인 중앙대로에 다시 모여 만민공동회와 하야하롹 콘서트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