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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냐, 이적이냐' 2016년 이병규와 2014년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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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야, 난 어떤 결정을 내릴까' 8일 두산과 올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비로소 첫 1군 경기를 치른 LG 이병규(왼쪽)가 팬들에게 답하는 모습. 이제 이병규는 2014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전 두산 김동주처럼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자료사진=LG, 두산)

 

프로야구 LG의 간판스타 '적토마' 이병규(42)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명예로운 은퇴냐, 현역 연장을 위한 팀 이적이냐 사이다.

이병규는 8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서 대타로 출전했다. LG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비로소 올해 1군 첫 경기를 치렀다.

LG에서는 사실상 구단의 전설에 대한 예우를 한 셈이다. 이병규가 자칫 올해 1군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팀을 떠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병규는 올해로 3년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이 끝난다. 그러나 내년에도 LG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쌍둥이 군단은 올 시즌 대대적으로 단행한 세대 교체로 어린 선수들이 단단하게 자랐기 때문이다. 양상문 감독이 독하게 진행한 세대 교체에서 이병규는 올 시즌 내내 1군 기회를 얻지 못했다. 퓨처스리그에서 4할대 맹타를 휘둘렀지만 1군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LG가 내년 시즌 이병규와 계약할 확률은 지극히 낮다. 만약 이병규가 현역 생활을 이어가려면 LG와 작별을 고하고 다른 팀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퇴 경기가 아니라면 8일 이병규의 출전은 LG 유니폼을 입고 나선 마지막일 것이다. 많은 팬들이 적토마의 안타에 눈물을 지은 이유기도 할 것이다.

▲김동주, 두산 제의 마다…결국 은퇴식 없이 마감

이런 이병규의 상황은 공교롭게도 2년 전 김동주(40 · 전 두산)와 몹시도 비슷하다. 둘 모두 구단 역사에 남을 선수다. 김동주 역시 2014시즌 1군에 단 1경기도 뛰지 못했다. 물론 LG의 세대 교체와는 사뭇 다른 이유였지만 어쨌든 김동주는 당시 두산 전력에서 제외됐다.

김동주를 응원하는 팬들의 원성도 올해 이병규의 팬들처럼 대단했다. 그러나 당시 송일수 감독의 의지는 올해 양 감독처럼 단단했다. 김동주는 트레이드 요청까지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곰 군단의 전설로 남을 만한 거포는 끝내 2014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당시 김동주도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현역 생활을 마무리해 두산의 전설로 남을 것이냐, 명예 회복을 위해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것이냐였다. 두산은 당시 김동주에게 선수 계약이 아닌 코치 연수를 제안했다.

김동주는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끄는 등 두산의 전성기를 이끌었지만 결국 은퇴식 없이 선수 생활을 마감해야 했다.(자료사진=노컷뉴스)

 

일단 김동주는 두산의 제의를 뿌리쳤다. 1군 등록을 놓고 구단과 감정의 골이 깊게 팬 부분이 컸지만 아직 선수로 뛸 수 있다는 판단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고려대 시절부터 국가대표 중심타자로 활약해온 김동주는 우타 거포가 부족한 팀에서 충분히 제몫을 해줄 만한 선수였다. 풍부한 경험을 갖춰 승부처 대타로도 제격이었다.

하지만 김동주는 어느 팀의 부름도 받지 못했다. 당시 적잖은 베테랑 선수들을 끌어모았던 김성근 한화 감독도 "김동주에 대해 관심 없다"고 못을 박았고, 신생팀 케이티와도 끝내 계약을 하지 못했다. 화려한 경력에 대한 자존심과 몸값 사이의 괴리감이 컸다.

결국 김동주는 자의반 타의반 선수 생활을 마감해야 했다. 1998년 데뷔 후 2013년까지 통산 16시즌 타율 3할9리(5540타수 1710안타) 273홈런 1097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두산의 제의를 마다하면서 은퇴식도 갖지 못했다.

▲이병규, 내년 팀 구상 제외…'코치냐, 이적이냐'

이병규 역시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다. 물론 당시 김동주처럼 구단과 거리감이 엄청나게 크지는 않다. LG 역시 최대한 이병규의 공로를 인정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LG의 입장은 당시 두산만큼 분명하다. 이병규는 내년 LG의 전력 구상에서 빠져 있다. 사령탑이 바뀌지 않는 한 LG에서 이병규의 2017시즌은 없다고 봐야 한다.

양상문 감독의 입지는 탄탄하다. 2014년 위기의 팀을 맡아 가을야구를 이끌었고, 올해도 5할 승률에서 -14승까지 처졌던 상황에서 반전을 이뤄냈다. 특히 이병규 없이 일궈낸 성과다. 세대 교체라는 난제를 풀어낸 양 감독이다.

LG 이병규가 8일 두산과 올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대타로 나와 좌전 안타를 때리는 모습.(잠실=LG)

 

이병규의 빈자리는 젊은 선수들이 메웠다. 채은성이 타율 3할1푼3리에 81타점을 올렸고, 이천웅과 문선재, 이형종 등도 3할 가까운 타율을 보였다.

LG도 이병규에게 내년 코치 연수 등의 제의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병규가 현역 연장 의지를 보인다면 FA로 놓아줄 것이다. 선택은 이병규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두산에 김동주가 있다면 LG는 이병규다. 김동주의 라이벌은 고교 때부터 맞수였던 김재현 현 한화 코치가 꼽히기도 하지만 SK로 이적해 거기서 은퇴했다. 오랫동안 팀에서 뛴 경력을 감안하면 이병규가 김동주에 필적하는 라이벌이다. 이병규는 17시즌 통산 타율 3할1푼1리(6571타수 2043안타) 161홈런 972타점을 기록했다.

일단 이병규는 LG의 가을야구가 끝난 이후 거취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LG는 10일부터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포스트시즌을 시작한다.

과연 이병규가 김동주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아니면 다른 결정을 내릴 것인가. LG 팬들은 가을야구가 끝나도 중차대한 관심사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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