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전인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세월호 유가족인 박은희 씨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수정 기자)
"(국회가) 탄핵안을 통과시키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부결된다면 이 여의도는 새누리당의 무덤이 될 것이다"찬성 234표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기 전인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 고 유예은 학생 어머니 박은희 씨가 힘주어 말했다.
노란 점퍼를 입고 단상에 오른 박은희 씨는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의 몸통인 박근혜 대통령과 여전히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새누리당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박 씨는 "(일부 새누리당 의원이) 의혹만으로는 대통령을 탄핵시킬 수 없다고 한다. 웃기다. 의혹만으로 자식 잃은 부모들을 종북으로 몰던 자가 누군가. 박근혜와 새누리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아이들과 가족이 죽어가는 그 7시간 동안 박근혜는 아름답게 식사를 하며 여유롭게 TV를 보고 머리를 만졌다고 한다. 우리 가족들은 그리고 온 국민은 시시각각 어떻게 이 일이 진행되는지 가슴을 졸이며 씻지도 못하고 음식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이게 사람 아닌가 어떻게 국민이 수백명이 죽어가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를 만질 수 있단 말인가. 이것만으로도 탄핵사유라고 생각한다. 맞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박 씨는 "2014년 11월, 특별법이 수사권, 기소권이 없는 빈 껍데기로 만들어질 때 바로 저 곳(국회)에서 야당과 여당이 웃으며 특별법 통과를 기뻐하고 있을 때 저희 가족들은 오열을 했다. 오늘 저희 가족들이 국회에 가 있다. 이제 탄핵이 가결이 되고 새해를 맞으면 저희 가족들은 다시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만들 것이다. 수사권, 기소권이 들어간 특별법을 만들어서 김기춘, 우병우, 이런 미꾸라지 같은 새끼들 꼭 벌을 주고야 말겠다"고 해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박 씨는 "초등학생들도 저희 부모들에게, 먼저 간 언니오빠들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이것이 국민들의 마음이자 생명을 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마음이 아닌가. 저 피도 눈물도 없는 새누리당이 오늘도 국민을 대표하지 않으면 저희는 가만 있지 않겠다. 인간같지 않은 것들은 이곳에 발도 못 붙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9일 오후,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찬성 234표로 가결시켰다. (사진=이한형 기자)
그러면서 "어쩌면 앞으로 더 거칠고 차가운 바람이 불 수 있다. 하지만 저희 416 가족은 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더 힘차게 걸어갈 것"이라며 "지난 3년 간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 저 하늘을 보며 우리 아이들에게 다시 한 번 더 약속해 주시기 바란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바꿀 것이다'라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트랙터를 몰고 여의도에 입성한 소위 '전봉준 투쟁단', 전국농민회총연맹의 김영호 의장은 "박근혜, 새누리, 언론부역세력을 몰아내야 되지 않겠나! 요즘 또 (촛불집회 참여한다고) 종북이라고 몰아붙이는데 그럴 때 광장을 떠나시겠나!"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청와대 뒷골목에선 재벌과 새누리당, 박근혜 일패가 농민과 노동자의 피를 빨아먹지 않았나. 이제는 농민들, 노동자들을 위하고 남과 북이 평화롭게 함께 사는 정치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때까지 올 겨울 광장에서 신나게 재미있게 싸우자. 저희 농민들, 전봉준 투쟁단도 국민들과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 "박근혜 퇴진시키고 언론부역자 청산하자!"
9일 오후,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의 주최로 열린 탄핵 촉구 집회 무대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성재호 본부장이 올라와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이날 무대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꼽히는 '언론' 노동자도 올라와 발언을 했다. KBS노동조합과 함께 어제(8일) 오전 6시부터 '공정방송 쟁취와 보도참사·독선경영 심판을 위한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성재호 본부장이 그 주인공이었다.
성 본부장은 "국민들은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3곳을 꼽는다. 새누리당, 재벌, 바로 언론이다. 그 중 공영방송이 바로 공범이다. 오늘 박근혜 탄핵과 함께 새누리당은 역사의 심판을 받고, 재벌들은 청문회장에서 속 시원하게 말하진 않았지만 개망신을 당했다. 그런데 세 번째 공범인 언론부역자들 어느 한 사람도 역사의 단죄를 받지 않은 채 숨었다"고 말했다.
성 본부장은 "2008년 KBS에 경찰 수백 명 투입해서 사장을 몰아낼 때 몸싸움하면서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2012년에도 MB가 내려보낸 낙하산 사장 막아보려고 싸웠지만 역부족이었고, 2014년 세월호 사태 이후 사장을 내쫓아봤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때뿐이었다. 왜 그런가. 사장을 쫓아내도 또 청와대가 낙점한 사장과 이사장을 내려보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 본부장은 "이 낙하산들을 싹쓸이하지 않으면 공영방송이 국민 품으로 돌아올 수 있나"라며 "박근혜 탄핵시키고 언론부역자 청산하고 방송법을 개정해야 한다. 사회 곳곳에 박혀 있는 박근혜 체제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