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떨고있니 한국경제…김영란법, '약'일까 '독'일까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일부업종 타격, 소비위축 불가피 VS 부패 척결로 경제선진화 기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사진=자료사진)

 

NOCUTBIZ
2016년 9월 28일. ‘김영란법’이라는 잘 벼려진 칼이 뽑혀졌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바뀌었다. 숨쉬는 공기마저 달라진 느낌이다.

예상을 넘어선 파괴력에 공직자들은 숨죽였고 국민들은 환호했다. 더치페이(각자 계산)가 순식간에 정착됐고 청탁과 선물이 사라졌다.

한밤의 향응은 아득한 옛일이 됐고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영란법의 단 일합이 ‘부패 공화국’에 종언을 고하는 듯하다.

◇ 일부 업종 심각한 타격…성장절벽 오나

서울의 한 음식점에 등장한 김영란세트 안내문. 황진환기자

 

모든 일에는 부작용이 있는 법이다. 김영란법의 경우 일부 관련 업종에 불어닥친 경제적 타격이다.

여의도 국회나 정부청사 주변의 고급음식점은 직격탄을 맞았다. 구내식당이나 저렴한 식당을 찾으면서 개점휴업 분위기다. 60년 전통의 한정식집 ‘유정’처럼 폐업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의도의 A 한정식집 관계자는 “국회에다 은행 손님까지 줄면서 매출이 3분의 1로 떨어졌다. 이 정도일 줄 몰랐는데 정말 심각하다”고 한숨을 내쉬었고, 광화문의 B 한정식집 관계자는 “손님이 전혀 없다. 다들 몸을 사리고 있나본데 문닫기 일보 직전”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국내 외식업 연간 매출이 4조15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7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국농축산연합회가 '과잉규제 철폐촉구'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창원기자

 

한우사육 농가 등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국한우협회 김홍길 회장은 “더이상 소를 키울 수 없다며 사육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국내산 농수축산물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김영란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승진 등 축하 난과 결혼식 화환을 꺼리면서 화훼업계는 주문량이 30~40% 가량 줄었고 골프장도 성수기임에도 비까지 겹치면서 예약률이 10~20% 떨어졌다.

유통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직무관련성 등 모호한 규정으로 선물문화 자체가 위축되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민간소비가 더욱 위축되면서 ‘성장절벽’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6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음식업, 골프장, 선물 관련 산업 등에서 연간 11조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김영란법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소매업이 직격탄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 경제 최대 걸림돌은 ‘부패’…경제 선진화 밑거름

지난 8월 서울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이 김영란법 기준완화 시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종민기자

 

그러나 일시적인 타격은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한국경제의 최대 걸림돌이 ‘부패’였다는 점에서 선진국 진입과 경제 도약의 토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부패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심각한 방해물“이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국제투명성기구의 조사 결과 지난해 한국의 부패지수는 100점 만점에 55점으로 168개국 중 37위에 불과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은 약 10조원의 접대비를 썼고 그중 10분의 1인 1조원 이상을 유흥업소에서 사용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부패로 성장하는 나라는 없다”며 김영란법을 제안한 이유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의 청렴도를 OECD 평균까지만 높여도 경제성장률이 0.65%포인트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7%인데 3.35%로 올라간다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이사는 “오히려 성장률 상승 효과를 과소평가한 것 같다”면서 “연줄이나 빽에 의한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불확실성이나 리스크가 제거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 선진화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이사는 “부정청탁이나 뇌물 등으로 발생했던 많은 비효율과 비용이 없어지면서 당장은 특정 분야에 피해가 발생하겠지만 이를 경제 전반에서 보완하고도 남을 사회적 후생(厚生)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