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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역의 촉은 달랐다…우리은행 수백억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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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매출이 최근 급증했네... 뭔가 이상한데”

(자료사진)

 

NOCUTBIZ
2015년 4월 우리은행 본점 심사부로 여신상담 신청서가 날아왔다. 발송처를 보니 신제주지점이었다. 직감적으로 지난해 터졌던 '모뉴엘 사태'가 떠올랐다.

한때 유망 수출기업으로 주목받았지만 가짜로 수출이 일어난 것처럼 매출채권 서류를 조작해 시중은행을 상대로 사기 대출을 벌여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 금융권에서는 두고두고 회자됐던 사건이었다.

다행히 우리은행은 사전적으로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모뉴엘 채권 850억 원을 모두 회수했다. 이는 심사부 직원들의 자랑거리이기도 했다.

부디 이번 건은 그런 건이 아니길 바라며 해당 회사 재무 정보를 확인했다. 자금 용도와 상환 능력 등을 세심하게 살폈다. 보면 볼수록 의심쩍은 부분이 많았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감사보고서를 보니 자꾸 '모뉴엘 사태'가 떠올랐다. 당시 2013년과 2014년도 결산 자료가 있었는데, 매출과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급증했다.

매출 채권 할인도 많았다. 매출 대비 차입금이 과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 면면을 살폈다. TV를 위탁 생산하고 있었다. 게다가 미국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어... 패턴이 정말 너무 비슷한데'

보면 볼수록 모뉴엘과 흡사했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심사반합의체 검토를 요청했다. 내 판단이 틀렸다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협의체 판단은 나와 같았다. 당시 차세대 TV인 OLED TV로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이었다. 기존 TV 시장에서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었다. 해당 업체는 위탁 생산을 하는 곳이었을 뿐 아니라, 이 업체가 보유한 개발 기술로는 급변하는 TV시장 변화를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 회사는 현금 유동성에 있어서도 불안해 보였다.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서 파는 구조였는데, 공장에 대금을 지급하고 이를 다시 회수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길다고 판단했다. 대금 지금과 회수 사이의 석 달 가량의 기간을 무역보험공사 보증서 담보로 매출 채권을 일으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었다.

만약 돈을 빌려주고 있는 일부 은행에서 회사에 대한 리스크를 파악하고 빌려준 돈을 회수하려고 하게 되면 언제든 위험할 수 있는 구조였다.

게다가 이 회사는 본업도 불안한 상황에서 신규 사업으로의 다각화를 계획하고 있었다.

생수 사업이었는데 본업과 전혀 연관이 없을 뿐 아니라 이 시장 진입으로 이 회사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해 보였다.

'본업에 충실해야 하는 상황인데...'

결국 이군락 심사역은 대출을 거절하기로 판단하고 이를 지점에 통보했다. 이후 이 회사는 우리은행 신제주지점과의 거래를 끊었다. 이전까지 25억 원가량의 한도를 열어두고 우리은행과 거래하고 있었는데, 2015년 12월쯤 이 회사는 다른 은행으로 거래처를 옮겼다.

결과적으로 우리은행은 이 심사역의 활약으로 총 150억 원 가량의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이 심사역은 "모뉴엘하고 패턴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사가 제주도인 것도 그렇고요. 그래서 조금 더 자세하게 보게 된 거죠"라며 멋쩍어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심사역들의 뛰어난 활약으로 금융권의 '실력자'로 불릴 정도다.

매출채권 서류를 조작해 시중은행을 상대로 사기 대출을 벌여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모뉴엘 사태에는 850억 원, 800억 원대 불법 대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디지텍시스템스' 사건, 금융권 대규모 충당금 적립 및 매각 난항으로 투자원금 회수가 불투명한 '딜라이브 인수금융' 사건 등에서 모두 사전적 회수조치로 손실을 피했다.

우리은행은 이 심사역에 대해 포상금과 특진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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