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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이 청와대 연설문까지 사전에 받아 본 문서가 드러나 청와대가 최씨를 통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제 2육영재단'으로 만들려 했다는 의혹이 점점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두 재단을 '제 2육영재단'으로 키워 대통령 퇴임 후를 대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순실씨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컴퓨터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국내외 연설문은 물론 국무회의 자료·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 인사내용까지 포함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컴퓨터 파일에 저장된 또다른 '폭발성'이 강한 문서들이 공개되면서 청와대는 그로키 상태에 빠지는 엄중한 상황을 맞고 있다.
우선, 민간인 신분에 불과한 최씨가 대통령의 국정지침을 담은 기밀문서들을 어떻게 자유롭게 받아볼 수 있는 지가 이번 사건의 핵심 의혹으로 등장했다.
청와대는 연설문이 외부로 흘러가는 일은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잡아떼왔다.
이원종 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 국감에서 "대통령 연설문은 대체로 연설을 기록하는 비서관이 초안을 잡고, 전 수석실에서 나눠서 의견을 모으고, 다듬고 독해를 거쳐 올린다. 여기에 어떻게 개인이 끼어들 수 있는지 성립 자체가 안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라를 다스리는 대통령의 온갖 발언이 '민간인'한테 수정받고 그 컴퓨터에 저장됐을 뿐아니라, 비서실장이 독회까지 한 문서가 청와대 밖으로 흘러나왔다면 이것이야말로 국기문란이 아닐 수 없다.
최씨가 단순한 '지인'이 아니라 대통령의 공식라인을 무력화시키고 별도로 움직이는 '이너(inner) 부속실' 역할을 할 만큼의 막강 파워를 가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르, K스포츠재단은) 기업인들의 문화·체육에 대한 투자확대를 부탁드려 (공감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사실상 청와대가 두 재단 설립을 주도했음을 시인했다
따라서 두 재단은 청와대가 '막강 파워우먼' 최씨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대통령 퇴임 후를 대비해 만든 재단이라는 '설'에 한층 힘이 실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대해 가당치도 않은 얘기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전경련이 770억원을 거출한 뒤 만든 두 재단에는 최순실씨의 측근들이 사무총장, 부총장을 맡는가 하면 이사들도 이들이 직접 선출한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재단설립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육영재단과 영남대학교, 정수장학회'도 모두 '공익재단'성격을 갖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 선임권 등을 통해 실질적 소유를 하고 있다"며 "두 재단도 최씨가 측근을 통해 이사 선임을 주도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두 재단을 '제 2육영재단'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의혹은 청와대 해명에 따라 파장이 더 커질 수 있다.
청와대는 구체적 문서들이 드러난 상황에서 전면 부인하기 어려울 만큼 코너로 몰렸다. 민간인한테 문서를 넘겨주는 일을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도 허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한 '개인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사안의 중대성이 너무 엄중하다.
법조계 인사는 "대통령 연설문이 최씨에게 전달됐다면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적용될 수 밖에 없고, 청와대가 그 사실을 부인한다해도 '민간인한테 왜 수정을 받아야 했는지를 설명하기 어려운 그물코에 걸린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