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차기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자료사진)
쌀쌀해진 날씨를 무색게 할 정도로 경제 온도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그런데 나라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어야 할 정부 경제팀은 최순실 게이트에 휩쓸려 리더십이 실종됐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나홀로' 개각을 강행, 경제부총리가 사실상 2명인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 날씨보다 더 빨리 떨어지는 경기 온도계가계부채는 이미 한참 전에 1200조원을 훌쩍 넘었다. 그나마 경기를 지탱해오던 주택, 건설경기도 11.3 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힘이 떨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다음달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가동률이 70%대 초반으로 떨어진 제조업의 생산과 수출이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내수 지표인 소비와 투자도 9월 지표부터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했다,
삼성 갤럭시 노트 7 단종으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크게 떨어졌고, 최근에는 현대기아차의 국내 점유율이 처음으로 50%대로 떨어졌다. 경제를 끌어온 대표 기업들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정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해운, 조선 구조조정 방안에는 대우조선은 그대로 살려 차기 정권으로 넘긴다는 내용과 함께, 대규모 인원감축이 주요 내용으로 들어갔다.
실업자들은 이미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새로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들다. 이에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는 최근 몇 달 동안 계속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외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 그 어느 때보다 정부 경제팀의 역할이 중요하다.
연세대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는 “앞으로 경기가 더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치적으로 혼란해 많은 일은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구조조정이나 경기 대응은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한민국 경제호에 사공이 2명..누구 장단에 맞춰야 하나박근혜 대통령이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새로 경제부총리로 내정됐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요동치는 정치권은 이번 개각을 이미 불통 개각으로 규정했다. 야권이 인사청문회를 거부하면서, 임명은 고사하고 인사청문회 개최 시점조차 불투명하다.
때문에 사실상 경질된 것과 다름없는 유일호 부총리가 예상보다 오랜 기간동안 경제팀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 대두됐다. 그런데, 국회 예산안 심의, 또 연말에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등을 내놔야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영이 설지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임종룡 내정자는 이미 “성장을 위해 결코 투기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앞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시작하고 현재 유일호 부총리가 이어온 부동산 시장 완화 기조와는 전혀 상반된 기조다.
결국 인사청문회가 언제 열릴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제부총리가 사실상 2명인 어중간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대선 이후 정책 방향, 그리고 내년도 경제정책까지 짜야하는 경제 관료들은 누구의 장단에 맞춰야할지 혼란스럽다.
최순실 게이트로 난파 직전인 대한민국 경제호는 이제 누가 키를 잡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혼란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기업과 가계의 불안감이 그만큼 커지고 경제가 더 위축될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