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스타즈의 '슈퍼 루키' 박지수 (사진 제공=WKBL)
마침내 여자프로농구 무대에 등장한 박지수(18·청주 KB스타즈)가 데뷔전을 마치고 펑펑 울었다.
박지수는 17일 오후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과의 데뷔전에서 25분동안 출전해 4점 10리바운드 1어시스트 2블록슛 1스틸을 기록했다.
KB스타즈는 우리은행에 41-59로 크게 졌다. 개막 13연승을 달리다가 이틀 전 인천 신한은행에 일격을 맞고 무패행진이 끝난 우리은행은 평소 이상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객관적 전력에서도 우리은행이 한수위라는 사실은 틀림없어 보였다.
경기 후 박지수에게는 호평이 쏟아졌다. 안덕수 KB스타즈 감독은 "충분히 본인의 역할을 잘해줬다"고 했고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역시 높이가 달랐다. 조금만 적응하면 리그를 좌지우지할 선수가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수와 맞섰던 우리은행의 존 쿠엘 존스는 "나이가 어린 선수가 첫 경기 치고 오늘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한다. 박지수가 성장하는 모습을 더 보고 싶다. 한국 농구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수는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B스타즈 유니폼을 입었다. 18세 이하 대표팀 차출과 발등 부상으로 인해 이제야 데뷔했다. 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춘지는 불과 4일째. 상대는 최강 우리은행. 박지수에 대해서만큼은 호평 일색이었다.
그렇다면 박지수가 흘린 눈물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박지수는 "핑계 아닌 핑계 같지만 훈련한지 4일 정도밖에 안돼 언니들과 호흡이 맞지 않았다. 솔직히 뭘 해야할지 몰랐다. 자신있게 플레이하지 못했다. 나 때문에 득점을 준 것도 많고 언니들과 토킹(talking)이 안돼서 준 게 너무 많은 것 같아 언니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가 우리은행이니까 오히려 잃을 게 없으니까 부담없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감독님께서도 화려한 데뷔전이 안될 수도 있다고 하셔서 나도 욕심을 내려놓고 팀에 보탬이 되고자 했다. 그러나 자신있게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언니들에게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해 그게 쌓인 것 같다"며 눈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팀 플레이에 녹아들 준비 시간이 부족했고 상대는 강했지만 이와 무관하게 박지수는 더 잘하고 싶었다는 뜻이다.
박지수는 "주위에서 기대가 많았다. 기대를 많이 받다 보니까 나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것 같다. 신인 치고는 잘하지 않았나 주변에서는 말할 수도 있지만 나 자신은 실망한 경기인 것 같다"고 했다.
박지수는 올해 6월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를 상대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대회 리바운드 공동 1위(10.8개), 블록슛 3위(1.6개)를 차지하며 한국 농구를 이끌어 갈 차세대 빅맨으로 주목받았다.
또 박지수는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정상급 프로 선수들의 실력을 미리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뛰어보니 프로는 달랐다. 존쿠엘 존스와 매치업할 때는 신인이니까 할 수 있는 애교섞인 실수도 했다.
박지수는 "너무 달랐다. 벤치에서 프로 경기를 보니까 몸싸움이 강하더라. 몸싸움을 염두에 두고 플레이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도 힘에서 밀리니까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며 "존스는 정말 컸다. 존스 선수의 머리카락이 너무 길어서 머리카락 때문에 앞이 안 보여 점수를 주기도 했다.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며 웃었다.
박지수는 자신의 데뷔전 점수를 100점 만점 중 10점으로 평가했다. 그만큼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4쿼터에 보여준 박지수의 활약은 미래를 기대하게끔 했다. 박지수는 양지희를 제치고 돌파해 레이업을 성공시켰고 수비가 자신에게 몰리자 동료의 득점을 살리는 어시스트도 했다. 오히려 경기가 진행될수록 여유를 찾는 모습이었다. 안덕수 감독도 "차츰차츰 코트에 적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지수는 "초반에는 내가 실수를 하나 하면 팀에 큰 영향을 준다는 생각에 위축됐다. 점수가 벌어지고 더이상 위축될 게 없다고 생각해서 자신있게 플레이 했다"고 말했다.
이제 데뷔전이 끝났다. 첫 경기 상대가 최강 우리은행이었고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력이 나아졌다는 점은 앞으로 박지수에게 많은 자신감을 심어줄 것이다. 박지수는 실망했지만 KB스타즈는 물론이고 심지어 상대인 우리은행마저도 박지수에게 실망하지 않았다. 한국 여자농구의 새로운 미래는 이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