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희미한 옛 혁명의 그림자, 멕시코·쿠바를 가다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신간 '희미한 옛 혁명의 그림자, 멕시코·쿠바를 가다는' 여행기의 형식을 띤 인문 역사서이다.

저자 임영태가 멕시코와 쿠바 여행을 결심하게 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북한과 함께 미국의 마지막 미수교 국가로 남았던 쿠바가 2015년 7월 대사관을 개설하고 국교를 정상화했다는 것이 그 하나다. 이는 어떤 언론인의 말처럼 ‘작은 나라 쿠바의 위대한 승리’라고 표현할 수 있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쿠바는 세계 최강국 미국의 봉쇄와 압박을 견디고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마침내 자신들의 압박외교가 실패했음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입으로 공식 선언하게 만들었다. 미국이 쿠바와 국교수립을 하게 된 것은 고립되는 것은 쿠바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현실 때문이었다.

또 하나는 역사저술가로서 세계사 관련 공부를 하며 키워온 저자의 멕시코에 대한 관심이다. 러시아혁명과 더불어 20세기 최대의 사회혁명으로 평가되는 ‘멕시코혁명’의 후예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었고, 또한 말로만 듣고 책으로만 본 아스텍, 톨텍, 마야 등 멕시코 고대문명 유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저자는 멕시코-쿠바의 여행기간 동안 그들의 모습에서 항시 우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나 우리나 굴곡진 현대사를 온몸으로 받아내왔고, 미국이라는 거대국가와의 관계에서 현재적 모습이 규정되고 있는 까닭이다.

멕시코는 현재로서 보자면 영락없이 망가진 나라다. 과거 어느 고대문명 못지않게 찬란한 꽃을 피웠던 마야 아스텍 톨텍의 후손들은 관광 유적지의 노점 기념품상으로만 남았고, 러시아혁명에 버금갈 사회혁명을 추동했던 선대들의 이념과 정신은 이미 퇴색해버린 지 오래다. 멕시코는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에밀리아노 사파타, 판초 비아 등 열혈 혁명가들이 품었던 혁명의 대의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이 책으로 만나게 되는 멕시코의 역사와 현실에서 독자들은 우리를 반추하게 될 것이다.

강고한 제국 미국의 턱밑에서 고난의 삶을 살아야 했던 쿠바는 그래도 혁명의 대의를 견결히 지켜왔다. 쿠바 구석구석에 놓여 있는 체 게바라의 상징물들은 그들의 정신을 현화하고 있는 혁명의 아이콘이다. 미국 스스로가 봉쇄정책을 내려놓게 한 결정의 배경에는, 물론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있겠으나, 이러한 혁명정신의 사활적 수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가난한 나라 쿠바는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의 전 국민 복지에 관한 한 세계 최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우려했던 것의 조짐을 여행기간 동안 확인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가 사회주보다 나은 물질적 풍요를 약속해줄 수 있다는 전제하에 본다면, 이미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미국으로 대변되는 자본의 상륙 이후 쿠바의 변화는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트리니다드의 까사(민박집)에서 아침을 맞을 때 지리산 자락의 안온한 시골집을 떠올리는 저자이지만, 언젠가 이런 모습이 사라지리라는 전망에 암울한 기분 또한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희망의 한 자락을 결코 놓을 수 없는 것은 쿠바에서 만난 청년들 때문이다. 그들이 즐겨 듣고 부르는 노래가 그들의 영혼 속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며, 험난한 현실을 헤치고 미래를 잘 가꿔가기를 소원하는 것은 우리 청년들에게 바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잊힌 혁명, 희미한 혁명의 본의를 되살리는 일은 우리 현실 모순의 처방전일 수 있는 것이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