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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푸미폰 왕 서거 한 달…단결해 슬픔 이겨내는 국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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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1-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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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소 '검은 옷' 행렬 이어져, 조문하려고 이틀 기다리기도

태국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서거한 지난 10월 13일 이후 한 달여가 지났지만, 태국 국민들의 슬픔은 아직 채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24일 한·아세안 언론인 교류 사업차 태국을 방문한 취재진이 찾은 방콕 왕궁 근처 사남루앙의 조문소는 검은 옷을 입은 조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난 24일 푸미폰 국왕 분향소를 찾은 태국 국민들의 모습이다. 이 분향소에는 국왕 서거 한 달이 지난 현재도 하루 3만여명의 시민들이 찾고 있었다. (태국=외교부 공동취재단)

 

아직도 하루 평균 2만 5천명~3만명 정도가 조문을 하기 위해 이 곳을 찾는다. 조문소에 들어가기 위해 주변 담장을 따라 검은 옷을 입고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입구에서 간단한 소지품 검사를 하고 조문소 안으로 들어와도 길게는 이틀 정도 기다려야 비로소 조문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조문소 한 켠에서는 정부의 허가를 받은 자원봉사자들이 무료 식사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들은 천막을 설치하고 국수나 만두같은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사람들은 이 곳에서 음식을 받아 질서있는 분위기 속에서 조문 차례를 기다렸다.

푸미폰 국왕 분향소 입구에서 시민들이 분향소에 들어가 대기하기 전 국수를 받아가는 모습이다. 무료 급식소는 기본적으로 태국 정부에서 운영하지만 최근에는 정부의 허가를 받은 시민단체나 봉사단체에서 운영하기도 한다.(태국=외교부 공동취재단)

 

태국 정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정부에서 무료 급식을 나눠주지만, 장례식장을 찾는 국민들이 늘면서 정부 허가를 받은 시민단체나 자원봉사자들도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세안군의학센터가 운영하는 진료소도 조문소 내부에 설치돼 있다. 아세안 국가 간 군사의료 협력 체계를 구축한 아세안군의학센터는 대형 사고나 자연재해 발생시 신속하게 의료지원팀을 보내 대응하는 일을 한다.

푸미폰 왕의 조문소 역시 '웜존(warm zone)'으로 구분돼 진료소가 설치됐다. 날씨가 더운데다 오랜시간 기다려야 해, 자칫 환자가 생길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 약 100평 남짓한 규모의 천막 안에는 10여명 정도의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고, 몸에 이상을 느낄 경우 쉬었다 갈 수 있는 간이침대도 10여개 설치돼 있었다.

태국 방콕 사남루앙 광장 내 위치한 고(故)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 분향소에 마련된 아세안군의학센터 진료소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 24일 아세안군의학센터 소속 군의관들이 진료소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모습이다.(태국=외교부 공동취재단)

 

푸미폰 왕의 서거는 태국 국민들에게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태국은 1932년 절대왕정을 마감하고 입헌군주제로 전환했지만, 푸미폰 국왕은 단순한 상징역할에 머물지 않았다. 푸미폰 왕은 생전에 소탈하고 국민에 대한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으로 국가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또다른 태국 정부 관계자는 "단순히 왕이었기 때문에 존경을 받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맹인들을 위한 행사에 가서 맹인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그냥 자신을 편하게 '폰'이라고 부르라면서 격의 없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들에게 존경받을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태국 국민들이 진심으로 슬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남루앙 조문소 뿐 아니라 방콕 시내 전체가 조문소가 된 듯 보였다. 길가 담장마다 검은색과 하얀색의 추모 리본으로 장식돼 있었고, 관공서는 물론 일반 상점에도 푸미폰 왕의 사진을 금색 틀로 장식한 작은 조문소가 설치됐다.

태국 공무원들은 푸미폰 왕 서거 이후 1년동안 검은 옷을 입어야 한다. 집중애도기간은 끝났지만, 일반인들 역시 검은색이나 하얀색 옷을 차려입고 왕의 서거를 슬퍼하는 모습이었다.

푸미폰 국왕 분향소가 마련된 태국 방콕 사남루앙 광장 인근 모습이다. 국왕의 서거를 기리기 위한 대형 영정사진이 시내 곳곳에 설치돼 있다. (태국=외교부 공동취재단)

 

백화점 옷가게의 쇼윈도우에는 화려한 색의 옷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달 서거 직후 태국 유니클로에서는 검은 옷들이 모두 동나는 사태까지 일어났었다고 한다. 옷을 새로 구입할 여유가 없는 서민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옷을 물들여 입기도 한다.

시민 포티(여·26)씨는 "가끔 다른 색의 옷을 입었다고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검은 색의 추모리본을 달면 괜찮다. 돈이 없거나 각자의 사정이 있어 검은 옷을 입지 못하는 사람도 리본을 달면 추모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미폰 국왕 분향소에 들어가기 위해 근처에서 앉아 쉬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이다. 장시간 대기로 열사병에 걸릴 수 있는 환자들을 위해 간호학교 학생들이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태국=외교부 공동취재단)

 

어려움 속에서 국민들의 단결력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최근 우리나라 국내 상황과 닮아 있기도 하다. '최순실 사태'와 함께 국민들의 질서있는 촛불집회가 화제가 되고 있 듯이, 태국도 국왕의 서거라는 슬픔을 국민들이 함께 단결해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 야누판 마크(26)씨는 태국의 옐로셔츠(반정부세력)와 레드셔츠(친정부세력)의 대립을 언급하며 "예전부터 정치 문제가 있었지만, 이번 국왕 서거를 계기로 전체 국민들의 마음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가 분명해진 것 같다. '축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태국 사람들이 똑같은 마음으로 모일 수 있는 자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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