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김연아 (사진=노컷뉴스)
한국 수영의 간판 스타 박태환이 지난 5월부터 리우올림픽 출전을 두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갈등을 벌일 때 일각에서는 이런 말이 나왔다.
박태환은 이미 국제수영연맹(FINA)로부터 18개월 징계를 받았다. 약물 징계를 받은 선수는 3년간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박태환에게 적용해 이중 징계를 내리는 것이 부당하지 않느냐,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국가대표 선발 규정이 강화됐기 때문에 문체부가 어떻게든 조항 적용을 고수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박태환은 국가대표 선발 규정 때문에 하마터면 리우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뻔 했다.
강화된 국가대표 선발 규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에서 비롯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3년 체육계의 비정상적 관행을 뜯어 고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약물 복용이 검출된 선수는 징계 이후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조항이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포함됐다.
당시 전국체전 태권도 서울시 선발전에서 편파판정으로 패한 한 고등학생 선수의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문제삼아 체육계의 비리 척결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알고 보니 2013년 4월 승마대회에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가 우승하지 못하자 경찰이 대회 심판들을 조사했고 청와대에서 문화체육관광부에 승마협회 감사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박태환의 발목을 잡을뻔한 국가대표 선발 규정은 '최순실 게이트'와 무관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당시 여론은 박태환의 편이었다. 박태환의 약물 복용에 따른 비판과는 별개로 이중 징계는 부당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많았다. 또 박태환의 변호인 측은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중재에 들어가면 박태환이 무조건 승소한다고 확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체부가 어떻게든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막으려고 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도록 협박했다는 것이다.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반대하는 문체부의 당시 입장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었다. 전세계적으로 스포츠계가 이중 징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문체부가 몰랐을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체부는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막으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에서 비롯된 새 규정을 어떻게든 지키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있었고 체육계 정화 지시가 결국은 정유라에게서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은 커진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2015년 대한체육회가 선정한 스포츠영웅 리스트에서 제외됐을 때도 온갖 소문이 무성했다.
김연아는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선정위원회가 각계 추천을 받아 최종 12명의 인터넷 국민투표 후보자를 정했고 김연아는 대한체육회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인터넷 투표에서 82.3%의 지지를 받아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투표 결과가 반영된 최종 후보자 업적평가 점수에서도 김연아는 1위였다. 그러나 탈락했다.
그해 국정감사에서 스포츠영웅은 50세 이상 선수를 대상으로 해야한다는 선정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김연아가 탈락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나이 제한 규정은 이전에는 있었다. 그해부터 사라졌다. 그런데 존재하지도 않는 나이 제한 규정을, 그것도 투표 이후에 적용한 셈이다. 절차가 합리적이지 않았다.
김연아가 2014년 11월 '최순실 게이트'의 한 단면 중 하나인 늘품체조의 시연회에 초청을 받고도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것이 다음해 스포츠영웅 탈락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최순실의 최측근 차은택과 문체부의 합작품 늘품체조의 홍보를 돕지 않아 정부, 더 나아가 최순실 일가에 찍힌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후 과정도 합리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같은 의혹은 설득력을 얻는다. 2015년 심사 이후 만약 50세 규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 규정을 추가하면 됐다. 그러나 김연아의 탈락으로 들끓었던 여론을 의식했는지 나이 제한 규정은 추가, 보완되지 않았다. 김연아는 2016년 스포츠영웅이 됐다. 김연아를 2015년 심사에서 탈락시키기 위해 급히 말을 지어낸듯한 정황이 뚜렷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