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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덩이 된 쌀…시장 왜곡에 소비자·농민만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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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NOCUTBIZ
해마다 가을 수확기가 되면 정부와 농민들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진다. 주곡인 쌀을 어떻게 처리할지, 쌀값은 또 얼마로 정해야 할지 날 선 공방이 벌어진다.

하지만, 쌀 만큼은 뾰족한 해결책이 없기에 더욱 골치가 아프다. 쌀값이 내려가면 소비자들은 좋지만 농민들은 피눈물을 흘린다. 따라서 정부는 중간에서 양쪽 눈치를 살피며 기본적인 대책만 내놓는 형국이다.

이 와중에 대형마트와 백화점, 식자재업체들은 쌀을 저가에 구입해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수법으로 자기 뱃속만 채우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쌀 시장이 보다 고급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지에서 쌀값이 오르면 소비지에서도 오르고, 반대로 쌀값이 떨어지면 소비자가격도 떨어지는 확실한 연동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 쌀값에 울고 웃는 농민·소비자…중간에서 애매한 정부

쌀은 소비자물가 가중치가 0.64%에 불과하다. 전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 63㎏을 감안하면 4인 가족 소비량은 252㎏이다. 이를 소비자 가격으로 따지면 연간 60만 원 남짓하다.

이 말은 쌀값이 폭등해 20%가 올랐다고 가정하면 4인 가족 기준 한 달에 1만원, 일 년에 12만 원 정도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달에 브랜드 커피 2잔만 줄여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쌀값이 오르면 소비자물가 부담이 늘어난다며 용납을 못하는 게 우리나라 쌀 유통시장의 현실이다.

반대로 농민들은 당연히 쌀값이 올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4년 기준 작목별 10a당 경영비는 쌀이 44만 원으로 보리와 콩, 참깨에 이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반해 쌀농사의 경우 10a당 순 소득이 61만5천원으로 경영비 대비 140%에 달한다. 노지과수 160%에 비해선 낮지만 노지채소 135%, 일반 식량작물 124%, 시설채소 99%에 비해선 높은 편이다.

농촌지역이 갈수록 고령화되면서 수익성이 좋은 쌀농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쌀값 하락은 농촌경제 침체로 이어지기 때문에 매우 민감하다.

결국 정부 입장에서는 농민 편에서 쌀값 인상 정책을 추진하자니 소비자가 반발하고, 그렇다고 쌀값을 내리면 농민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예산을 통해 형평성을 겨우 맞추는 중간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올해의 경우 산지 쌀값이 80㎏ 한 가마에 13만1천원까지 떨어지면서, 정부가 부담해야 할 변동직불금 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 4천억 원이나 늘어나게 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재정 부담을 고려해 우선 당장 산지 쌀값을 올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소비자 가격도 내년 1월부터 서서히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불안전한 쌀 유통시장…대형마트·백화점·식자재업체만 '뱃속 채운다'

우리나라 쌀 산업이 이처럼 우왕좌왕하게 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가 매일 먹는 주곡임에도 불구하고 품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크게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1등급 쌀과 3등급 쌀의 가치 차이가 별로 없다는 얘기다.

이런 특수성을 가장 잘 이용해 중간에서 수익을 챙기는 유통주체가 바로 대형마트와 백화점, 식자재업체들이다.

유명 브랜드 쌀의 경우 20㎏ 한 포대 소비자가격이 5만5천원에서 6만5천 원대에 판매되지만, 대형마트들은 이른바 기획 판매전을 통해 4만원 이하의 저가 쌀을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기획상품으로 저가에 판매하는 쌀은 행사기간 동안 순식간에 소진돼, 유통업체들은 손쉽게 짭짤한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대형마트들은 기획상품으로 판매하는 쌀에 대해 중간 곡물유통업체에 저가 납품을 하도록 종용한다. 이른바 후려치기 갑질 횡포를 부리는 것이다.

곡물 유통업체 박진용 대표는 "20㎏ 쌀을 농민들로부터 3만원에 구입해서 대형마트에 3만5천원 정도에 넘기고 있다"며 "운송비와 창고보관비, 인건비, 관리비 등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고 오히려 손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처럼 손해를 보면서도 대형마트와 백화점, 식자재업체에 쌀을 납품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계속해 거래처로 남아 있어야 나중에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대형마트와 식자재업체들이 저가의 쌀을 만들어 소비자나 집단급식소 등에 팔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쌀값이 당연히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결국은 쌀값 하락을 부채질하게 된다"며 "납품단가에 맞추다 보면 1등급과 3등급을 섞을 수밖에 없어 우리나라 쌀이 고급화에 실패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종훈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그렇지 않아도 중간 유통상인들이 대형 유통업체와 식자재업체 들의 납품가격 인하 압박에 불만이 많다"며 "쌀 생산지 가격에 따라 소비자 가격이 적정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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