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가 미국에 이어 세계 음악시장 규모 2위인 일본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11월 정식 서비스에 앞서 일부 초청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스포티파이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다니엘 에크는 29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 시장 공략 계획을 밝혔다.
에크 CEO는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 200만 명의 아티스트들과 일본의 사랑받는 아티스트들이 함께 하게된 오늘, 여러분과 함께 있다는 것이 매우 흥분 된다"며 "나의 꿈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말로 일본시장 진출 소감을 밝혔다.
◇ 11월부터 정식 서비스 시작…세계 2위 규모 일본 시장은 'CD 왕국'
대중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의 일본 진출은 단순히 세계 1위 업체가 시장을 확대한다는 것보다 매년 급성장하고 있는 스트리밍 업계의 대표 서비스가 세계 최대 CD 음반 강국인 일본 시장에 진출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
3조원 규모의 세계 2위 음악시장을 갖고 있는 일본은 매출 대부분이 CD 음반 판매에서 나올 정도로 '전통적인(phisycal)' 음악 소비 형태를 띄고 있어 디지털 음악 플랫폼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스트리밍 서비스가 과연 음악 소비 시장의 주류로 떠오를 것인지 성패를 가를 '전쟁터(battle feild)'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과 독일은 세계 음악 시장의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CD 음반을 소비하는 전통적인 행태를 갖고 있어 디지털 음악 시장과 기존 음악 시장이 21세기 패러다임 전환을 놓고 사실상 최대 격전을 치르게 되는 셈이다.
실제 일본은 전 세계 음악시장의 39%를 차지하고 있지만 CD와 같은 음반 매출이 84%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도 CD 음반 등의 매출이 52.3%를 차지하고 있어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1998년 이후 음악 시장이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가 2012년 스포티파이 등의 진출과 유럽의 스마트폰 대중화 영향으로 디지털 음악 매출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시장에 진출한 음악 스트리밍 업체들
일본에는 현재 스포티파이를 비롯해 아마존 프라임 뮤직, 구글플레이 뮤직, 애플뮤직, 메시징 업체인 라인뮤직, 일본 IT 네트워크 기업인 '사이버에이전트'와 음악 소프트웨어 회사 '에이벡스'가 공동설립한 AWA, 2013년부터 일본에 진출한 대만 최대 음원 사이트 KKBOX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스트리밍 시장이 급성장을 보인 2015년 일본 시장에 진출해 초기 무료 평가판으로 사용자를 유인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일본에서 대표적인 메시징 앱으로 자리잡은 라인(Line)은 라인뮤직을 출시해 8주만에 8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기염을 토했다. 2011년 6월 일본에 출시한 라인의 월간 실사용자수는 2억 1800만 명이다. 일본과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4개국이 전체 이용자의 2/3를 차지한다.
하지만 일본내 음악 스트리밍 이용자의 대부분은 여전히 무료 평가판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치열한 각축전 속 '춘추전국시대'…무료와 유료의 '치킨게임'디지털 컨설턴트 모바일 마케팅 데이터 라보(MMD Labo)가 지난 4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703명의 응답자 중 여전히 무료평가판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절반이 넘는 57.8%나 됐다.
스포티파이 음악 스트리밍은 다른 월 정액제 서비스와 달리 광고를 시청하면 스트리밍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광고가 없는 월 정액제 프리미엄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유로가입자 수는 4천만 명, 전체 이용자 수는 1억 명에 달한다. 이같은 '부분 유료' 방식은 일본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최초다.
교토 세이카 대학에서 대중문화를 가르치는 미키로 에노모토(Mikiro Enomoto) 교수는 스포티파이 런칭에 대해 "그것은 무료 기반의 거대한 거래"라며 "유튜브처럼 공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에노모토 교수는 또 "음반 제작자들은 음원이 무료로 제공되는 것을 싫어한다는 점에서 , 스포티파이가 애플뮤직이나 라인뮤직보다 초기에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 "스포티파이는 다른 서비스들과 마찬가지로 일본 음원이 얼마 되지 않는다. 오리콘차트에서 재생 가능한 음원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음악산업에 정통한 관계자는 "스포티파이가 기존의 틀을 깨는 방식이어야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티파이는 가라오케 문화가 발달한 일본 음악 시장의 특성을 반영해 트랙이 재생되는 동안 가사를 함께 노출시키는 서비스를 최초로 선보인다.
MMD 라보 아키코 세노오 수석연구원은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뮤직과 라인뮤직이 일본 시장에 진출한 지 1년이 지났다. 비슷한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는 그런 점에서 참신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페이스북과 스포티파이의 통합 서비스가 사용자 확보에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내 페이스북 사용자 수는 2015년 말 기준 2500만 명이다.
그는 "세계 1위 업체인 스포티파이의 일본 시장 진출로 업계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시장에 안착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성장세가 초기에는 약하겠지만 페이스북의 피드를 통해 친구가 듣는 음악을 접하게 되면서 점차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세계 2위 규모 'CD 왕국' 일본서 펼쳐지는 '패러다임' 건 일대승부디지털 음악 서비스에 보수적인 일본 음악 업계는 음악 시장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8년 전인 2008년에서야 휴대전화에 디지털 음원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2008년 음악과 벨소리 부문에서 7억98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2005년 매출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디지털 음악 매출이 일본 음악 시장의 1/4을 차지하는 순간이다.
이후 아이폰이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키며 일본에 상륙하면서 아이튠즈를 통한 디지털 음반 판매가 확산됐지만 일본에서 디지털 음악 시장 규모는 2008년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다.
아키라 노모토 스포티파이 일본 라이선스 및 레이블 관계 담당자는 "스포티파이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우리가 보유한 1억 명의 사용자와 일본의 아티스트를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나마 일본 디지털 음악 시장의 매출 대부분도 다운로드, 벨소리에 집중되어 있어, 이들 스트리밍 업체가 일본 음악 시장을 새로운 디지털 스트리밍으로 끌어낼지 '패러다임'을 놓고 글로벌 음악 산업계와 IT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스포티파이는 먼저 초대받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뒤 11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스포티파이 일본버전은 일본 음악을 포함해 무려 4천만 곡의 음원이 탑재된다.