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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도 AI 피해자"…초동방역 실패하고 철새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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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AI 분석 보고서, 판에 박힌 책임회피 논리....철새가 1차 책임

 

NOCUTBIZ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경기와 충북, 전남 등 서해안 벨트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번 AI는 그동안 국내에서 출현하지 않았던 고병원성 H5N6형으로 전염성이 매우 강한 것이 특징이다.

방역당국은 철새에 의해 전파됐고 사람과 차량에 의한 2차 전파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런데, 방역당국의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초동방역에 실패해서 수평전파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H5N6형 바이러스는 이미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대유행하며 국내 전파 가능성이 높았지만, 지난달 28일 철새 분변에서 최초 발생하고 21일이 지난 뒤에야 가축방역심의회를 개최하는 등 늑장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 AI 발생 일지

이번 AI(고병원성 H5N6형)는 10월 28일 충남 천안시 봉강천 일원에서 수거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최초 발생했다. 이후 11월 10일 전북 익산시 춘포면 만경강에서 포획한 야생조류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 둘 간의 기간은 13일이다.

하지만, 11월 16일 충북 음성군 육용오리 농장과 전남 해남군 산란계 농장에서 AI가 발생한 이후에는 확산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1일까지 AI 의심축 신고 농장은 모두 8개로 이 가운데 7개 농장이 고병원성 AI로 확진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전북 김제의 오리농장은 검사가 진행중이다.

이는 AI가 가금류 종사자와 차량 등에 의해 농장 간 수평 전파됐기 때문으로 의심하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AI 발생 농장의 농장주와 사료차량 등을 역학조사 결과 2차 수평 전파에 의한 발생은 없었고, 철새분변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땅에 떨어져 있던 철새 분변을 사람이나 차량이 밟은 뒤에 농장을 출입하면서 AI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AI 발생 농장 간 전파는 없었다“고 말했다.

◇ 초기방역 미흡에 따른 수평전파 가능성 제기

그러나 방역당국이 주장하는 철새에 의한 AI 전파에 대해 반박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충남대 수의학과 서상희 교수는 “방역당국이 우리나라 주요 철새 도래지에서 철새 분변 등 2천여 건의 시료를 채취해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중에서 천안시 봉강천에서만 단 한 건이 검출됐다“며 ”이는 철새에 의한 전파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또, “철새도 어찌 보면 AI의 피해자로 볼 수 있다”며 “이번 AI는 이미 지난 4월 이전에 국내에 유입된 바이러스가 여름철에 잠복하고 있다가 기온이 떨어지면서 발병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바이러스가 철새에 의해 유입됐는지 아니면 여행객들에 의해 들어왔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사람과 차량에 의해 마구 옮겨지면서 곳곳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출현했기 때문에 이번처럼 순식간에 동시다발적으로 AI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따라서 “이번 AI는 명백하게 방역을 잘못해서 발생한 것이지 철새 탓으로 돌려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느슨해진 정부 당국의 늑장대처가 고병원성 조류 독감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10월 28일 첫 H5N6 AI바이러스가 발견됐을 때 정부는 대체 어떻게 대처했냐”며 “초동방역 조치를 잘못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농식품부는 10월 28일 철새 분변과 11월 10일 포획한 철새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최초 발생 21일 뒤인 11월 18일 가축방역심의회를 개최하고 일시이동중지(스탠드스틸) 명령을 발동했다.

◇ 철새가 1차 책임, 수평전파는 2차 원인....판에 박힌 책임회피 논리

여기서 다시 한 번 주목해야 하는 대목이 있다. 방역당국이 이번 AI 발생 원인이 철새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지난 2014년 1월 AI가 발생했을 때도 똑같은 논리를 폈다는 사실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7월 4일 수의과대학과 생산자단체 관계자 등 32명이 참석한 가운데 역학조사위원회 AI 분과위원회를 개최했다.

역학조사위원회는 회의 결과, 지난 2014년 1월 국내 최초로 발생한 H5N8형 AI의 1차(~2014년 7월29일) 원인은 중국 등 해외로부터 야생조류(철새)에 의해 유입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 했다.

이어 발생한 2차(2014년 9월24~2015년 6월10일)와 3차(2015년 9월14일~11일15일), 4차(2016년 3월23일~4월5일) 원인은 잔존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전체 AI 발생 393건 가운데 야생 조수에 의한 직접 전파는 73건 18.5%에 불과하고, 차량에 의한 전파가 114건(29%)으로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축산 종사자 전파가 91건(23.1%), 인근전파 62건(15.7%), 가금 이동 및 중개상인이 42건(11%), 계열관리 6건(1.5%) 순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를 종합하면, AI 발생의 최대 책임은 철새에 있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고, 나중에 가금류 종사자와 차량에 의해 수평전파가 진행됐지만 이 또한 불가항력적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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