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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風에도 끄떡없는 친박…비박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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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결집력에 또 무릎…경선 뛰어든 마당에 탈당 명분 약해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친박계 정우택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선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 새 원내대표에 친박계를 등에 업은 정우택(4선‧청주시 상당구) 의원이 선출되면서 비박계의 탈당 가능성에 따른 내분이 격화될 전망이다.

16일 원내대표 선거는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후폭풍의 연장선상에서 치러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로 '폐족' 위기에까지 몰린 주류 친박이 패배하는 게 국민 눈높이에선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당내 경선의 특성상 철저한 조직과 세력싸움 양상을 띠며 결과는 정반대였다.

친박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강한 결집력과 생존본능을 발휘하며 당의 투톱 지휘부 가운데 한 축을 선점했다.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마당에 당권마저 빼앗기면 그야말로 설 곳이 없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에 오로지 '생존'을 목표로 총력전을 편 것이다.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가 당선 소감에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며 사즉생(死卽生)을 말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친박은 선거 전략상으로도 비박을 능가하는 노회함을 보였다.

계파색이 옅은 정 원내대표를 앞세우고 정책위의장으로는 선수가 낮은 이현재(재선‧경기 하남)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묶었다. 이 의원은 탄핵 선거에서 찬성표를 던졌음에도 과감히 기용했다.

정 원내대표의 메시지도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성향 의원들을 겨냥해 '반목 대신 화합'을 강조하며 안정감을 주려 했다.

반면 비박계는 '할 때까지 해보고 안 되면 탈당하자'는 기본 태도부터가 치열함이 떨어졌다.

전략 측면에서도 원내대표 후보로 나선 나경원(4선‧서울 동작을) 의원은 '가짜 보수 척결'이나 당 자산의 '국고 귀속'을 외침으로써 중간 표심을 빗겨갔다. 외부의 시선을 너무 의식해 원내 선거임을 잊은 것이다.

당내에선 40대 중반의 김세연(3선‧부산 금정구) 의원을 정책위의장 후보로 세운 것도 뛰어난 역량과 성품에도 불구하고 장유유서를 따지는 당 분위기를 읽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결과 나 의원은 55표를 얻는데 그치며 탄핵 찬성표인 62표+α에도 못 미쳤다. 오히려 62표는 친박계를 대표한 정 원내대표의 차지가 됐다.

결국 압도적 탄핵 가결 이후 승기를 쥐는 듯했던 비박이 다시 무릎을 꿇으면서, 그간 공공연히 예고했던 탈당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거론될 상황이 됐다.

이르면 다음주 초에 있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까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비박의 승산은 여전히 낮다. 비대위원장을 추인하는 전국위원회는 7대3 정도로 여전히 친박 우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제 탈당‧분당은 정해진 수순이 됐지만 막상 이를 결행할 동력과 모멘텀을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위야 어찌됐든 경선에 이미 뛰어든 마당에 탈당에 나설 명분이 약하고, 정우택 원내대표 체제가 공세적인 유화 조치를 통해 비박을 주저앉히려 할 가능성이 예상된다.

정 원내대표는 이미 친박실세의 2선 후퇴를 강력히 요구하고 중도‧비주류 추천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이럴 경우 새누리당은 해체 수준의 재창당은 고사하고 인적 청산마저도 어렵게 되면서 탄핵 이전 상태로 회귀할 수도 있다. 당내 싸움을 지켜보며 잠시 유보했던 촛불민심의 심판이 다시 임할 수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새누리당이 해체돼야 할 이유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다"고 깊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비박도 잠시 친박과의 차별화에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 '초록은 동색'이란 비판에 공멸 위기에 몰릴 처지다.

비박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원내대표 경선을 보이콧 했어야 했다"며 "이제 끓는 물속의 개구리가 될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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