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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땅에 뿌린 사랑…'순종'이 불러온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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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전쟁의 상흔 어루만지는 이방인 선교사들

영화 '순종'에 출연한 김은혜 선교사. (사진=CBS 제공)

 

'선교사'하면 몇 가지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복음, 하나님, 순교.

그러나 실제로 네 차례 단기 선교를 다녀 온 기자의 경험에 비춰보자면 '선교'와 가장 가까운 것은 '삶'이다.

그곳에 당도하는 순간, 자기 중심적인 삶의 양식을 내려 놓고, 온전히 선교지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아픔도, 기쁨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어떤 씨앗이든 뿌릴 수 있다. 그러나 나를 이루던 모든 것을 내려 놓는 행위는 결코 쉽지 않다.

CBS가 최초로 제작에 참여한 다큐멘터리 영화 '순종'에는 그런 삶을 실천하고 있는 평신도 선교사 2인이 등장한다.

'순종'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보여주는 공간은 우간다 딩기디 마을과 레바논에 위치한 시리아 난민캠프다.

이곳에 사는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마음 속에 전쟁의 상흔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딩기디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반군에게 가족을 잃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고, 시리아 난민캠프의 난민들은 IS(이슬람국가)가 자행한 학살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두려움은 악몽처럼 그들의 삶을 지배하고 쫓아 다닌다.

빛 한 줌 들지 않을 것 같은 어둠과 절망의 대로 한 가운데. 딩기디 마을의 김은혜 선교사와 난민캠프의 김영화 선교사는 그들 앞에 불을 밝혀주는 길잡이다.

흔히들 선교의 기능이라고 생각하는 교육이나 의료 혜택이 전부가 아니다. 선교사들은 피를 나눈 가족처럼, 말이 잘 통하는 이웃처럼 현지 사람들과 교감한다.

아플 때는 누구보다 먼저 울고, 기쁠 때는 누구보다 먼저 축하한다. 인종과 역사, 언어 모든 조건이 다르지만 서로를 향해 공감하는 마음의 깊이는 한없이 깊다.

영화 '순종'에 출연한 김영화 선교사. (사진=CBS 제공)

 

선교사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은 마음 속에 각자 곪은 상처들을 품고 있다. 그것은 때로 부모에 대한 슬픈 원망이기도 하고, 사무치는 그리움이기도 하다.

현지인들의 상처를 돌보면서 선교사들은 자신의 상처를 돌아 보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이 어머니와 생이별한 난민캠프의 알리와 노부모를 두고 시리아로 온 김영화 선교사는 닮아 있다. 결국 딩기디 마을에서 삶을 마감한 김종성 목사의 딸 김은혜 선교사와 그를 기억하며 추모하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은 닮아 있다.

김은혜 선교사는 평생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삶을 마을에 와서야 이해했고, 김영화 선교사는 떠나 온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알리와 함께 기타를 연주하며 흘려 보낸다. 약한 자들이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는 셈이다.

'왜 하필'이라는 의문은 너무도 많다. 사람들은 왜 하필 자녀들을 키울 학교도 없는 그 곳에, 목숨을 잃을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그 곳에 갔는지 질문을 던진다.

그들에게 대답은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로마서 12장 15절)는 이 짧은 성경 구절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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