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단독] '극장판 블랙리스트' 등장…"'다이빙벨' 틀면 지원 OUT"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다이빙벨' 상영 극장 지원 중단에 문체부 개입 첫 증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세월호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한 민간 독립영화전용관들을 정부지원사업에서 배제한 정황이 드러났다. 문체부 주도의 '극장 블랙리스트' 실체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의혹은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불거져 왔다. 문체부 산하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펼쳐 온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이 결국 실질적인 지원 중단 혹은 검열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영진위는 지난해 3월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지원사업 대상을 결정했다. 예상과 다르게 인디스페이스와 아리랑시네센터, 그 해 개관한 대구 오오극장 등 민간 운영 전용관들이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신 영진위는 기관에서 직영하는 인디플러스, 인디플러스 영화의전당, 문체부 산하기관인 한국영상자료원의 시네마테크 KOFA 등을 지원 극장으로 선정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려운 결과였다. 경영이 어려운 민간 운영 전용관을 배제하고, 공공기관 직영 극장에 지원금을 주겠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영진위는 지역 독립영화전용관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떨어진 세 극장은 지난 2014년 세월호 구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한 곳들이었다. 특히 인디스페이스의 경우, 영진위 사업 수행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던 상황이라 '보복성' 탈락 논란이 확산됐다.

'다이빙벨'을 상영한 예술영화전용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의 경우, 지원 사업 방식이 아예 바뀌면서 역풍을 맞았다.

영진위는 지난해 기존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사업을 폐지하고 예술영화전용관 유통배급 지원사업을 새롭게 실시했다. 지원 조건은 위탁단체가 선정한 24편의 영화를 매달 2편씩 의무 상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예술영화전용관들은 영진위가 직접 선정한 300~500편의 예술영화를 연간 219일 동안 자율적으로 상영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영화계의 반발은 거셌다. 극장 고유의 프로그램 권한이 침해당하고, 결국 영진위 입맛에 맞는 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하라는 이야기와 다름없다는 비판이었다. 당시 예술영화전용관들은 집단으로 영진위 선정 영화를 거부하고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독립영화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다이빙벨' 상영 이후인 2014년 말에서 2015년 초 사이에 문체부 직원이 독립영화인들을 찾아와서 '다이빙벨'을 상영한 영화관들에 대해 앞으로 지원이 없어질 것이다. 아무리 투쟁해도 바뀔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니까 자구책을 모색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정책이 시행되기도 전, 이미 문체부에서는 이들 전용관들이 앞으로 처할 운명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관계자는 "그래서 저런 정책이 나왔을 때도 그 말대로 됐구나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우리를 걱정해서 알려준 것이고, 선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굳이 폭로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그냥 우리가 잘 싸워나가고 대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에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언대로라면 문체부에서는 김종덕 전 장관과 김종 전 차관이 함께 일을 하고 있던 시기다. 현재 김 전 장관과 김 전 차관은 문체부 내에서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관련된 각종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결국 영화 관련 정책마저도 정부 비판적인 영화와 이들 영화를 상영하는 전용관들을 불편하게 여긴 최 씨 사단의 뜻대로 흘러간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는 "최근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특히 문체부 쪽에 그들이 많이 개입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왜 영화계에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영화계를 죽이는 정책들이 시행됐는지 잃어버렸던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은 느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