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사진=자료사진)
'빨간우의 가격설'은 일부 극우 세력이 제기하고 경찰과 여권에서 불을 붙였지만, 여기에 민주노총 측이 어설프게 대응하면서 기름을 끼얹게 됐다.
이로써 백남기 씨 사망사고의 명확한 원인인 '경찰 물대포'에 대한 지적은 잦아든 반면, 현장 주변에 있던 한 남성을 중심으로 좌-우 대립 진영논리만 뚜렷해지고 있다.
화제의 '빨간우의' A 씨가 기자간담회를 자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취재진 수십명이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 몰려든 건 19일 오전 11시.
A 씨의 소속기관이자 간담회를 준비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는 느닷없이 일정을 취소한 뒤, 1시간 만에 장소를 옮겨 일부 언론사 만을 상대로 몰래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 A 씨는 "물대포를 맞고 넘어졌으나 양손은 아스팔트를 짚었다. 굳이 초점을 흐리지 않기 위해 침묵해왔다. 부검 명분으로 '신원불상자'를 제시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하더라. 왜곡이 계속돼 입장을 밝힌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던 건 미리 연락을 받은 몇몇 기자들뿐이었다.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노조 측에서 밝히지 않았지만 '입맛에 맞는 언론사'가 주를 이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그렇지 않은 취재진 대부분은 원래 간담회가 계획된 기독교회관 근처에 남아 있었다.
당시 취재진을 가로막은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조중동과 종편의 공공기관 총파업사태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왜곡보도가 진행중인데 그 언론들에게 잘 써달라고 할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피해의식을 드러낼 뿐이었다.
결국 '가격설은 엉터리'라는 빨간우의 당사자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보도는 현재 '노조가 꼽은' 몇몇 언론사에서만 나오고 있다.
이는 앞서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떠도는 낭설에 불과하던 이 황당한 주장을 일부 보수 매체에서 '의혹'으로 격상시킨 것과 대칭을 이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독자·시청자들은 양쪽의 파편화된 입장을 경마 중계하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전해 들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렇게 되면 결국 남는 건 그들의 첨예한 '입장차'뿐. 같은 맥락에서 '입장차'와 '다툼'에 싫증을 느낀 이들이 '피로감'을 운운하고 있는 것도 슬프지만 사실이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며 반색할 이들이 있다면, 가해자인 경찰일 것이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분이 흐려지고 그렇게 관심에서 멀어지면 유가족이 주장하는 책임자 처벌이나 재발방지책 수립도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덧붙여, 민주노총 연맹 관계자는 "빨간우의 당사자가 공공운수노조 소속이었고 그쪽에서 협의를 했기 때문에 우리는 통보를 받았지만 손 쓸 수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단위노조의 실책을 보고서도 두고볼 수 밖에 없다는 게 대한민국 최대의 노동자총연맹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