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정부가 쓰나미급 '최순실 게이트'로 어디 한 군데 성한 곳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을 3각축으로 떠받쳐온 당·정·청도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는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외신들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샤머니즘에 빠졌다며 한국을 조롱하고 있다.
이제 청와대에서 칩거중인 박 대통령도 혼자, 구치소에 수감된 최순실씨도 혼자다.
그런데도 진심어린 고백과 반성은 아직 두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때문에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대한 진상 규명과 사법적 단죄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을 허비할 수 없는 시급한 현안 과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것은 이상하리만큼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이었던 원래 그 자리로 되돌려 놓는 작업이다.
정책의 일관성이 아니라 정책의 정당성을 따져서 잘못된 것은 바꿔야 한다.
대통령 연설문을 빨간펜으로 고치고, 문화·체육·외교·안보를 망라해 권력을 행사하면서 청와대를 제 집 드나들듯 했던 최순실씨가 국정에 개입하기 이전 상태로 말이다.
당장은 오는 28일 전자책 형태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인 역사 국정교과서의 발행을 중단시키는 일이다. 이미 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역사 국정교과서를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했던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최순실씨 최측근과 친척 관계로 확인되면서 '역사 국정교과서 = 최순실 교과서'라는 비난까지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해 11월 3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 담화문을 통해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구분고시를 확정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자료사진)
여기에 박 대통령의 '혼이 비정상'이라는 주술적 언어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강조하며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그 해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여야대표·원내대표 5자회담에서도 박 대통령은 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부끄러운 역사로 보이는 것이 어떤 부분이냐"는 이종걸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질문에 "전체 책을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고 '기운'을 언급했다.
이밖에도 국정 역사교과서에는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현함으로써 건국절 논란을 야기하고,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방침은 내년 1월에 최종본을 확정한 뒤 내년 3월 새학기에 중·고등학교에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을 방지하고 역사의 혼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박근혜 정부가 고집해온 '묻지마 정책'의 하나다.
이제는 중국의 거센 반발을 초래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과 한반도 안보위기를 극대화한 개성공단 폐쇄조치에까지 최순실씨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정권의 총체적 난맥상이 아닐 수 없다.
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관계자들이 시국농성 돌입 기자회견 및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그도 그럴 것이 공권력에 의해 숨진 백남기 농민을 그토록 부검하려던 정권이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한·일 정부간 합의를 두고도 '2016년 외교백서'를 통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라고 자평하는 정부다.
지금은 내각마저 비상체제로 사실상 국정이 올스톱된 상황인 만큼 집단지성을 일깨우고 여론을 환기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걱정과 우려, 충격과 반발을 불러온 박근혜 정부의 비정상적인 많은 '묻지마 정책'들을 빨리 원점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