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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택의 기로에 놓인 국가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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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대통령 측근들의 입에서 대통령의 뜻에 따랐다는 진술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정호성(47·구속)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서는 박근혜대통령이 청와대 내부 문건을 “최순실씨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들으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도 발견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최순실씨의 최측근 차은택씨와 함께 광고사 강탈 의혹에 연루된 안종범 전 수석도 검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광고사 인주전에 개입했다”고 진술했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인수하도록 하는게 낫지 않겠냐는 대통령의 세세한 지시가 있었다는 언급과 함께 박 대통령이 지목한 업체는 차은택씨가 사실상 소유했던 ‘모스코스’라는 업체라는 진술도 검찰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들이 대통령 측근들 입에서 나오는 것에 남모를 배경이 있는 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이러한 진술이 사실이라면 상황은 심각하다.

각종 기밀문서가 청와대 밖의 사인(私人)에게 유출된 것과 미르-K스포츠재단의 수백억원 자금 모금, 그리고 차은택씨의 광고사 지분 강탈 의혹 등에 박 대통령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이 뒷받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통령에 의한 헌정유린 사태나 마찬가지다. 공조직을 무시한 채 경력도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비밀스런 인물들에게 국정운영의 상당부분을 의탁한 것은 대통령 스스로 정상적인 국정운영 시스템을 허물어뜨리는 행위에 다름아니다. 공직자가 아닌 사람들이 공적인 일을 주도하게 되자 정부가 추진한 각종 사업은 사익을 위한 놀이터로 변했다.

국민들의 관심은 온통 흔들리는 대한민국호의 운명에 쏠려있다. 국정의 동력은 방전되기 직전의 휴대폰 배터리처럼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국정 동력의 상실은 두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첫째 ‘권위와 신뢰’의 상실이다. 5% 지지율로 국민을 설득하고 끌고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권력은 민심의 바다위에 떠있는 조각배와 같아 권위와 신뢰를 잃으면 비틀거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에 의해 조종당하는 모습을 풍자한 미국 뉴욕타임즈의 만평처럼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해외에서도 조롱거리로 전락해 외치까지 빨간불이 켜졌다.

둘째 통치 조직의 동요다. 지난 2일 청와대가 김병준 총리,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사실을 발표한 이후 책임총리 추천 문제로 이슈가 옮겨가자 현 내각에는 총리와 총리 내정자, 부총리와 부총리 내정자가 동시에 존재하는 혼란스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실상이 드러나고 대통령마저 수사 대상에 오르자 공직사회도 동요하고 있다.

지난 9월 라오스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트럼프의 당선 등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이처럼 국정마비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따라서 리더십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게 급선무다.

대통령이 불소추 특권(헌법 제84조)에 의해 보호받지만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관련자들의 발언과 정황 만으로도 국정농단에 깊이 관여돼 있고 국가 최고 책임자로서의 권위를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방법은 두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2선후퇴 의지를 확실히 밝힌 뒤 총리에게 권한을 넘기는 것과 질서있는 퇴진에 나서는 것이다. 질서있는 퇴진은 조기 대선을 의미한다.

조기 대선은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인물이 1년 3개월 동안이나 국가를 통치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맞지 않다는 지적 때문에 대통령 선거를 내년 12월에서 크게 앞당기자는 취지다.

대한민국호(號)는 멈출 수 없기에 무너진 국가 리더십을 바로 세우는 일은 그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파를 떠나 청와대의 결단과 정치권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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