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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로몬] 세월호 재구성…박근혜가 침묵한 4시간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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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로몬은 쓸모있는 것만을 '즐겨찾기' 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 입니다. 풍부한 맥락과 깊이있는 뉴스를 공유할게요. '쓸모 없는 뉴스'는 가라! [편집자 주]

세월호 참사 당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청와대 사진제공)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발생을 보고 받았음에도 머리 손질을 하느라 골든타임을 허비했다는 정황이 나온 겁니다.

2013년부터 박 대통령의 머리 손질을 담당했다는 미용실 원장 정모씨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박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을 앞두고 일부러 흐트러진 머리를 연출했다는 증언이 나오자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한 온 국민이 분노했습니다.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구체적인 증언이 나온 것은 처음인데요, 청와대의 공식 해명과 정 원장의 증언을 토대로 박 대통령의 하루를 재구성해봤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 화면 캡처)

 



■ 오전 10시 ~ 오전 10시 30분

"제가 (머리 손질을) 하긴 했어요. (아침에 하긴 하셨어요?) 네."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했느냐는 SBS 기자의 질문에 정 원장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정 원장은 평소 아침에 청와대에 들러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한 뒤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강남의 청담동 미용실로 돌아간다고 하는데요.

종로구에 있는 청와대와 청담동 미용실까지의 거리가 차로 40여분 걸리고, 박 대통령 특유의 '올림머리'를 완성하는 데 대략 1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계산하면, 아마도 박 대통령은 오전 9시 전후로 첫 머리 손질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오전에는 계약직 미용사가 출입한 기록이 없고, 박 대통령은 오후 한 차례 20분 가량 머리 손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습니다만, 정 원장의 증언과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의문은 여전합니다.

자, 이제 청와대가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세월호 당일 이것이 팩트입니다'를 살펴봅시다.

대통령이 국가안보실로부터 최초로 세월호 참사 관련 '종합 서면보고'를 받은 시각은 오전 10시입니다. 머리 손질이 끝난 직후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전 10시 15분, 박 대통령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첫 지시를 내렸습니다.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누락 인원이 없도록 하라"

오전 10시 22분, 박 대통령은 김 실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샅샅이 뒤져서 철저히 구조하라"고 추가 지시를 내렸습니다.

오전 10시 30분, 이번에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특공대를 투입해서라도 인원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모든 지시는 청와대 본관이 아닌 관저 집무실에서 이뤄졌습니다.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도 출근하지 않고 '사택'에 머물면서 전화기만 돌린 겁니다.

참사 당일 오전은 인명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이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박 대통령은 오후 2시 57분까지 아무런 추가 지시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2시 57분까지 4시간 27분이 비어 있습니다. 그 시간, 박 대통령은 왜 출근도 하지 않고 관저 집무실에만 머무르고 있었던 걸까요?

■ '침묵'의 4시간 27분

(그래픽 디자인=강인경)

 



추적해봅시다. 오전 10시 36분, 박 대통령은 정무수석실로부터 70명을 구조했다는 서면 보고를 받았습니다. 실시간 대면 보고가 아니다보니 자연스레 위기 판단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무수석실에서 서면 보고를 올렸더라도 박 대통령이 곧바로 확인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물론 배제할 순 없겠죠.

이후에도 박 대통령은 서면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오전 10시 40분 구조 진행상황을 놓고 안보실과 정무수석실이 상충되는 내용의 보고를 올렸음에도 박 대통령은 혼선을 확인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전 10시 40분을 기준으로 안보실은 106명이 구조됐다고 서면으로 보고한 반면, 정무수석실은 133명이 구조됐다고 서면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계속 보고를 받기만 했습니다.
오전 11시 20분 안보실 서면 보고(161명 구조)
오전 11시 23분 안보실 유선 보고
오전 11시 28분 정무수석실 서면 보고(477명 탑승, 161명 구조)

낮 12시 무렵이 되자 박 대통령은 평소처럼 관저에서 점심을 먹었다고 합니다. 2008년부터 청와대 조리장으로 일해온 A씨가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일반적으로 박 대통령은 TV를 보며 혼자 식사한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사망자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낮 12시 5분 정무수석실의 서면 보고를 통해서였습니다(그때 서면 보고를 확인했다고 전제할 경우입니다).

상황의 엄중함을 깨달았을 박 대통령, 이번에는 바로 지시를 내렸을까요? 아니오. 아이러니하게도 청와대가 연락한 곳은 청담동 미용실 정 원장이었습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정 원장은 낮 12시쯤 청와대로부터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해야 하니 급히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오후 12시 33분 정무수석실 서면 보고(1명 사망)
오후 1시 7분 정무수석실 서면 보고(2명 사망)
오후 1시 13분 국가안보실장 유선 보고(총 370명 구조했다고 잘못 보고)

답답했던 걸까요? 박 대통령이 드디어 김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대응하라는 지시 없이 구조 진행상황만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오후 2시 50분, 김 실장은 190명을 추가 구조했다는 소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박 대통령에게 유선으로 보고했습니다.

그리고 7분 뒤인 오후 2시 57분 드디어 박 대통령이 김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를 내렸습니다. 생존자 구출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라는 내용일 것으로 예상되시죠? 불행히도 아닙니다.

'구조 인원 혼선에 대한 질책과 통계 재확인 지시', 풀어 설명하자면 왜 보고를 똑바로 못하느냐, 정확한 통계가 어떻게 되느냐는 내용으로 이른바 '숫자'를 파악하라는 지시였습니다.

세월호 실종자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자료사진)

 



■ 오후 3시 ~ 마지막 서면 보고

박 대통령이 중대본 방문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은 오후 3시에 이르러서였습니다. 오후 3시 22분, 정 원장은 청와대에 도착해 박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 아니 부스스한 머리를 연출하기 위해 올림머리를 '해체'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겨레는 당시 상황을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머리 손질에 90분이 걸린 것으로 안다"고 보도했지만, 청와대는 "90분이 아니라 20여분"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어찌됐건 정 원장은 1시간 27분 간 청와대에 머물다 돌아갔습니다.

오후 3시 30분, 정무수석실 서면 보고(사망자 2명)
오후 5시 11분, 정무수석실 서면 보고(잔류자 구조방안 등)

오후 5시 15분, 중대본에 방문한 박 대통령은 호된 질책과 함께 '역대급 어록'으로 평가 받는 그 유명한 지시를 내렸습니다.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박 대통령은 중대본 방문 이후 관저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정무수석실로부터 세 차례의 서면 보고를 받고 하루를 마감했는데요, 수백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던 중차대한 상황에서 왜 안보라인이 아닌 정무수석실이 보고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잃어버린 7시간'을 보도했다가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기억하시죠? 가토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법정에서 재판장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국가기관으로서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구조 활동에 관해서 필요한 모든 지시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중략) 대통령의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의 행적은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한다"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체육관에서 애타게 구조 소식을 기다리면서 가슴을 치고 오열했던 7시간, 아니 4시간 27분 동안 당신은 왜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은 채 침묵했나요? 이러려고 대통령이 된 건 아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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