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이 나지 않네요' 채준희가 10일 삼호코리아컵 국제오픈볼링대회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안양=노컷뉴스)
그야말로 '깜짝 우승'이었다. '지천명'의 베테랑 채준희(50 · 삼호아마존)가 프로볼링(KPBA) 데뷔 20년 만에 감격적인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채준희는 10일 경기도 안양 호계볼링장에서 '제18회 삼호코리아컵 국제오픈볼링대회' 결승에서 앤서니 시몬센(19 · 미국)을 241-227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국내 최고 권위의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상금 4000만 원과 소속팀 보너스 1200만 원 등 5000만 원이 넘는 잭팟을 터뜨렸다.
짜릿한 역전극이었다. 채준희는 4프레임까지 기선을 제압했지만 이후 역전을 한 차례 허용했다. 그러나 7, 8프레임 스트라이크를 잇따라 잡는 더블로 재역전에 성공한 뒤 마지막 10프레임에서 더블로 쐐기를 박았다.
본인을 포함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우승이었다. 1996년 3기 KPBA 자격을 얻은 채준희는 통산 6승을 올린 베테랑이었지만 지난 2009년 12월 플레이어스컵이 마지막 우승이었다. 이후에는 성적이 썩 좋지 못했다. 올 시즌 PBA 랭킹도 18위, 본인의 말을 빌리자면 "이번 대회는 예선 통과만 하자"는 마음이었다.
당초 이번 대회 우승 후보는 따로 있었다. 시즌 2승의 KPBA 랭킹 1위 서정환(16기ㆍ퍼펙트 코리아)를 비롯해 지난 대회 준우승자이자 KPBA 최다승 보유자 정태화(3기ㆍDSD) 등이 꼽혔다. 디펜딩 챔피언 크리스 반즈(46ㆍ900글로벌)와 10대 돌풍의 주인공 시몬센 등 미국(PBA) 선수들도 강력한 후보였다.
'이것이 20년차의 관록' 채준희가 10일 삼호코리아컵 국제오픈볼링대회 결승에서 호쾌한 샷을 날리고 있다.(안양=한국프로볼링협회)
최근 훈련도 부족했다. 충북 오창볼링장 이사로 6개월째 근무하면서 훈련에만 매진할 수 없었던 것. 채준희는 "근무를 하다 보니 볼링장에 있어도 훈련을 안 하게 되더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베테랑의 관록은 살아 있었다. 1명이 탈락하는 4위 결정전을 225점으로 통과한 채준희는 결승행이 걸린 3위 결정전에서 6배거를 앞세워 240점의 하이 스코어의 기염을 토했다. 결승에서도 채준희는 양손 볼러로 화제가 된 시몬센의 패기를 눌렀다.
시상식 뒤 채준희는 "20년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면서 "생각도 하지 못한 우승이라 너무 기쁘다"며 감격적인 소감을 밝혔다. 이어 "부산에 계신 가족들은 아마 울었을 것"이라면서 "나도 속으로 울컥했다"고 덧붙였다.
오랜 부진에서 벗어난 우승이었다. 채준희는 "사실 우승 확정 뒤 아무 생각이 없었다"면서 "한창 우승할 때는 세리머니가 있었는데 너무 오랜만이라 다 잊은 것 같다"고 웃었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더욱 의미가 있었다. 채준희는 "남은 선수 생활에 새로운 힘이 될 것"이라면서 "열심히 하는 우리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는 선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제야 하늘의 뜻을 알게 된 50세 프로볼러의 뜻깊은 부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