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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문양 정부로고' 최순실 손 거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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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수백억 들여 만든 시안, 청와대서 뒤집어…

지난 3월 확정된 정부상징 로고 교체사업이 비선실세 개입 논란에 휘말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부협의체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한 상징 로고가 청와대 최종 승인 과정에서 뒤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정부 상징 교체사업은 중앙 부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4년 비선실세들이 주도했던 '대한민국 국가이미지 통합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 정부 부처별 상징로고 폐지…"수백 억원 들여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정부의 각 부처들은 업무의 특성을 그림 하나로 표현했다. 그것이 바로 ‘상징 로고’다.

해양수산부는 파도로 표현했고, 농림축산식품부는 지구에 곡식과 사람이 함께 생존하는 로고를 만들었다. 국토교통부는 우리나라 국토와 편리한 교통을 지평선으로 표현한 로고를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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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부처 상징 로고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와 부처 이름이 변경되거나 부처가 신설될 경우 바꾸는 게 통상 관례였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의 국토해양부는 지난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토교통부로 개명되고 상징 로고까지 수정했다.

상징 로고를 교체할 경우 해당 부처뿐만 아니라 산하 기관, 단체까지 모든 현판과 입간판, 문서, 심지어는 명함까지 아예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소요돼 웬만해선 손을 대지 않는다.

국토교통부의 경우 전국 국가하천의 안내판까지 모두 교체하면서 비용만 최소 40억 원 이상이 소요됐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3년이 흐른 지난 3월 29일 정부 각 부처들은 한 통의 공문을 받게 된다. 행정자치부 의정담당관이 보낸 공문으로 ‘정부 상징’을 교체하라는 내용이었다.

정부 상징 로고가 무궁화 문양에서 67년만에 태극 문양으로 변경된 만큼 각 부처는 그동안 사용했던 부처별 상징 로고를 모두 없애고 하나로 통일하라는 지침이 담겨 있었다. 행자부가 각 부처에 시달한 일종의 명령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전국 지방 사무소의 현판과 입간판 등을 모두 교체하는 비용으로 무려 10억 원을 책정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단 행자부에 예상 비용을 산출해 보고했다”며 “전체 산하 기관에 들어가는 실제 비용은 정확하게 산정할 수 없지만 최소한 20억 원 이상이 들어 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국토부와 산자부, 교육부 등 우리나라 960여개 정부 기관을 감안할 경우 상징 로고 교체 비용은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종청사의 한 고위직 공무원은 "행자부가 예산도 지원하지 않고 무조건 부처들이 알아서 교체비용을 마련하라고 했다"며 "부처 특색도 살리지 못하는 로고를 수백 억원을 들여 교체하는 게 정상적인 발상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문체부가 결정한 정부 상징 문양, "청와대 누군가가 뒤집었다"

그런데 사실 이 같은 정부 상징 교체 사업은 행자부 주도로 기획된 게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가 처음부터 계획하고 추진했다. 행자부는 정부 조직법상 그저 전달하는 역할에 불과하다.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에 추진됐다가 중단됐던 것을 김종덕 전 장관이 취임한 2014년 8월 이후부터 재추진 됐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김 전 장관은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차은택씨의 대학원 은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김 장관이 취임한 이후 구체적으로 추진돼 일사천리로 진행돼 7개월만인 작년 3월 17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상징 로고를 바꾸기로 최종 확정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무회의 결정 이후 1년 동안 상징 로고 도안 선정을 위한 민간공모 절차 등이 진행됐고, 최종 업체와 도안이 결정된 뒤 행자부를 통해 960여개 정부 기관에 정부 상징을 교체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런데, 도안 선정 과정이 석연치 않다. 문체부는 1차 공모를 통해 4개 업체를 선정했고 이 중 3개 업체가 컨소시엄 형태의 ‘전문사업단’을 구성해 최종 보완 작업을 진행했다.

문체부와 전문사업단은 1년 가까이 진행된 보완 작업을 통해 정부협의체와 국민자문단의 의견을 거쳐 최종 시안을 확정하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문체부가 올린 최종 시안 대신, 지금의 태극문양 디자인을 찍어서 최종 로고로 결정했다.

전문사업단에 참여했던 업체 관계자는 “추천한 시안에 대해 설명할 기회라도 달라고 요청했지만 번번이 묵살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김종덕 전 장관이 정부협의체 의견 수렴과 차관회의 등 보고 과정을 밟아 시안을 결정했지만 (엉뚱하게도 다른) 도안이 선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존의 부처별 상징 로고는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수시로 바뀌면서 예산과 인력 낭비 등 국가 상징체계가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실무자 차원에서 추진돼 2년 가까이 설명하고 꾸준히 해 왔는데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역풍을 맞았다”며 “괴롭다”고 전했다.

이 말은, 최순실 게이트의 실세로 지목된 차은택씨의 은사인 김종덕 전 장관이 정부 상징 교체사업에 총대를 멨지만, 최종 결정은 막후 실세인 제3자가 사업 자체를 좌지우지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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