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대국민 담화에서 퇴진 여부를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며 공을 국회에 넘기자 시민들은 또한번 격분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일관된 책임 떠넘기기에 질려버린 시민들은 6차 촛불집회 등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더 높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 "껍데기 사과로 기만" 성난 민심
29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번 담화에 대해 시민들은 대국민 사과가 아닌 '시간끌기용'으로 박 대통령에게 기만당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남 모(41) 씨는 "국면 전환용 담화같은데 국민을 기만하는 느낌"이라며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말을 기다렸는데 끝까지 안 했다"고 꼬집었다.
박 모(20) 씨는 "명확한 단어를 썼으면 한다"면서 "정확히 하야하겠다든가, 퇴진하겠다든가, 지금은 시간끌기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무책임한 모습에 실망스럽다는 평가도 나왔다.
강 모(26) 씨는 "계속 본인의 책임이 아니라 주변 사람 관리 못한 책임이라고 하는데 어쨌든 본인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 책임을 지고 즉각 하야 하길 바랬다"면서 "국회에 (공을) 넘기겠다는 거 자체가 책임 통감하는 모습 아니어서 실망"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이라고 밝힌 황 모(27) 씨는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대통령이 아직도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회에서 거취를 결정하라는 거 같은데 국회에 내분을 일으키려는 의도로 보이고 시국을 더 피로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 6차 촛불집회 강행…대통령 퇴진 목소리 더 커져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5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차 대국민 담화는 주말 촛불의 심지를 더 굳게 만들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으로 본다"면서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특히 퇴진시기를 명확히 밝히라며 다음달 3일인 이번 토요일 열리는 6차 촛불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민행동 측은 "5주 연속 거리로 나선 수백만 국민들을 더 외면할 것이냐"며 "더 큰 혼란을 만들지 말고 즉각 퇴진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30일로 예정된 '총파업 결의대회'와 '시민불복종의 날 범국민 촛불문화제' 총파업도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대통령이 퇴진 시기를 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국회에 맡긴 것인데 이는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며 "고도의 정치적 기법으로 담화문을 작성했다"고 비판했다.
파업에 참가하지 못하는 일부 시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퇴진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취업준비생인 김 모(24) 씨는 "이제 거리에 나가는 것 만으로는 한계를 느낀다"면서 "현수막이라도 걸고 대통령이 보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모(21) 씨는 "소등 저항처럼 박 대통령이 사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는 뭔가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샘솟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