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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짝처럼 '대국민 약속' 집어던진 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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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씨 국정농단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를 앞둔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55·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집어 던져 버렸다.

박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이 (박 대통령을) 서면 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부득이 대면 조사를 해야 한다면 횟수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15일 밝혔다.

검찰이 "16일까지는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마쳐야 한다"며 조사에 응할 것을 요구했지만, 하루 전에 검찰 조사 자체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최순실씨.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최순실 공소장에 '공범' 되는 순간, 박 대통령 '범죄 혐의자'로 전락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를 거부하고 버티기에 들어간 첫번째 이유는 오는 19일 기소 예정인 최순실씨와의 공범 관계를 최대한 피하려는 '꼼수'로 보인다.

검찰은 오는 19일이나 20일쯤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기소하면서 직권남용죄와 공무상비밀누설죄는 반드시 적용하고 뇌물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최씨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박 대통령은 직권남용 혐의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부분에서 최씨와 '공범 관계'에 놓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최씨는 두 혐의와 관련해 '종범'에 불과하지만, 박 대통령은 신분이 '공무원'이어서 사실상 '주범'에 해당한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을 경우, 설사 뇌물죄 공범관계를 적용받지 않는다해도 두 혐의 관련해서는 '공범 관계'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직권 남용죄와 공무상비밀 누설죄'의 종범(최순실)은 감옥에 들어가 있지만 '주범' 격인 박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신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속을 면하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따라 박 대통령은 공소장에 자신과의 관계가 적시되는 것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검찰 조사를 아예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 공소장에 어떤 혐의가 됐건, 공범관계로 기록되는 순간 박 대통령은 범죄 혐의자로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 도래하기 때문에 자신이 약속했던 검찰 조사를 헌신짝처럼 집어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박 대통령 버티기…"정치적 사망선고 받고도 몸부림"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거부한 두번째 이유는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고도 어떻든 생존을 모색하려는 몸부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미 국민으로부터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지만, 좀 더 버티다 보면 '협상'도 들어오고 생존의 길이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 상태라는 것이다.

한 법조인은 "지금 박 대통령이 외톨이이고 대통령 특권만 남아 있는 상태일 뿐 어느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환경인데도 버티기 전략에 들어간 것은 본인이 절대 하야하지 않고 생존하겠다는 몸부림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산소호흡기를 안떼고 뇌사상태를 유지하면서도 뭔가를 도모하려는 '무모한 도전'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판사 출신의 다른 법조인도 "박 대통령이 특검 조사를 이유로 검찰 조사를 거부한 것처럼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은 버티다보면 야당의 실수 등으로 반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실낱같은 기대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전열을 정비하겠다고 하면 시간이 갈수록 나라도 비극이고 본인도 비극에 빠질 수 밖에 없다"며 "청와대 참모진들이 아직도 현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대통령 앞에서 수첩만 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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