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방송된 KBS '개그콘서트'에서는 곳곳에서 최순실 패러디가 등장했다. '세.젤.예'(세상에서 가장 예민한 사람들) 코너에서 최순실 분장을 하고 나온 이수지 (사진='개그콘서트' 캡처)
방송가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다루는 것이 본격화 됐음을 알리는 신호일까.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꼽히는 최순실 씨가 주말 예능을 접수했다.
◇ 개콘, 코너 곳곳에 '최순실' 배치6일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의 '세.젤.예'(세상에서 가장 예민한 사람들)에서는 최순실 코스프레가 등장했다. 개그우먼 이수지는 흰테 선글라스에 흰 셔츠, 검은 클러치백과 스마트폰을 들고 나와 차림새에서부터 최 씨를 연상케 했다.
웨이터 역의 유민상은 손님인 이수지를 보자마자 "요즘에 떠들썩한 그분?"이라고 물었고, 이수지는 "저 그 사람 아니에요. 그 사람 같다는 말 몇 번을 듣는 거야 정말"이라고 받아쳤다. 유민상이 클러치백을 보고 "태블릿 PC 갖고 온 거 아니에요?"라고 물었을 때에도 이수지는 "이거 그냥 클러치백이에요"라며 부인했다.
이수지는 최 씨와 계속 선긋기하면서도 주요 단어에 발끈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독일에서 넘어 온 맥주'를 추천하자 "저 독일에서 안 넘어왔어요"라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예민한 손님들을 보고 "아니 왜 그래 쉴 새 없이 아주"라고 하는 유민상에게 "실세? 실세라뇨? 저 그 사람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나 그럴 능력도 없어요"라고 하거나, 유민상이 주문을 받고 "이대로 갖다드릴게요"라고 하자 "이대? 왜 제 앞에서 이대 얘기를 해요? 전 이대랑 아무 관련이 없어요"라고 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 않자 클러치백에서 태블릿 PC를 꺼내 "내 블로그에 올릴 것"이라고 하다가 "이거 내 것 아니다. 이게 왜 여기 들어 있어. 이거 내 친구 거다"라고 해명했다. 뜻밖의 태블릿 PC가 나와 당황한 이수지는 신발 한 짝을 놓고 도망치듯 나갔다.
짧은 꽁트에서 최순실 모녀가 독일에 머무르고 있었던 사실,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수정 등 국정에 개입한 흔적이 남아 있던 태블릿 PC의 존재, 딸 정유라 씨의 학사 특혜 의혹이 제기된 이화여대, 검찰 소환 당시 남긴 신발 한 짝 등이 빠짐없이 나온 셈이다.
'가족 같은'과 '1대 1' 코너에서도 최순실 언급은 계속됐다. 박휘순은 경찰서에 붙잡혀 있는 아들 송영길에게 곰탕을 사주겠다며 김준호에게 돈을 요구하면서 "요즘 곰탕 먹는 게 유행"이라고 말했다. '1대 1'에서 '~리'로 끝나는 단어 탐관오리에 대한 문제가 나오자 김태원은 "모든 걸 다 밝혀라 최순시리"라고 말해 관객들을 폭소케 했다.
◇ SNL "엄마 빽도 능력인 거 몰라?"
5일 방송된 tvN 'SNL코리아'에서는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그의 딸 정유라 씨를 연상케 하는 배역이 등장해 관객들을 폭소케 했다. (사진='SNL코리아' 캡처)
지난 주말 예능에서 '최순실 풍자'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프로그램은 5일 방송된 tvN 'SNL코리아 시즌8'이었다.
'2016vs1980' 코너에서 집주인으로 분한 김민교는 누가 봐도 최 씨를 떠올리게 하는 분장으로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세 들어 사는 정상훈은 김민교를 보자마자 "독일에서 언제 귀국하셨냐"라고 물었다.
갑자기 전세금을 올리겠다고 통보하고 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당장 나가달라는 김민교의 말에 정상훈이 너무하다고 하자, 김민교는 "죄송해요.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민교의 대사는 최 씨의 검찰 출두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다.
'프라도'라고 써 있는 명품 신발이 한 짝 벗겨진 것이나, 집주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식사 대접을 하려는 정상훈이 권한 메뉴가 곰탕인 것 또한 최순실 씨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최 씨는 검찰 출두 당시 수많은 취재진들이 몰려 포토라인이 무너진 상황에서 조사받으러 들어가다가 신발이 벗겨졌는데, 신발이 명품 프라다의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됐다. 곰탕은 최 씨가 검찰 조사 이후 먹은 첫 식사로 알려져 널리 회자됐다.
'그리스 로마 신화' 코너에는 최 씨의 딸 정유라 씨가 나타나기도 했다. 유세윤은 승마복을 입은 켄타우로스(반인반마) 모습으로 나타나 "저 엄마 신발 한 짝 찾으러 왔는데요?"라고 말했다.
프라다를 떠올리게 하는 '브라다'를 연신 외치며 반말로 "야 늬들도 빨리 우리 엄마 신발 한 짝 찾아봐"라고 건방지게 구는 유세윤을 보고, 신동엽이 얄밉다며 뺨을 때리자 하는 말도 압권이었다. "우리 엄마 누군지 몰라? 엄마 빽도 능력인 거 몰라?"
유세윤은 엄마와 전화통화를 하며 "엄마 어디에요? 곰탕 먹고 있어?"라고 묻고는 "나 이따 어디 갈 거냐구? 광화문 가려구. 가지 말라고? 왜요? 왜 무슨 일 났어?"라고 해 주말 도심을 달궜던 광화문 집회를 간접 언급했다.
시사 현안을 다루는 'SNL 나이트라인'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언급이 등장했다. 김준현이 "검찰이 최 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소식을 알리자, 게스트인 솔비가 "끝나고 곰탕이나 한 그릇 먹으러 가자"고 한 것이나 탁재훈이 "국민적 의혹을 해소시키는 검찰 조사 결과를 바라고 간절히 기대한다"고 한 것을 들 수 있다. 한편 솔비는 오프닝 무대에서도 현재 기분을 행위예술로 표현해 달라는 요청에 독특한 포즈를 취한 후 "우주의 기운을 모으는 것"이라고 답했다.
◇ 무한도전 "미르 재단… 큰일 날 소리"
5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는 최순실 씨가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 재단'이 언급됐다. (사진='무한도전' 캡처)
같은 날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는 최순실 씨가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 재단'이 깜짝 등장했다.
우주 상식 대결 '바보전쟁-시빌워'에서 유재석이 2001년 소멸된 우주 정거장이 무엇인지 물은 후 답이 '미르'라고 하자, 하하가 "미르 재단?"이라고 말해 분위기가 묘해졌다. 유재석이 "미르 재단 아닙니다"라고 하자 박명수는 웃음을 참지 못했고 그 아래 '큰일 날 소리…'라는 자막이 나왔다.
이날 방송에서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풍자한 자막도 등장했다. 박명수가 무중력 체험을 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에 "내가 이러려고 우주에 왔나"라는 자막을 내보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담화에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고 말한 바 있다.
'무한도전'은 지난달 29일 방송에서도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 '상공을 수놓는 오방색 풍선',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 '요즘 뉴스 못 본 듯…' 등의 자막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해 시원한 웃음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