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사진=부영그룹 제공)
지난 2월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하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부영그룹이 3~4년 전부터 세무조사를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건설업계에 이미 파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A관계자는 “부영은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정부 보조를 받아서 공공임대주택을 짓고, 2천년대 중반 부동산 경기가 뛸 때 분양전환하면서 돈을 엄청나게 벌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4년 전부터 ‘너무 이익을 많이 내고 부동산에도 어마어마하게 투자했는데,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그래서 세무조사에 들어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건설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부영의 세무조사설이 꾸준히 돌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공임대주택을 짓고 나서 일정기간이 지난 뒤 분양전환하는데, 그때 주택경기가 호황이어서 매출이 굉장히 많아지고, 그걸로 여기저기 땅을 사서 성공하면서 회사가 급격하게 컸다”고 밝혔다.
실제 부영은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의 옛 대우자동차판매 부지 매입을 시작으로 올해 제주 더클래식 CC & 리조트, 안성 마에스트로 CC, 태백 오투리조트, 서울 세종대로 삼성생명 본관, 을지로 삼성화재 사옥 등 부동산을 꾸준히 사들였다. 앞서 2011년에는 무주리조트를 인수해 지금의 무주 덕유산리조트로 개발하는 등 레저 산업에도 진출했다.
부영그룹은 지난 2010년 30대 그룹에 처음 진입한 뒤 올해는 재계 순위 21위까지 올라섰다.
◇ 부영그룹, 5년만인 지난해 12월 국세청 특별세무조사
부영은 지난 2010년 세무조사 이후 5년만인 지난해 12월쯤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특별 세무조사를 받았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이중근 회장과 부영그룹 계열사인 부영주택이 수십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 4월 18일 세금 추징과 함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부영이 세금탈루 과정에서 해외법인을 동원했을 가능성과 비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지난 2월, 이 회장과 부영주택 김시병 사장이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만난 자리에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스포츠재단의 회의록에 따르면, 이 회장은 세무조사가 한창이던 지난 2월 2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K스포츠재단 정현식 전 사무총장 등을 만나 재단 출연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안 전 수석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측근 인사인 K스포츠재단 박 모 과장도 참석했다.
정 전 사무총장이 70~80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자 이 회장은 “최선을 다해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다만 현재 저희가 다소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이 부분을 도와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하게 된다.
이런 대화는 최 씨에게 보고됐고, 최씨는 부영의 세무조사 무마 요청 보고를 받은 뒤 “그러면 투자받지 말라”고 지시해 투자건은 최종 무산됐다.
이에 대해 부영 홍보실 관계자는 “이 회장은 인사만하고 금방 자리를 떴다”고 밝혔다. 또 “안 전 수석이 그 자리에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확인이 안 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김 사장에게 확인했더니, ‘그런(회의록에 등장한) 말을 한 적이 없다. 지금 세무조사 중이어서 사정도 어렵고 하니 우리는 더 이상 추가로 (출연)할 수 없다고 정 사무총장에게 자신이 답변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부영은 지난 2월 17일 출연금 명목으로 3억원을 K스포츠재단 계좌로 입금한 바 있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김 사장으로부터 당시 오간 대화 내용을 확인했으면서도, 안 수석이 그 자리에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라는 점은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27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2004년 구속 기소돼 2008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현직에서 물러났다가 2011년 복귀했다.
◇ 공공임대주택사업으로 성장한 부영그룹1983년 설립된 부영그룹은 30여 년간 정부의 저리 지원금이 많이 투입되는 공공임대주택 사업으로 급성장했다.
부영이 주로 짓는 10년 공공임대아파트는 10년 의무 임대기간이 지나면 분양전환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기금과 관계자는 “올해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1조 9800억원이며 이 중 거의 전부가 10년 공공임대주택 예산”이라고 밝혔다.
10년 공공임대주택 사업자는 주택 1채당 5500~7500만원씩을 저렴한 이율의 주택도시기금융자를 받는다. 이는 공공임대주택 1채를 짓는데 드는 평균 비용 3억원의 18~25%에 이르는 규모다. 올해 주택도시기금 이자율은 2.3~2.8%에 이른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부영주택이 융자를 받은 규모는 영업비밀로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영주택은 분양전환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아파트 입주민들과의 갈등도 심심치 않게 발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 A관계자는 “정부 보조금을 받아서 임대주택사업을 하는데, 분양전환하면서 왜 이렇게 비싸게 파느냐는 입주민들과 갈등이 종종 있었다”고 밝혔다.
부영주택은 지난 1월 기준으로 전국 335개 단지에서 약 26만3천여 가구를 공급했고,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12위에 올랐다.
지난 4월 기준 계열사 수는 18개, 자산총액은 20조434억원이다. 하지만 계열사 가운데 상장사가 단 한 곳도 없는 등 폐쇄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